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오전, 북한이 첫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 정부와 여야당, 시민사회계는 모두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교회도 우려의 뜻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 주교단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해 4번의 대축일 때 남측 성직자가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약속했지만, 당장 올해 3월 부활절 미사 봉헌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북한의 단서도 "당국 간의 어떤 이변이 없다는 것"이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남북 간 대결 구도로 비롯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지난 주교단의 북한방문 성과도 어떻게 실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 신부는 남한과 북한이 전혀 교류와 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서로 강경한 입장만 고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분단이 1차적으로 남과 북의 문제인 만큼, 적극적 교류를 통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카드를 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남한 정부가 화해와 협력의 폭을 적극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두고 먼저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현한 것은, 북한도 체제안정을 원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과시하고 드러내려는 것이라면서, “남한 정부도 미국, 중국과의 관계도 정치적으로 풀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지만, 한반도를 둘러 싼 정세 안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정전을 평화로 전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 수소탄 실험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함경북도 길주군 지역(붉은 색).(이미지 출처 = ko.wikipedia.org)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통일위원회 위원인 맹제영 신부(의정부교구)는 북한의 핵실험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해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며, 이런 요구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미국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동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북한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무시되고, 경제 제재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무력도발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맹 신부는 남북관계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 2015년을 남북한 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봤지만, 이미 때를 놓쳤고, 올해는 총선 국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명박 정권 이전과 같은 남북관계를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맹제영 신부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북에 대해 강경한 태도가 이어질 테지만,  남북의 화해와 협력, 평화를 위한 발길은 계속 이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후 교회 간 교류와 협력마저 축소되었고, 교회 역시 큰 틀에서 정부의 태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지난 주교단 방문으로 1년에 최소 4번은 만날 기회를 얻었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지만 대화로 평화를 이루고 서로 협력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고, 교회는 주변 정세와 상관없이 평화를 위한 행동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면서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북한이 핵실험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동맹국,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적 제재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는 반인륜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북한 정권에 촉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4차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로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국제사회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규탄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인류 절멸의 무기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에 의존하는 북한 체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평화와 안전을 볼모로 하는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북핵을 위협이라고 하면서도 북의 핵능력 증가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과거 정부의 퍼주기가 북한의 핵개발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설 자리를 잃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와 관련국들은 실패로 확인된 기존 정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재개와 동북아 비핵화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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