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단 방북, "창구 단일화"도 요구

천주교 주교회의는 앞으로 주요 대축일마다 남쪽 사제가 정기적으로 평양 장충성당을 방문할 수 있도록 조선 카톨릭교협회와 추진하기로 했다. 천주교 주교단은 지난 1-4일에 북한을 방문했는데, 여러 주교가 동시에 북한을 방문한 것은 남북 분단 뒤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에는 천주교인의 단체로 조선 카톨릭교협회가 있으나 한국전쟁 뒤로는 상주사제가 없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주교들과 동행한 주교회의 사무처 실무진은 방북단 주교들의 위임을 받아 조선카톨릭교협회 관계자들과 신자 교류협력에 관해 논의했으며, 그 결과 앞으로 매년 주요 대축일에 서울대교구에서 평양 장충성당에 사제를 파견해 정기적인 미사 봉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의장으로 방북단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12월 7일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 평양의 보육시설 애육원을 방문한 주교단과 실무진.(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김 대주교는, 부활, 성탄 등 가톨릭교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축일에 사제가 방북한다면 “1년에 4-5차례가 될 수 있고, 적어도 2-3개월에 한 번씩 꼭 방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6년 4월 부활절을 염두에 두고 양측이 협력하기로 했지만, 북한 측이 내세운 단서는 “당국자 간의 이변이 없는 한”이다. 김 대주교는 남한 쪽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로 “한미군사훈련”을 예로 드는 한편, 북한의 포, 미사일 사격 등을 염두에 둔 듯 “북측이 뭐를 쐈다든지” 하면 남한에서도 굉장한 긴장이 생길 것이라면서, “그런 것이 없는 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방북단은 평양 장충성당을 방문해 70여 명의 북한 천주교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했으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대 부위원장과 간담회를 했다.

방북단은 김 대주교를 비롯해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소속 김운회, 이기헌 주교, 박현동 아빠스, 조환길 대주교 등 모두 17명이다. 주교회의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 등 주교회의 사무처 담당 사제들과 주교들을 수행하는 교구 사제, 주교회의 실무진이 동행했다.

▲ 12월 3일 장충성당에 도착한 주교단을 맞는 성가대원들.(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또한 주교회의 실무진은 조선 카톨릭교협회와 협의에서 앞으로 남북 교회 간의 인도적 교류 협력과 신자 상호간의 교류는 주교회의를 ‘단일 창구’로 활용해달라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북측에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할 때, 이제까지는 천주교 여러 단체와 대화하던 것을 앞으로는 주교회의를 (단일 창구로) 이용해 달라는 뜻이며, 북측에서 긍정적으로 이해한 반응을 보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천주교에서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지난 10월에 방북하여 조선 카톨릭교협회와 만나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앞으로 장충성당 보수에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주교들의 방북은 정치적 역할보다는 사목적, 종교적 목적이 컸다는 것이 김희중 대주교의 설명이다. 김 대주교는 주교들의 방문은 “종교적인 목적이 일차적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깊은 얘기는 크게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에도 천주교 주교가 방북한 적은 있지만, 여러 주교들이 동시에 북한에 간 것은 “분단된 이후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조선 카톨릭교협회는 최근 오랫동안 중앙위원장을 맡아왔던 장재언 씨가 건강이 나빠져 물러나고 강지영 씨가 새로 위원장을 맡았다.

▲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 듣는 김희중 대주교(왼쪽에서 세 번째)와 강지영 위원장(왼쪽).(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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