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주민투표, 반대가 91.7퍼센트

"원전 유치 반대 91.7퍼센트"

경북 영덕군에서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영덕 군민은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는 총20개 투표소에서 11, 12일 이틀에 걸쳐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투표율은 60.3퍼센트로 투표인 명부를 작성했던 1만 8581명 중 1만 120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중 91.7퍼센트인 1만 274명이 원전 유치를 반대했고, 찬성은 865명(7.7퍼센트), 무효 60명(0.6퍼센트)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민투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불법선거라며 주민투표를 방해하고 나서 논란이 거셌다.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국민연대 박재령 대외협력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영덕군 전체에 1000여 장 정도 붙었으며, 투표 당일에는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글씨가 적힌 빨간 한수원 조끼를 입은 500여 명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12일 말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투표 당일에 군민들에 관광을 보내 주고”, 투표를 앞두고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 이름으로 나온 ‘영덕 원전 찬반 투표행위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 가구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소. ⓒ맹주형

지난 11월 5일 산자부와 행자부는 이번 투표가 법적 효력이 없으며, 원전이 건설, 운영되는 동안 인구가 늘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의사를 형성했고, 그것이 주민투표라는 장으로 마련됐다고 이번 투표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이례적 풍경”이라며 핵발전소 문제가 이런 분위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여론 분위기에 대해 “연세가 많은 사람들이 후세가 살기 위해 (원전 유치는)안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들은 원전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덕 주민투표가 진행되는 이틀간 전국에서 지지와 연대 방문이 몰렸다. 영덕 주민이기도 한 박재령 위원장은 “원전 문제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국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맞다”며 이런 가치와 생각을 영덕 주민투표가 잘 담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민투표를 지원하기 위해 성가소비녀회, 창조보전연대, 안동교구, 원주교구 사제 등이 영덕을 방문했다. 천주교 측은 차량지원과 투표독려 등 홍보를 도왔다.

투표기간에 군민들을 투표소로 데려다 주는  차량지원을 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의 맹주형 사무국장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시민의 뜻이 중요한데, 영덕군이 (한수원의) 방해를 묵인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12일 지적했다.

그는 일부에서 투표조작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버금가게 체계적이며, 하나하나 확인하는 등 철저하고,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공정성 시비는 흑색선전이다”라고 했다. 이어 “의미 있는 지역단위 운동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덕군 영해본당의 손성문 신부는 투표기간 동안 투표를 독려하는 방송차량을 운행했다. 그는 주민들이 따로 말할 필요 없이 투표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12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러나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생업이 달린 문제와 관련해 압력을 받기도 한 것 같다”며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손 신부는 “정책을 만들 때 에너지 정책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굳이 주민들이 나서고 투표까지 안 가면 좋은데, 정부가 주민들을 무시해서 이렇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명을 우선시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강원도 삼척의 원전유치 찬반 투표에서는 85퍼센트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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