[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루터교파 교회를 방문하셨는데, 그 교회에서 남편은 가톨릭 신자이고 자신은 루터파 교인인 여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으셨더군요. 질문은, 자신이 남편과 함께 성체를 받아 모시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영성체에 관한 질문보다, 부부가 함께 영성체를 하기 위한 방법을 구하는 것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황님의 답변은 어떤 정해진 규정을 제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에 교황님은 그 부부가 함께 기도하고, 교리공부를 하고, 양심에 따라 영성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성체성사에 대해, 더 넓게 미사 전례에 관해 알아보고 그 의미를 이해하면 영성체가 가능하다는 암시를 주셨다고 보입니다.

▲ 소성합에 성체가 모셔져 있다.(사진 출처 = pixabay.com)
교황께서 다른 교파 교회를 방문하셔서 들은 이런 질문들은 이미 그 이전에도 계속 있어 왔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교황청에서는 이미 공식적인 입장을 제시해 둔 상태입니다. 타교파 신자들에 관한 영성체 지침은, “비가톨릭 신자의 가톨릭 영성체에 관한 훈령”(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1972)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타교파의 신자라고는 하지만, 그가 어떤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어서 가톨릭 미사 전례를 하게 된 경우를 한 예로 들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럴 때, 원칙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두 가지는, 어떻게 교회 차원의 일치를 느끼고, 영성체가 주는 영적 유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가입니다.

성체성사를 거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한 신앙고백과 완전한 교회적 일치를 뜻합니다. 즉, 우리가 나누는 이 빵이, 우리를 교회라는 신비체로 일치시키며, 거룩하게 축성된 성체는 우리가 함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분의 부활에 동참한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에 제시한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훈령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원칙을 염두에 두고, 다른 교파 신자에게 영성체를 허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다른 교파의 어떤 사람이 성체가 그냥 빵이 아니라 축성을 통해 변모된 그리스도의 몸임을 인식하고, 자기가 속한 교회의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못 가게 된 것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가톨릭교회를 찾아와 이 성사를 청한다고 했을 때, 그는 영성체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설령, 이 경지에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가톨릭의 어떤 행사에 초대받아서 성체성사에 참석하게 된 경우, 상황에 따라서 영성체를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해당지역의 주교가 사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런 행사를 기획하시는 본당 사제는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주교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다른 교파 신자인 지역의 유력인사가 가톨릭의 장례미사에 와서 성체성사를 청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교회의 일치 차원에서 유연하게 그 의미를 드러내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교파 신자들을 위해, 축성되지 않은 제병을 준비해 두는 것도 한 가지 발상이고, 주교와 상의하여 성체성사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하고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성사에 초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영성체를 하는 개인은 누구든지, 자신이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성체성사를 통해 깊이 인식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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