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들이 말하는 ‘남북 종교인 모임’ 성과

남북한 종교인 200여 명이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금강산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종교인 모임’을 열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임에 남한에서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이 참여했고, 북한에서는 조선 불교도련맹, 그리스도교련맹, 카톨릭교협회, 천도교가 참가했다. 한국 종교인평화회의(KCRP)에 따르면 남한에서 145명, 북한은 70명의 종교인이 모임에 나왔다. 주된 일정은 남북 대표의 축하연설과 공동성명 발표, 종교단체별 상봉, 등산, 연회였다.

▲ 남북한 종교인 200여 명이 11월 9-10일 금강산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종교인 모임’을 열었다.(사진 제공 = 한국 종교인평화회의)

원래 이번 모임에 한국 천주교에서는 KCRP 공동회장이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한일주교 교류모임과 일정이 겹치면서 참석하지 못했다. 김 대주교를 대신해 남북 종교인 모임에 나섰던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는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민화위(민족화해위원회)가 풀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타진하기 위해 나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 신부는 최근 조선 카톨릭교협회 회장과 종교인협의회 회장을 함께 맡게 된 강지영 씨를 이번에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강지영 회장은 1956년생으로 조선 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지낸 바 있다. 그동안 카톨릭교협회와 종교인협의회에서 활동했던 장재언 전 회장은 건강이 나빠져 이번 모임에 나오지 못했다.

이은형 신부는 강지영 회장과 “앞으로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서 화해의 분위기를 종교계가 앞장서서 주도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말했다. 이 신부에 따르면 이번 모임에 조선 카톨릭교협회에서는 7명이 참여했다.

앞서 한국 천주교는 남북한 천주교 신자가 모이는 신앙대회를 열고자 준비했으나 남북관계가 나빠지자 실행하지 못하고, 이를 대신해 지난 10월 15일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오혜정 수녀(주교회의 민화위 사무국장)는 남북 종교인 모임에 실무 점검단으로 참여해 11월 8일부터 3일 동안 북한에 머무르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오 수녀는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인 북한 측에서 “행사를 정말 잘 하려는 마음이 많이 느껴져 감사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남북 종교인들이 공식 행사에서 대규모로 만나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어서 굉장히 반가웠고 새로운 얼굴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혜정 수녀는 최기산 주교(인천교구장)가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이었던 2000년대 초에도 남북 종교인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금강산관광지역 안에 숙박시설이 없어서 “배 안으로 돌아와 우리끼리 기도 모임을 했다”고 말했다. 오 수녀는 “그런 기억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오후에 식사 외에 특별한 게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면서, 그럼에도 북한 종교인들과 서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이 “참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 11월 10일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종교인 모임’에 참여한 남한 종교인들이 금강산 호텔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사진 제공 = 한국 종교인평화회의)

두 사람 외에도 남한 천주교에서는 권길중 평신도사도직단체 협의회장, 나명옥 신부(살레시오회), 주교회의 양덕창 부장(KCRP 중앙위원) 등 15명이 참여했다.

남북 종교인들은 11월 9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과거 남북한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지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북 종교인들이 서로의 신앙과 교단을 존중하고 연대를 강화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청산을 회피하고 군국주의로 내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모임은 한국 종교인평화회의와 북한의 조선종교인협의회가 9월 22일 개성에서 만나,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 종교인 모임을 열기로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뤄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