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최기산 주교 면담 요구 거듭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이 7월 2일 오전 천주교 인천교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의 "정상화"를 위한 교구의 자성과 노력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노조는 교구청에서 사무처장 안규태 신부를 만나 두 병원 운영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교구장 최기산 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노조는 최 주교와 면담을 원하는 것은 두 병원이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 7월 2일 인천교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미자 보건의료노조 세림병원 지부장이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의 글을 대독하고 있다. ⓒ강한 기자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교구 면담 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만나, 안 신부에게 최근 경찰 수사 결과와 함께, 인천성모병원에서 노조 지부장이 '집단 괴롭힘'을 당한 일을 알렸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안 신부가 '병원을 담당하는 신부는 따로 있고, 자신은 교구 사무처를 관할하기 때문에 잘 몰랐다. 전달은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천성모병원의 병원장은 이학노 몬시뇰이 맡고 있다.

유 위원장은 "너무 안타깝고, 이런 소식을 듣고 가톨릭 신자들이 가슴 아파한다"면서 "불법이 확인됐으니 더 확대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천주교가 운영하는 병원은 아프고 가난한 사람을 보듬는 공간인데, 돈벌이를 강요하면서 그 안에 있는 이(직원)들은 다 멍들고 힘들어 하고 있으며 다른 병원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그동안 보건의료노조는 국제, 인천성모병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최 주교 면담을 2번 요청했으나 아직 만나지 못했다.

앞서 6월 22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허위 환자 유치 등으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의 병원장, 의사 등 17명을 잡아냈다고 밝혔다. 국제성모병원은 지난 2월부터 의료급여 부당청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한편, 오늘(7월 2일) 기자회견에서는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이 쓴 글을 이미자 세림병원 노조 지부장이 대신 읽었다. 이 글에서 홍 지부장은 "저와 우리 노조는 국제성모병원 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국제성모병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시위 현장에도 아무도 없었음이 확인됐다"면서 "그러나 병원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저를 배후의 인물로 지목하고 '집단 괴롭힘'이라는 끔찍한 일들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홍 지부장은 부서장과 중간관리자들이 하루에도 수 차례씩 자신이 일하는 부서에 찾아와 동료와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 위협을 했고, 지금은 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3개월째 병가 중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자신도 천주교 세례를 받았으며, 노동계가 가톨릭교회의 많은 지원을 받아 왔기에 교구청 앞에서 규탄 발언을 하는 것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홍명옥 지부장에 대한 괴롭힘은 "적반하장"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노조 지부장에게 지우려는 만행에 대해 인천 지역 노동자들은 대단히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 7월 2일 인천교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며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가운데)이 '돈벌이, 독재, 인권유린'을 상징하는 얼음을 깨뜨리고 있다. ⓒ강한 기자
이어 "교구 차원의 자정 노력을 기대했으나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라면서 "저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인천 지역의 사회단체를 아우르는 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발표한 글에서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를 무색하게 하는 "돈벌이 경영, 독재 경영, 인권유린 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국제성모병원은 '환자유치의 날'을 정해 병원 직원들의 친, 인척을 동원, 환자를 모은 뒤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자기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등 불법적 환자유치에 열을 올렸다"고 지적했으며, 이것은 "인천성모병원에서도 ACE 3000, ACE 4000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환자유치 프로그램과 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늘 오후 5시부터 인천성모병원 주변에서 직원과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 주고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7월 15일에는 지역 대책위를 만들고, 28일에는 국회에서 토론회를 연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7월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경희의료원, 고려수요양병원, 부산대병원과 함께 인천성모병원을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 3대 존중 병원 만들기 우선해결 사업장'으로 선정했다면서, "산별노조 차원의 총집중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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