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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아- 조현철

데자뷔(기시감). 지금 처음 겪는 것인데, 마치 이미 겪은 것 같이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착각으로, 무의식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분명한 건, 우리 안에 현재의 상황과 공명을 일으키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데자뷔와 관련해,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첫째, ‘기억’이다. 우리의 일상은 겪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있다. 어떻게? 사라져 버린 과거의 순간들은 기억으로 우리 안에 현존한다. 그렇게 과거는 기억으로 우리에게 계속 영향을 준다. 오늘 우리가 당면한 일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매일 매일의 ‘삶’이다. 과거의 삶이 기억으로 남아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때, 힘들다고 주저앉아 버렸다면, 오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도 포기하기가 쉽다. 그때, 힘들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오늘도 그리 쉽게 주저앉진 않는다. 아니, 힘든 상황을 한 순간에 되돌릴 수 있는, 역전의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복음서에도 데자뷔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들이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뒤, 도망치듯 갈릴래아로 온 제자들, 당연히 풀이 죽었을 것이다.(요한 21,1-19) 그래도 기운을 조금이라도 차려 보려고 그랬을까?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러 나간다.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네.” 허나, 밤새 일했지만, 허탕만 쳤다. 빈손!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렸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 버렸다. 어느덧 아침, 예수께서 호숫가에 서 계신다. “무얼 좀 잡았느냐?” “못 잡았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물을 던진다. 그물 가득히 고기가 잡힌다. “주님이십니다.” 기진맥진해 있던 제자 하나가 예수를 알아본다. 어떻게? ‘기억’이다. “아, 이전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는데!” 예수와 첫 만남.(루카 5,1-11) 그날도 밤새 고기를 잡으려 애썼지만 빈손이었던 베드로와 동료들.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예수의 말씀에, 힘을 내어 그물을 다시 던졌고, 그물은 물고기로 가득 찼다.

첫 만남의 기억으로 예수를 알아본 제자들. 베드로는 예수를 향해 호수로 뛰어든다, 겉옷을 두르고. 왜 겉옷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첫 만남에서, 베드로와 동료는 이 말씀을 듣고 모든 것을 놓고 예수를 따랐다.(루카 5,11 참조) 과감하고 즉각적 결단. 그 첫 마음의 기억으로 베드로는 겉옷을 둘렀다. 즉시 따를 채비를 하고 예수께 다가간 것이다.

첫 마음을 생각한다. 우리 모두에게, 첫 마음이 있다. 세례, 혼인, 수도자와 사제의 삶을 비롯해,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결단하고 소원한다. 그 결단과 소원은 당시로는 가능한 최상의 것이었다. 첫 마음은 바로 그런 마음이다. 그러니, 첫 마음으로 시작한 우리의 삶이 난관에 부닥쳤을 때,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첫 마음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 세월호 침몰 장면.(사진 출처 = YTN 뉴스 동영상 갈무리)

이제 곧 4월 16일,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는다. 2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경악과 아픔과 분노의 마음, 흐르는 시간과 함께 조금씩 무뎌 간다. 모두가 힘들어 하고, 조금씩 지쳐 간다. 저 어둠 속, 이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다. 힘든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기억이다. 세월호참사를 겪고 우리가 지녔던 첫 마음, 그 마음을 기억하는 것. 첫 마음의 기억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할 것이다. 첫 마음의 기억만 있다면, 우리는 계속 행동할 것이다.

“다시 봄.... 기억하라! 행동하라!” 세월호참사 2년을 앞두고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 ‘416 가족협의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아니, 애끓는 호소다. 투표! 지금 요청되는 최소한의 행동이다. 세월호참사의 진상 규명을 거부, 방해하는 세력에게 한 표도 주지 않는 것! 지금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행동이다. 우리 모두, 첫 마음을 기억하자. 첫 마음으로 행동하자.

더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우리에게 데자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오늘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이니 말이다.

 
 
조현철 신부(프란치스코)
예수회 신부, 서강대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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