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탈핵
전기를 위해 사람이 희생될 수는 없다[김영희 변호사의 핵 이야기]

지난해 10월 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해 핵발전소 사업자인 한수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어, 핵발전소 평상시 운영 중에 배출되는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 영향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법원이 소송을 낸 주민이 핵발전소 부근에 살면서 상당기간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해 갑상선암이 발병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도,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핵발전소 중대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그저 핵발전소 부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되어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면, 핵발전소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한 커다란 문제가 된다. 주민들의 삶과 건강을 지속적으로 희생하면서까지 핵발전소를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주나 울진 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이주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해 오고 있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핵발전소 부근을 가 보고는, 어떻게 핵발전소가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냐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핵발전소와 너무 가까운 곳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위험하다는 뜻이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수차례에 걸친 소변 검사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다. 그것도 핵발전소에 가까울수록 검출치가 높게 나온다. 그리고 해안가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더 높게 확인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핵 관련 시설 주변 중 특히 해안가 주민들에게서 암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핵발전소는 사고, 고장이 아니라 평상시 운영 중에도 기체 형태와 액체 형태로 방사능이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은 방사성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배출하고 있고, 주민들이 방사능에 피폭되는 양(피폭선량) 역시 기준치에 많이 미달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믿을 수 없다. 또 저선량 피폭의 경우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통계적 사례는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최근 저선량 피폭도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확실한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핵산업 노동자 30만 8297명에 대하여 국제적인 추적조사를 하였는데 국제핵노동자연구(The International Nuclear WORKERS Study, INWORKS)라고 부른다. 추적조사의 대상은 프랑스의 원자력위원회, AREVA Nuclear Cycle, 국영전기회사와 미국의 에너지부와 국방부, 그리고 영국의 국립방사선근로자협회에 포함된 핵산업 회사들에 고용되었던 사람들이다. 이 집단은 822만 인년(person-years : 개개인의 추적기간(년)의 합) 동안 추적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개인 선량계로 외부 방사선 피폭이 모니터링된 노동자들에 대해 1944년-2005년 사이에 첫 피폭부터 최대 60년까지 관찰하였다. 이들 노동자들에게 피폭선량들은 연 평균 1.1밀리그레이로 느린 속도로 축적되었고 평균적인 누적선량은 20.6밀리그레이였다. Gy(그레이)는 방사선을 쬔 조직이나 장기 1킬로그램 당 흡수된 에너지의 양을 말하고,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생물에 대한 영향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Sv(시버트)이다. 그레이를 시버트로 환산할 때에는 방사선의 종류를 고려하는데 요오드 131이나 세슘 137이 내보내는 감마선이나 베타선은 1배, 플루토늄에서 내보내는 알파선은 20배를 한다. 우리나라의 피폭선량 기준치는 1인당 연간 1밀리시버트다.

   
 
이 핵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피폭선량 1.1밀리그레이는 일반인 연간 피폭량 기준치와 비슷한 매우 낮은 저선량 피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선량률 피폭이 저선량률의 피폭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방사선 노동자에 대한 방사선 선량 단위 당 암 위험은 일본 원자폭탄 생존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 추정치와 비슷했다.

국제핵노동자연구는 누적적, 외부적, 지속적인 저선량 전리방사선 피폭과 백혈병 및 각종 암 사망률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피폭이라도 방사선량에 따라 암 사망률이 증가하며, 피폭과 무관하게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1로 할 경우 1밀리시버트 피폭될 때마다 사망률은 1만분의 1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상승률은 고선량 자료와 동일했다는 것이다.

100밀리시버트보다 적은 피폭량을 ‘저선량 피폭’이라고 하며, 그동안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저선량피폭에서도 피폭량이 많을수록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는 ‘역치가 없는 직선 가설’(LNT)를 인정하면서도 100밀리시버트를 넘는 고선량 피폭에 비하여 저선량 피폭은 암 발병 위험이 낮다고 주장해 왔다. 즉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저선량피폭의 건강 영향을 고선량에서 나타나는 선량-반응 크기의 반으로 줄여서 추정했다. 저선량피폭인 경우 고선량피폭에 비하여 같은 선량이라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핵노동자연구(INWORKS) 연구 결과 단위 선량당 위험도의 계수는 기존 고선량 전리방사선 피폭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위험도 계수와 일치했다. 즉 저선량 피폭이라도 고선량 피폭과 마찬가지로 같은 피폭선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정도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저선량 피폭의 위험을 고선량  피폭의 위험에 비하여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폭탄이 터졌을 때, 엑스레이나 CT를 찍을 때처럼, 방사성물질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이 우리 몸을 통과하는 것을 외부 피폭이라고 하고, 호흡기나 음식을 통하여 방사성 물질이 폐나 소화기를 통해 흡수되는 것을 내부 피폭이라고 한다.

외부 피폭의 경우 방사성 물질과 접한 시간 동안만 피폭이 진행되지만, 내부 피폭의 경우 방사성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와 우리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발생시킨다. 특히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몸 속으로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경로는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다.

한전 전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핵발전소 종사자는 원자로 계통의 운전이나 기기, 장비의 보수 작업과정에서 방사선에 피폭되고, 대부분 기기나 장비에 붙어 있는 방사성핵종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에 의한 외부 피폭이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그리고 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피폭은 방사성물질에 의하여 오염된 음식물 섭취와 같은 내부 피폭이 주류를 이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핵발전소 종사자는 주로 외부 피폭이, 핵발전소 주변 주민은 주로 내부 피폭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각종 방사성물질에 의해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오염된 물, 농산물, 해초류, 물고기 등 음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핵노동자연구에 의해 누적적, 외부적, 지속적인 저선량 전리방사선 피폭과 백혈병 및 각종 암 사망률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는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될 수 있는데 주민들은 핵발전소에서 평상시 배출되는 기체 형태와 액체 형태의 방사성물질에 누적적, 내부적, 지속적으로 피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2015년 후속연구조사 결과, 비교적 젊은 출생 연령군에서 전체 방사선 관련 암을 비롯하여 여성 갑상선암, 남성 갑상선암, 유방암 등이 일관되게 유의한 수준으로 대조지역보다 주변지역에서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더군다나 핵발전소에서 5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30킬로미터 밖의 주민들에 비하여 여성은 3.1배, 남성은 3.3배라는 대단히 높은 발병률이 확인되었다.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결과는 가정적인 계산이나 모델링이 아니라 실측치다. 핵발전소에 가까울수록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로 인하여 주민들이 암에 걸리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국제핵노동자연구에 의해 저선량 피폭과 암 발병의 역학적 인과관계도 명백히 입증되었다.

정부는 주민들을 병들게 하는 핵발전소를 없애야 한다.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한 방사능 배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탈핵을 결정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 그 사이에라도 너무 가까이 사는 주민들은 모두 이주시켜야 하고, 주변 주민들과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하청업체 등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기를 위해 사람이 희생될 수는 없다.

 
 

김영희 변호사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하는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며 4대강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한 주요 소송으로 새만금소송, 4대강소송,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현대차 주주대표소송, 신고리 5,6호기 관련 소송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