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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주변에 산다는 의미[김영희 변호사의 핵 이야기]

지난 8월 21일 부산동부지방법원에서 핵발전소 주변 주민 갑상선암소송 재판이 열렸다. 이 소송은 우리나라 4개 핵발전소 부지 인근 주민들 중 갑상선암 진단자인 고리 242명, 월성 82명, 울진 123명, 영광 98명 합계 545명과 그 진단자의 가족들을 포함한 원고들 합계 2540명이 핵발전소 사업자인 한수원을 상대로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즉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갑상선암에 걸렸으니 한수원이 책임을 지라는 소송인 것이다.

이날 재판에는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 과학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의 증언이 있었고, 울진 주민들은 버스를 빌려서 오는 등 4개 핵발전소 부지 주민들이 5시간 반이 넘게 걸린 증인신문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법정에 자리가 모자라서 많은 분이 서서 긴 재판을 지켜보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인 김익중 교수는 법정의 맨바닥에 앉아서 버스비 교수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재판에 관심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주변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고, 핵발전소 밀집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4개의 부지마다 6개의 핵발전소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핵발전소가 바로 보이는 곳에 마을이 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인구가 약 420만 명으로 인구의 약 8퍼센트가 핵발전소 부근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매우 크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평상시 가동 중에도 원자로가 여럿 모여 있는 핵발전소에서 그만큼 방사능이 더 많이 배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평상시 배출되는 방사능에 피폭되는 주민들의 숫자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발전소 밀집도 상위 5개국 비교

나라

면적
(제곱킬로미터)
(A)

용량
(메가와트)
(B)
핵발전소
개수
밀집도
(1제곱킬로미터당)
(B/A)
한국 9만 9720 2만 721 23 0.2077
일본 37만 7915 4만 2388 48 0.1121
프랑스 64만 3801 6만 3130 58 0.098
영국 24만 3610 9243 16 0.0379
우크라이나 60만 3550 1만 3107 15 0.0217

(원자력안전위원회 2014년 제출 자료, 출처: IAEA PRIS(Power Reactor Information System)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인구 수

핵발전소
부지
5킬로미터 이내
인구수
10킬로미터 이내
인구 수
30킬로미터 이내
인구 수
고리 1만 5848 8만 3632 330만 4757
월성 5961 1만 101 133만 4369
울진 8401 1만 5561 8만 1688
영광 1만 1286 1만 8849 15만 2115
합계 4만 1496 12만 8143 420만 496

(원자력안전위원회 2013년 제출자료) 

서울대 의학연구원이 발표한 ‘원전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자 갑상선암 발병률이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외 지역과 비교할 때 5킬로미터 이내 지역 2.5배, 5-30킬로미터 이내 지역 주민들의 1.8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핵발전소에서 가까울수록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데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이 방사능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30킬로미터 이내 지역 주민들은 평상시 핵발전소 배출 방사능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과 달리 방사능은 냄새도 색도 없어서 못 느끼고 살지만 핵발전소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액체 형태로, 기체 형태로 배출하고 있다. 그 방사성물질은 바람을 타고 공기 중으로도 퍼지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기도 하는 것이다. 기체 방사성물질은 직접 흡입하기도 하고 지표면이나 농작물에 침착되었다가 우유나 농축산물을 먹은 사람들이 피폭되기도 한다. 바다로 들어간 액체 방사성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생태계 축적)되고 사람들은 오염된 수산물을 먹거나 해변, 해상활동을 통해 피폭이 되기도 한다. 스트론튬90이나 플루토늄239 같이 생물학적 반감기가 긴 방사능은 오랫동안 동식물의 몸속에 남고 쌓이기 때문에 먹이사슬의 끝으로 갈수록 점점 더 농축된다. 그래서 대기 중의 방사능이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비→지표면→동식물→사람의 단계에 오면 심한 경우에 대기 중 농도의 몇 억 배까지 농축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핵발전소 주변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피폭될 수 있는데, 아무런 느낌도 당장의 급격한 증상도 없다.

   
▲ 기체 방사성물질 처리 및 배출 절차.(이미지 출처 = 원자력안전위원회)

 

   
▲ 액체 방사성 물질 처리 및 배출 절차.(이미지 출처 = 원자력안전위원회)

이 소송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을 얼마나 배출하는가? 둘째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으로 인근 주민들이 얼마나 피폭되는가? 셋째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이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때문인가?

이에 대하여 한수원은 핵발전소 주변 환경 방사선량은 기준치 미만이고, 인근 주민들의 피폭선량도 기준치 미만으로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문제가 없으며,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을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갑상선암 유병률이 핵발전소 주변으로 갈수록 높게 나타났을 거라는 주장을 한다. 원고들은 한수원의 이러한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수원이 인근 주민들의 피폭선량이 기준치 미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피폭선량 평가방식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ICRP 피폭선량 평가방식이 타당한지 여부에 따라 한수원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가 정해질 것이다.

사람이 방사능에 피폭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확인하고 얼마나 피폭되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피부 표면에 방사능이 묻어 있는지 여부는 방사선검출기로 확인할 수 있지만 신체 내부가 얼마나 피폭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소변 또는 혈액에서 방사능을 측정해야 한다.

이런 측정은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할 수도 없고, 입자 형태로 존재하는 방사능에만 적용이 되고 이미 쪼이고 나간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방사능 피폭 정도를 평가하는 검사는 혈액세포검사와 염색체검사가 있다. 그런데 한수원이 하는 핵발전소 주변 주민 피폭선량 평가라는 것은 이렇게 주민들의 혈액이나 염색체를 직접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ICRP가 권고한 모델링 계산 방식에 근거하여 추정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뮬레이션이나 추정치라는 것은 어떤 전제조건 하에 어떤 값을 입력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고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실제 주민들의 피폭선량을 측정한 것이 아니고 한수원이 계산한 값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한수원이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하는 ICRP의 피폭선량 평가방식이 타당한 것일까? ICRP모델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LSS)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이 원폭 생존자들 연구는 ① 폭탄 투하로 인한 1회적 피폭, ② 외부피폭, ③ 고선량 피폭에 대한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것이 ICRP모델이다. 그런데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경우 ① 지속적인 피폭, ② 내부피폭, ③ 저선량 피폭이라는 특징을 가지므로 ICRP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버스비 박사는 ICRP 모델은 장기간에 걸친 내부피폭의 위험성을 계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의 모든 핵발전소에 대하여 20년 동안 진행된 ‘핵발전소 인근 소아암 역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의 15개 핵발전소 5킬로미터 이내 지역에 거주하는 0-4세 어린이의 소아암 발병률이 대조군과 비교하여 54퍼센트 증가하였는데, 이 연구는 ICRP 모델과 실제 결과가 최소한 1000배의 오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왜 이렇게 ICRP모델은 실제와 엄청난 오차가 나는 걸까? ICRP모델은 방사선량을 계산할 때 우리 몸의 기관 전체에 방사선 에너지가 평균적으로 나누어진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내부피폭은 우리 몸의 장기 전체에 평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DNA의 특정 부분에 집중되어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CRR 2010 권고문은 ICRP 모델의 계량단위인 선량(dose)은 단위 질량 당 평균적 에너지이고, 그 적용에 있어서 사용된 질량은 1킬로그램 이상이며, 따라서 ICRP모델은 불 앞에서 불을 쬐는 사람과 벌겋게 단 석탄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평균에너지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A: ICRP 모델로서 외부방사선에 의해 조직 전반에 균일한 분포를 보이고, 그 영향은 조직 전체에 균일하게 나타나게 된다. B : 내부방사선피폭에 의하여 소규모 조직에 매우 큰 에너지 전달이 발생하는 것을 보여 준다. 즉 내부피폭의 양상이 실제로는 B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ICRP모델은 A처럼 평균화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피폭의 위험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게 된다는 뜻이다.(이미지 출처 : 크리스토퍼 버스비, ‘내부 방사선 핵종으로 인한 DNA 손상 양상’)

더군다나 ICRP모델은 물리학에 기반한 모델로서, DNA가 발견되기 전에 물리학자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ICRP모델은 유전학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며, 유전체가 방사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나 후생유전학(Epigenetics)의 많은 성과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ICRP모델은 저선량 피폭에 대해 과소평가했는데 2015년 6월 발표된 미국, 프랑스, 영국의 핵산업계 노동자 약 30만 명에 대한 1944년부터 2005년에 걸친 역학조사연구(국제 핵노동자 연구 The International Nuclear Workers Study : INWORKS) 결과 누적적, 외부적, 지속적인 저선량 피폭과 백혈병에 의한 사망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장기적인 저선량 피폭에 의한 백혈병 사망의 피폭선량당 위험도 계수가 고선량 피폭에 의한 피폭선량 당 위험도 계수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저선량 피폭이 고선량 피폭의 위험과 같다는 매우 확실한 실증적인 결과이다. 버스비 박사도 이 연구결과가 ICRP모델이 고선량에 비하여 저선량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증언하였다. 

그러므로 한수원이 ICRP 모델에 근거하여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피폭선량을 평가하는 것은, 실제 주민들이 방사능에 피폭된 것보다 매우 낮게, 실제보다 1/1000 이하 수준으로 위험을 낮게 평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는 바로 주민들의 발암률이다. 주민들의 몸과 건강상태가 방사능 피폭 위험을 보여 주고 있다.

버스비 박사는 이 소송을 ‘인류 미래에 결정적인 전환기가 올 수도 있는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기 전에는 뭔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겼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 가동 중에도 핵발전소는 방사능을 배출하고, 이 배출된 방사능으로 인하여 주민들이 암과 각종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법원의 판결에서 인정된다면 핵발전소에 대한 시각이 또 한번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핵발전소 방사능 배출 영향 범위 안에 있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하고 특히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근거리(최소한 5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은 모두 이주시켜야 한다. 계속 살면 암과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될 수밖에 없는 곳에 누가 살고 싶겠는가? 정부는 에너지정책의 명분으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 일은 아무리 큰 비용이 들더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핵발전소는 없애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김영희 변호사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하는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며 4대강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한 주요 소송으로 새만금소송, 4대강소송,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현대차 주주대표소송, 신고리 5,6호기 관련 소송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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