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얼마 전에 친한 후배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물어 왔습니다. 가족 중에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들(보통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다니므로)을 지금껏 한번도 안 만나 보신 분들은 사실 거의 없을 겁니다. 이 사람들이 실제로 집을 방문해 말씀 좀 나누자고 했던 기억이 제게도 몇 번이나 있습니다. 주로 오전에 ‘증인’들의 방문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걸 인지하게 된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던 시절의 경험 때문입니다. 일찍 움직일 필요가 없다보니 오전에 여유를 부리고 있노라면, 띵동~! 기억건대, 남자 신도끼리 다니는 경우는 못 봤고, 주로 여자 여자 혹은 남녀 신도가 한 조가 되어 찾아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앉아서 그들의 교리를 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들이 오면 갑자기 제 삶이 바빠야 할 이유들이 떠올랐습니다. 띵동~! 에 무심결에 누구세요? 라고 응답해 놓고, 그들이 기다림에 지쳐 문 앞에서 떠나기를 숨죽여 기다리기는 싫었으니까요. 하지만 한두 번 학습된 경험으로 인해, 초인종 소리에 바로 반응하기보다 밖을 내다보는 렌즈를 먼저 조용히 확인하고 반응을 하는 태도를 익히게 되었습니다.

▲ 여호와의 증인에서 발행하는 '파수대'.(사진 출처 =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지금 생각하면, 한번쯤은 그들을 모시어 차라도 한잔씩 대접해 드리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았을 거라고 어림해 봅니다. 뭐.... 그 이야기라는 것이 결국 그들의 교리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냉대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찾아와 주는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분명 그들도 주변에 함께 사는 이웃인데, 너무나 미리 차단하고 지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지극히 폭력을 반대하는 다소곳한 이들이란 걸 언젠가부터 인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릴 때 본 미국 공포 영화 중 ‘캐리’(Carrie)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초능력을 지닌 주근깨 소녀 캐리는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다가 분노에 휩싸여 친구들에게 무시무시한 복수를 합니다. 피로 얼룩진 파티 장면과 캐리의 무덤에서 갑자기 손이 나와서 심장을 멎게 했던 마지막 반전....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그리 좋질 않습니다. 아무튼 캐리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여고생인데, 그 엄마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캐리에게 매우 엄격했습니다. 이 영화의 기억이 분명, ‘증인’들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강화시켰다고 하겠습니다. 부정적 견해와 맞물려 주변에서는 이미 그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상존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수도회에 입회 뒤 세월이 흘러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무렵, 파리 유학 시절에 우연히 알게된 청년 하나가 여호와의 증인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그의 집안이 어릴 때 잠시 여호와의 증인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본격적인 신앙생활은 하지 않고 있다가, 그가 파리에 유학와서 홀로 지내던 때 만난 ‘증인들’에게 많이 의지했었나 봅니다. 그들은 그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많은 것을 친절히 도와줬습니다. 그리하여 귀국하고 나서도 그는 ‘증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친분을 지닌 사람 중에 ‘증인’이 있다 보니, 그들과 벽을 쌓고 사는 것 보다 타종교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특히, 그들이 무기를 손에 들지 않는 굴하지 않는 태도는 참으로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무리 성경을 글자 그대로 이해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오늘처럼 강대국 주도의 무장이 강요되어 세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분위기에서 그들의 행동은 영웅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총을 손에 들지 않는 신조로 인해, 의무병제인 한국에서 남자 ‘증인’들은 결과적으로 병역거부자가 됩니다.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보이는 ‘증인’들의 또 다른 태도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수혈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데 ‘증인’ 부모는 수혈을 허락치 않아 아이가 죽었습니다. 간헐적으로 사회면에 나오던 기사입니다. 이런 것들이 여호와의 증인들을 화성에서 온 사람들 취급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였다고 봅니다.

▲ '여호와의 증인'을 시작한 찰스 테이즈 러셀.(사진 출처 = ko.wikipedia.org)
여호와의 증인은 1870년경 미국에서 성서학자인 찰스 테이즈 러셀(Charles Taze Russell)의 주도로 이뤄진 성서 연구 운동의 결과로 생겨났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종파라기보다는 종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을 새로운 종교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를 들자면, 우선 그들은, 삼위일체 교리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시라는 것도 부인합니다. 셋째, 영혼 불멸도 믿지 않습니다. 육신이 죽을 때 영혼도 죽는다고 믿기에 연옥이나 지옥도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 종말에는 의인들의 영혼만 살아나 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천주교 용어사전 참조) 영혼 불멸을 믿지 않으면서 천국에 이를 영혼들만 깨워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라는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교와는 다른 종교라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은, 그들끼리의 공동체 내에서 신도들에게 훌륭한 행실과 높은 도덕성을 강조합니다. 담배, 마약, 술취함, 혼전 성관계, 간음, 음행, 살인, 도둑질, 부정직, 거짓말, 사기, 폭력 등의 모든 부도덕한 행실 등에 매우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체 밖에 있는 일반인들이 볼 때, 이런 삶이 얼마나 고지식한 삶이겠느냐 답답해할지 몰라도, ‘증인’들끼리의 삶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 듯합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공동체의 심의위원회 같은 성격의 모임이 작동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의 반성 태도에 따라 제재 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서 더 궁금하시다면 증인들이 찾아왔을 때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눠 보실 수 있겠지만.... 폭력과 거짓말을 싫어하는 좋은 이웃 정도로 보시고, ‘증인’들에 관해 궁금했던 것은 오늘 속풀이 정도에서 푸시고, 오히려 우리의 신앙에 관해 궁금하거나 더 알고 싶은 걸 묻고 탐구하시길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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