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변호사의 핵 이야기]

영덕 주민들이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는 2012년 9월 14일 삼척과 함께 영덕군 영덕읍과 축산면 등 일대 324만여 제곱미터를 핵발전소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영덕에 150만킬로와트급 핵발전소 4기 이상을 지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예정’일 뿐으로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된 것은 결코 아니다. 6월 1일 아침 언론에서 영덕에 신고리 7,8호기와 신규핵발전소 2기를 더 짓는 것으로 제7차 전력수급계획 전력수급분과위원회에서 잠정적으로 정했다는 보도가 났으나, 이는 전력수요전망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엉터리 계획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율이 2.5퍼센트, 1.8퍼센트, 0.6퍼센트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 이 계획은 국내 전력 수요가 2029년까지 매년 3퍼센트씩 늘어난다고 예측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 5월 25일 영덕읍내에서 경북 영덕군 영해 본당 주임 손성문 신부와, 서명 운동을 위해 제천에서 온 수녀들이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서명을 받고 있다. ⓒ박혜령

영덕 주민이 반대하면 핵발전소는 못 들어온다

그러니 영덕 주민들은 이미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고 진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하던 식으로 희생을 강요하며 밀어붙이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정말 강하게 반대하면 핵발전소는 들어설 수가 없다.

내가 사는 지역에 핵발전소가 들어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모든 국민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만일 서울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면 정권이 물러나야 할 정도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왜 삼척이나 영덕에는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는 걸까? 핵발전소의 첫 번째 입지 조건은 ‘인구가 적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일어날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것이고, 거꾸로 말하면 핵발전소 부지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이미 잠재적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체르노빌사고는 1986년에 났지만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지역은 사람이 살지 못하고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후쿠시마의 경우에도 일본 정부가 일부 거주 제한 구역(50밀리시버트/연간 이하의 지역, 시버트- 생물학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비치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내는 국제 단위)을 해제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는 대외적으로 마치 후쿠시마 사고가 수습된 것처럼 거짓선전을 하고 내부적으로는 후쿠시마 피난민들에게 주는 보상금을 줄여보려는 나쁜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덕 핵발전소는 관광사업이 발달한 영덕 지역경제에 악영향 줄 것

▲ 지난 5월 25일 영덕 읍내에서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박혜령
정부와 한수원은 영덕에 핵발전소를 짓게 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면 영덕의 대게와 송이, 관광명소들은 상품가치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울릉도 오징어나 제주 은갈치처럼 우리나라에서 지역 이름을 딴 브랜드가치가 있는 상품이 많지 않은데 영덕대게는 그 자체로 매우 높은 브랜드가치가 있다. 200여개 이상의 대게식당과 상가가 집중되어 있는 영덕 강구항에서만 한 달에 40-5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영덕군이 분석한다는 2009년 언론보도도 있었다. 강구에서만 연간 500-600억 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축산항과 영덕 해안가 등의 업소 매출까지 더하면 연간 700억 원 이상의 영덕대게 매출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전국 송이 생산량은 약 31만 킬로그램인데 이 가운데 영덕 송이 생산량은 10만 3625킬로그램으로 전국 송이생산량의 33퍼센트다. 그런데 버섯은 방사능 흡수를 잘해서 대표적인 방사능 오염식품으로 꼽힌다. 2014년 국내에 유통 중인 식품 140종에 대한 방사능 검사결과에서도 표고버섯 등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2015년 3월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제작진이 일본의 농수산물을 직접 사서 방사능 검사를 한 결과 후쿠시마 버섯에서 세슘 27.76베크렐이 검출되어 곶감이나 생선 등 다른 식품보다 단연 방사능이 높게 나왔다.

영덕의 관광객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영덕에는 고래불해수욕장과 장사해수욕장, 대게축제, 삼사해상공원, 칠보산 자연휴양림, 해맞이공원, 영덕 블루로드, 옥계계곡 등 너무나 귀한 관광자원들이 있다. 도시화와 개발이 진행될수록 이들 보전된 자연환경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것이다.

연도 영덕 관광객 수
2006 297만 766명
2007 413만 3921명
2008 583만 9597명
2009 627만 1810명
2010 810만 4697명
2011 825만 620명

 출처 : 영덕군 2012년도 통계연보

그런데 만일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오게 되면 영덕대게, 영덕송이와 영덕의 관광명소들을 누가 찾을 것인가? ‘영광굴비’는 영광핵발전소 때문에 그 유명한 ‘영광’굴비라는 이름을 못 쓰고 ‘법성포’굴비로 이름이 바뀌었다.

후쿠시마 사고 뒤부터 한수원은 2013년 5월 지역산 농수산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하면서 핵발전소의 이름을 영광핵발전소에서 한빛핵발전소로, 울진핵발전소에서 한울핵발전소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지역 경제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핵발전소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평소의 주장과 모순되는 것 아닌가?

원전에서 배출한 가스와 온배수는 대기오염,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가 2005년 영광군의 위탁을 받아 수행한 ‘원전이 우리지역에 미친 영향평가’에 따르면, 입지지역 주민들의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은 외부지역 주민들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에 대하여 83.6퍼센트가 그렇다고 응답하여 방사능 누출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발전소가 농가소득의 감소를 가져왔다고 보는 주민이 66.3퍼센트, 어민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주민이 94.7퍼센트였다. 수산물 판매도 80.0퍼센트가 영광핵발전소 때문에 수산물이 잘 안 팔린다고 응답했고, 90.7퍼센트가 핵발전소 온배수로 인근 어장의 어패류 등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으며, 77.3퍼센트가 핵발전소의 어획량 손실보전에 대한 보상액은 부적정한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로 핵발전소의 정상가동 중에도 배기통을 통해 클립톤 및 제논 등의 희가스 및 휘발성 가스가 배출되고 있으며, 한수원 스스로도 기준치 미달이라고는 하나 액체 및 기체 형태의 방사능을 배출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 100만 킬로와트급 핵발전소 1기가 방출하는 매 초 70톤 이상의 온배수는 배출구 주변의 바닷물의 온도를 주변 바닷물보다 섭씨 6-7도 높여 어장과 해양생태계를 파괴해 어획량이 줄어든다.

원전 주변 지역 암 발생률, 다른 지역보다 3배 이상 높아

돈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2003년 전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등 연구팀이 예방의학회에 보고한 ‘전남지역 갑상선암 발생률 지역 간 차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광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전국의 다른 지역보다 남녀 모두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연구팀이 1997 - 99년 국립암센터 암 등록 자료를 이용해 각 시, 군별 전체 암 발생률과 갑상선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밝혀진 것이다.

[영광핵발전소 주민 갑상선암 발생률(인구 10만 명당)]

구분 전국 전남 영광
남자 1.7명 1.6명 5.0명
여자 8명 8.9명 26.2명

 
올해 3월 21일 방송된 KBS ‘추적60분’에 따르면 월성핵발전소 주변 지역 10곳(감포리, 오류리 등)의 해녀 162명 가운데 갑상선암 환자가 24명으로 발병률이 14.8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60분’ 제작진은 나아리(핵발전소 반경 1킬로미터), 하서리(5킬로미터), 경주 시내(30킬로미터 이상)에서 20년 이상 산 15명의 소변 속에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는데, 핵발전소에 가까이 살수록 삼중수소 농도는 높았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1킬로미터에 있는 나아리 주민들에게서는 1L 당 9.93㏃, 반경 5킬로미터에 위치한 하서리 주민들에게서는 1리터 당 5.00베크렐이 검출됐고, 경주시내 주민에게서는 삼중수소가 측정이 불가능한 극미량이었다. 세포는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삼중수소가 세포 속의 수소를 대체하여 지속적인 피폭이 일어난다.

▲ 지난 3월 21일 방송된 KBS의 '추적 60분', '원전이 불안하다. 원전 암마을의 공포!' 화면 갈무리.

핵발전소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주변 인구가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1995년 대비 2013년 전국 인구는 528만 3434명이 늘었지만, 전국 4개 핵발전소 부지별 인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핵발전소 부지 소재 도시별 인구 증감]

핵발전소 지역 1995년 대비 2013년 인구 증감 현재 인구 수(2013년 기준)
고리 장안읍 -1725명(1998년 대비) 9925명(2012년)
월성 경주시 -2만 483명 26만 3283명
울진 울진군 -1만 8764명 5만 1953명
영광 영광군 -1만 8499명 5만 7617명

출처 : 통계청 인구통계를 필자가 재구성, 장안읍은 인구통계가 1998년부터 2012년 자료까지만 확인이 가능했다.

설비용량이 클수록 훨씬 위험하다

노후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대한 걱정이 많고 이 두 발전소를 폐쇄하라는 요구가 크다. 고리 1호기는 58만 킬로와트, 월성 1호기는 67만 킬로와트 급으로, 정부가 영덕에 지으려고 하는 150만 킬로와트 급 핵발전소 1기는 고리 1호기나 월성 1호기의 2.2-2.5배 규모다. 만일 4기를 짓는다면 고리1호기의 10배, 월성1호기의 8.8배 가까운 규모의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100만 킬로와트 급 핵발전소 6기보다 150만 킬로와트 급 핵발전소 4기가 훨씬 위험하다. 설비용량이 커질수록 핵발전소는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핵발전소 수명도 60년이나 되고, 울진에서 보듯이 한번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면 10기 가까이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

한편, 핵발전소 지원금이라는 것이 주민들에게 직접 주는 돈이 아니다. 핵발전소 지원금은 크게 해당 지자체로 지원되는 ‘특별지원금’과‘기본지원금’, 한수원이 직접 집행하는 ‘사업자지원금’ 등으로 분류된다. 특별지원금과 기본지원금은 사업주체가 지자체인데, 이 돈은 지자체장의 선심성 사업에 쓰이는 일이 허다하다. 사업자지원금은 사업주체가 한수원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사업이 한수원 홍보나 단기사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핵발전소 지원금을 두고 횡령 혐의나 주민들 사이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핵발전소 지원금의 일정 비율만큼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줄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도 핵발전소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 건설이 필수적인데 아직 정부는 송전망 건설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주변주민의 건강피해는 물론, 핵발전소 부지 주변뿐만 아니라 상당한 지역이 땅값 하락 등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실상을 제대로 공개할 리가 없으니 영덕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나서야 한다.

 

 
 
김영희 변호사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하는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며 4대강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한 주요 소송으로 새만금소송, 4대강소송,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현대차 주주대표소송, 신고리 5,6호기 관련 소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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