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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녀는 왜 악령에 사로잡혔나 '검은 사제들'[주말명화] 장재현 감독, 2015
정민아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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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7  1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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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exorcism), 즉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톨릭 구마의식을 다루는 미스터리 드라마가 ‘검은 사제들’이다. 개봉 3주차에 4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큰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서 200만 명 관객이 들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하니, 목표치를 이미 훌쩍 넘겼고 현재도 절찬 상영 중인 작품이라 일찌감치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영화는 악령이 등장하는 호러 영화이며, 호러 영화의 하위 장르인 오컬트(occult) 영화다.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말한다. 오컬트 영화는 악령, 악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심령 영화로,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집단과 그리스도교 커뮤니티 간의 대결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무시무시한 힘으로 압도하는 악마, 성서, 십자가, 구마, 사제, 염력 등이 등장하여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일으키는 극도의 공포감 유발이 영화의 흥미 요소가 된다. 대체적으로 그리스도교적 상징들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최 부제(강동원 분, 왼쪽)와 김 신부(김윤석 분).(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오컬트 영화의 원조로 알려진 것은 폴란드 출신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할리우드로 가서 처음 만든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한국제목: 악마의 씨, 1968)다. 이 영화는 중산층 신혼부부가 도시의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난 뒤, 사탄의 아이를 잉태하여 벌어지는 공포를 다룬다. 사타니즘(악마주의)과 사이비 종교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영화로, 폴란스키는 이 영화로 인해 종교 광신도들의 습격을 받아 아내를 잃었다. 그 뒤를 이어 ‘엑소시스트’(윌리엄 프리드킨, 1973), ‘오멘’(리처드 도너, 1976), ‘서스페리아’(다리오 아르젠토, 1977) 등의 오컬트 영화가 주류 상업영화계에서 성공했다. 이 시기 미국과 유럽이 베트남전, 알제리전 등을 치른 뒤, 지식인의 반성적 자기성찰이 영화계에 스며들고 있었으며,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반작용으로서 신비주의가 범람하고 있었다.

   
▲ 구마사제 김 신부역의 김윤석.(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한국의 경우 서구적인 의미에서의 오컬트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귀를 퇴치하는 퇴마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퇴마록’(박광춘, 1998) 정도가 있는데, 이는 오컬트 장르의 기본적인 구도, 즉 악령에 사로잡힌 인간에 맞서 싸우는 종교적인 투쟁을 다루지 않는다. ‘검은 사제들’은 용감하게도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간다. 영화에서는 가톨릭의 구마예식이 꼼꼼하게 재현된다. 영화의 원작은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다. 신예 장재현 감독은 단편으로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국내외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같은 소재, 같은 이야기로 장재현은 장편 데뷔작을 완성했다.

공포영화의 걸작인 ‘엑소시스트’가 ‘검은 사제들’의 기원이 되는 영화지만,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장르적인 요소를 반복하기 보다는 스릴러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변주를 만들어 낸다. 구마사제 김윤석과 부제 강동원, 베테랑과 신참으로 구성된 팀이 서로 연대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무비 요소 또한 결합되어 있다. 소녀는 왜 악령에 사로잡히게 되었으며, 신부들은 교회의 배척을 받으면서도 왜 소녀를 구하려고 하는지 관객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2015년 서울 한복판,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소녀(박소담)는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 신부(김윤석)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에도 불구하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구마예식을 치러 소녀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한 뒤, 일의 성사를 위해 또 한 명의 보조사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 분)가 선택된다. 그러나 최 부제는 교단으로 하여금 김 신부를 감시하라는 은밀한 미션을 받는다. 소녀를 구할 수 있는 최적의 날, 김 신부와 최 부제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한다.

   
▲ 최 부제역의 강동원.(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후반 40여 분의 장엄구마예식에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 치밀한 자료조사로써 자세하게 재현된 예식은 두 명의 사제와 소녀를 교차하며 클로즈업으로 포착하는 카메라 운동, 리듬감 있는 빠른 편집, 콘트라스트로 빛과 어둠을 세밀하게 잡아 내는 조명의 작동을 통해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그리하여 영화 속 예식이 엉뚱한 퍼포먼스로 보이지 않고 진지하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어,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로 악마와 신부들이 대화를 나누고, 이 가운데 관객은 속세를 떠돌며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악마의 존재의 이유에 대한 미스터리를 공유한다. 전쟁과 대학살과 파멸을 원하는 악마와 이를 물리쳐야 하는 사제의 사투가 놀랍고도 강렬하다. 긴장감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하이라이트 시퀀스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임이 분명하다. 치밀하게 잘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장면이다.

그리스도교 문화가 강한 유럽문화권의 외국영화에서나 느껴봤음직한 엑소시즘의 오싹함이 이 영화에 잘 살아 있어 놀라움을 준다. 한국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신부와 악마와의 일대 혈전이 현실감과 설득력을 가지려면 로컬화가 필수적이다. 세련된 서울 명동 거리의 골목길 사이로 카메라가 깊숙이 들어가서 가파른 계단을 넘어 위태롭게 유지되는 가내수공업 공장으로 진입한다. 최첨단 화려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척박하고 위태로운 삶. 영화는 바로 빛과 어두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 부제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불빛이 환하게 켜진 패션거리의 상점들을 응시하는 장면을 담은 숏은 빛과 어두움의 공존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사랑스러운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힌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는 이에 대해 분명하고 설명하지 않는다. 최 부제는 어린 시절 여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자주 여동생 꿈을 꾼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는 여고생, 그리고 우발적인 끔찍한 일로 사망한 어린 여동생. 약하고 억압받는 자가 악령에 사로잡히고, 깊은 상처를 입은 자가 귀신과 대면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우리의 슬픈 역사를 우회적으로 언급한다.

   
▲ 여고생에게 악령이 들기 전의 김 신부와 여고생(박소담 분).(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억압된 것의 귀환’이라는 프로이트 용어는 영화 속 공포를 해석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한 인간의 가장 아픈 마음의 상처, 가장 큰 근심과 불안 혹은 억압은 위기의 순간에 얼굴을 드러내며 왜곡된 반응으로 나타난다. 억압된 것의 귀환을 이겨내는 자에게 미래가 있으며, 그것에 굴복하고 말 때 지옥의 문이 열린다. 소녀의 마음 속 깊은 불안과 최 부제의 비밀스러운 근심, 그것은 어린아이와 소년소녀들이 희생양이 되었던 각종 끔찍한 사건사고, 그리고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하고 재발을 방지하지도 못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집단적 죄책감에 대한 직면이다. 스케치로 잠깐 스치듯 지나가지만, 시위를 준비하는 신부들과 해방신학에 대한 김 신부의 언급 등을 통해 구마사제는 사회의 억압받는 자를 도우려 온 자임을 분명히 한다.

영화는 허무맹랑하기 쉬운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으며, 장엄한 예식의 꼼꼼한 재현뿐만 아니라 액션 신도 잘 디자인되어 있어 상업영화로서의 스펙터클을 놓치지 않는다. 희생하는 신부, 의심하는 신부를 생생하고 깊이 있게 연기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참고로 2014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구마협회(세계구마사제협회)를 교회법상 인준 단체로 인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250여 명의 구마 신부가 있으며, 한국에도 구마 사제가 있다고 전해진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한신대 겸임교수.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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