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의 비관론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는 가정에 관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다. 이에 즈음해 지난 17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의원들에게 한 연설을 듣고 시노드에 관한 또 하나의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보수파 쪽에서다.

영국의 보수당계 정치잡지인 <스펙테이터>는 데미안 톰슨이 쓴 글에서 이번 연설에서 드러난 대로 교황의 의도가 관철되면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크게 분열될 것이라고 보았다.

▲ 이번 시노드에 임하는 교황의 뒷모습.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톰슨에 따르면 이번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으로 (피임과 이혼 문제 등에) 각 지역 주교회의에 권한을 주는 교회의 분권화를 자신이 가진 교황의 권위로써 실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시노드가 열린 직후 일부 추기경이 이번 시노드 토의 구조가 너무 소그룹 단위로 나눠진 것은 진보파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의도라고 불평하는 연명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이것이 언론에 누설되어 큰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이번 시노드 때문에 교회가 갈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직후 교황은 시노드 연설에서 “음모”는 없다고 일축했다. 13명의 서명자에는 신앙교리성 장관인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교황청의 “제3인자”인 재정원장 조지 펠 추기경, 경신성사성 장관 새러 추기경이 포함됐는데, 이 가운데 4명은 보도 직후에 자신의 서명 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로부터 분권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자신을 “로마의 주교”라고 부르면서 (교황청 추기경들이 아닌) 세계 각지의 지역 주교들과 자신의 연대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시노드 여정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목자이자 스승으로서 권위 있게 말하는 로마의 주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정점에 이른다”고 말했다. 톰슨은 이 표현은 보수적인 베네틱토 16세가 교황으로서 썼던 표현들보다 더 권위적인 것이라며, 그 뜻은 “내가 대장이야. 그러니까 당신들은 내 말 들어, 다른 생각 말고.”라고 해석했다.

또한 톰슨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파들의 넋을 빼 놓은 한 마디를 했다. “가르치는 교회와 배우는 교회를 확실히 구분하는 사고방식은 신앙 감각을 제대로 갖고 있으면 누그러지게 된다. (전통적으로 가르침의 대상이던 평신도) 양떼는 주님께서 교회에 드러내 보여 주시는 새 길을 식별할 자기 자신의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톰슨은 이 말의 뜻은 이번에 시노드가 끝나고 내년에, 교황이 시노드 결과를 감안해 이번 시노드 주제에 대해 내놓는 결론을 봐야 알 것이라고 했다.(편집자 주- 교황의 발언은 주님이 인도하는 길을 목동인 성직자들뿐 아니라 양떼인 평신도들도 나름대로 스스로 식별해 따라가므로, “가르치는” 이들이 이 양떼의 판단에서 배우기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보수파 주교들이 자신들이 아는 교리만을 고집하지 말고 평신도들이 현실에서 주님의 뜻이라고 식별한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톰슨은 교황의 발언은 시노드가 끝나고 사태가 정리된 뒤에 더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사태가 조용해질지 모르겠다면서, 많은 보수파 가톨릭신자들은 가능하면 빨리 다음번 교황선거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신이 교황직을 사임한 것이 과연 하느님 뜻에 맞는 것이었는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톰슨은 교황이 지금 교황청을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그가 교황이 되고 자신의 거처로 교황궁이 아니라 손님들이 묵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을 때부터 그런 뜻이 있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옛날 보수파의 주장이었던) 교황지상주의(ultramontanism)가 이제 (진보파 교황에 의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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