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해방신학은 기독교 신학에 어떤 새로운 주제를 도입했다기보다는 신학을 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소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모든 신학과 마찬가지로 해방신학 역시 신학의 모든 주제들, 예를 들어 신, 삼위일체, 그리스도, 성령, 은혜, 죄, 교회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해방신학이 다른 모든 신학과 구별되는 독창성은 이 모든 주제들을 가난하고 억압된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즉 구티에레스의 말대로, 이 세계를 ‘가난한 자,’ ‘역사의 패배자,’ 혹은 ‘역사 하부’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가난한 자에 대한 선택’이라는 신학적 방법론이 남미 해방신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방신학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해방신학의 방법론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1. 상황화

전통적 서구 조직 신학은 신학의 여러 가지 개념들을 매우 추상적이며 철학적인 언어로 설명해 왔다. 역사의 과정과는 별개로 ‘영원한 진리’라는 측면에서 신학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최근의 인류학과 선교학의 발전은 우리로 하여금 각 문화에서 복음의 상황화 필요성에 대하여 깨닫게 했다. 복음의 상황화는 복음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은 선교학이나 문화 인류학에 앞서 복음의 상황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2. 프락시스(Praxis)(프락시스적 해석학: 믿음과 행위)

올바른 성서 해석을 위하여 철학이 아니라 사회학이 도구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억압/해방의 구도 속에서 해방으로서의 구원에 대한 이해는 해방신학의 방법론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프락시스적 해석학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 자세하게 언급하려고 한다.

이러한 신학적 방법론과 성서적 논거를 가지고 남미 해방신학자들이 탐구하려 했던 핵심 주제는 ‘지상에서의 해방’과 ‘하늘에서의 구원’ 사이에 있는 연관성에 관한 것이다. 남미 해방신학자들에게 ‘해방’은 언제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었다. 그리고 역사는 “자유의 정복으로서의 역사”였다.

이 말은 해방신학자들이, 해방을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종속관계에서 벗어나는 일시적이고 우연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가 확대되어 “인류가 자기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느님나라의 실현과 연관된다. 구원은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통한 하느님나라의 실현이다.

▲ 최후의 심판: 하늘나라에 있는 야곱, 아브라함, 이사악, 안드레이 루블레프.(1408)

우리는 해방신학의 종말론, 즉 해방신학이 말하는 하느님나라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남미 해방신학의 ‘신학’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해방신학의 하느님나라 이해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해방신학은 미래의 저 세상에 있는 하느님나라가 아니라 이 땅 위에 역사적 변혁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하느님나라에 더 관심을 가졌다. 둘째, 하느님나라는 철저하게 가난한 자들의 나라이고 그들에게 속해 있다. 셋째, 해방신학의 하느님나라는 매우 현실주의적이다. 하느님나라는 백지 상태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反)하느님나라 세력과의 투쟁에서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후퇴하기도 하고 전진하기도 한다. 넷째, 하느님의 나라는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다. 소브리노에 의하면 하느님나라는 “완전히 하느님의 주도에 의한 선물이자 은혜”이며 구티에레스에 의하면 그 나라는 “하느님의 자유롭고 공로에 의존하지 않는 사랑이며 이것은 인간의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노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런 하느님의 나라는 결코 역사의 일시적인 진보로 축소되거나 그것과 동일시될 수도 없다. 다섯째, 하느님나라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즉 ‘인간의 인과성’(human causality)을 강조했다. 위와 같은 특징들로부터 우리는 해방신학의 신학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방신학의 방법론은 비성서적인 이원론에 대한 거부로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1. 영혼과 몸의 구분을 극복
2. 개인과 공동체의 구분을 극복.
3. 이론과 실천의 구분을 극복.
4. 영원과 시간의 구분을 극복.
5. 구원사와 우주적 역사의 구분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방신학은 신학의 출발점과 방향을 실천의 우위와 탈식민주의 신학에 두고 있고 사회과학적 분석의 도입과 이데올로기 비판, ‘가난한 자와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해방신학은 기존 서구 신학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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