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위, 정평위, 6자 회담 등 ‘평화’ 호소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3월 6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발표한 글에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남북한 정부에 호소했다. 또 빠른 시일 내에 6자 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주변 국가들에 요청했다.
주교회의의 여러 위원회가 공동으로 호소문을 발표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어서, 그만큼 한국 천주교가 최근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위험하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다.
호소문에서 두 위원회는 남북한 당국자들을 향해 “한반도가 분쟁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표지가 될 수 있도록 만나고 대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지난 분단의 기간 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남과 북이 지혜를 모아 함께 맺었던 모든 선언과 합의들을 존중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평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평화를 이루는 가장 큰 자산”이라며 “소모적 이념 논쟁을 뒤로 하고 민주적 기본 질서 속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평화의 길을 함께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들에게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평화는 무기라는 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강제적이고 불안정한 상태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위원회는 “교회는 기도를 통하여 평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한다”며, 2015년 분단 70년을 맞아 시작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을 계속하자고 했다. 끝으로 두 위원회는 “인도적 차원의 남북 교류와 협력은 우리 신앙인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의무”라고 했다.
이날 미사에는 신자 4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사제 30여 명이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미사가 봉헌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분단과 전쟁으로 얼룩진 한민족의 과거를 뉘우치고 일치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기도의 자리로 2013년 만들어졌다.
미사 강론에서 이기헌 주교는 “우리는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하고 결국 동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만드는 북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의 단호한 조치들이 남북관계에서 대화나 신뢰를 여지를 모조리 없애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 땅에서 남과 북이 대화의 통로를 닫아 버리겠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라며, 교회는 대화와 용서, 인내가 평화를 위한 최상의 수단이라고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 말미에 독서대 앞에 선 유흥식 주교는 두 가지 기도문을 소개하며, “남과 북이 정치와 이념으로는 다투더라도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랑의 길을 열어 달라”고 말했다. 기도문은 유 주교 자신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치고 있는 기도였고, 다른 하나는 2014년 6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정상을 만나 함께한 기도였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 4호 위성) 발사에 대한 남북한의 공방 과정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개신교 단체들도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는 2월 11일 발표한 논평에서 “개성공단 폐쇄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한국 기독교총연합회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북한 주민의 삶과 안정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군수물자와 핵, 미사일만을 개발해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반도 안정과 국제 평화를 위해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에 대한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추가적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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