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해방신학을 향한 가장 큰 비판과 오해는 아마도 해방신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무장 투쟁에 적극적이며 게릴라전도 불사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해방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폭력적인 집단과 깊은 연관을 맺는 매우 폭력적인 사람들, 험악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생각이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오해에 휩싸인적이 있다. 한번은 해방신학과는 상관없는 다른 주제의 강연을 하는 중이었다. 중간 휴식 시간에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보고 험악하지 않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나는 매우 과격한 사람이었고 외모도 험악하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해방신학, 무장투쟁 선동이 아닌 평화 협상 중재의 근거

과연 해방신학은 무장투쟁을 선동하는 신학일까? 해방을 위해서는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해방신학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간단하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해방신학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한 무장 게릴라의 행위에 대한 비판에서 약간의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대다수의 사제들과 신학자는 사회정의의 획득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폭력 사용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폭력의 사용을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게릴라들의 무력 충돌을 중재하기 위한 평화 협상의 중재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하기도 하였다. 엘살바도르의 엘라쿠리야와 니카라과의 에르네스토 카르네달 신부의 경우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신학과 무장투쟁의 연관성에 있어서 콜롬비아의 경우는 독특한 모습을 보인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골콘다(Golconda)

콜롬비아의 지방의 이름인 골콘다를 명칭으로 사용하는 사제 그룹의 경우는 해방신학과 무장투쟁의 관계에서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그룹은 1968년 콜롬비아의 골콘다 지역에서 비센테 메히아(Vicente Mejia), 레네 그라시아(Rene Gracia) 등 몇몇 사제를 중심으로 결성된다.

결성 초기에 이 그룹은 바오로 6세 교황의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의 내용을 심화시키는 일에 주력하였다. 그러나 차츰 이들은 카르타헤나 데 인디아스(Cartagena de Indias) 지역의 사회적 구조 변화를 시도하는 조직으로 변한다. 이에 따라 정부군의 탄압을 받게 되고 탄압에 쫓기던 그들 중 일부는 당시의 게릴라 조직인 민족해방전선에 가담하기에 이른다. 그 뒤 골콘다 그룹은 제2차 모임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행동원리를 결정한다.

1. 제국주의에 투쟁하는 혁명행위에 적극적인 헌신을 유지한다.
2. 교회 내부를 개혁하고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을 거부한다.
3.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를 제거하는 사회건설을 도모한다.
4. 통일된 하나의 혁명전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민중투쟁가들의 행위의 연합을 모색한다.

무장투쟁은 적극적인 활동 방법의 하나

▲ 콜롬비아 민족해방군의 일원이자 사제였던 카밀로 토레스.(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골콘다 운동에는 위에서 언급한 비센테 메히아, 레네 그라시아와 로베르토 베체라(Roberto Becerra) 신부, 마누엘 알라사테(Manuel Alazate) 신부와 스페인 아라곤 출신의 도밍고 라인(Domingo Laín)신부, 마누엘 페레스(Manuel Perez) 신부 그리고 호세 안토니오 히메네스(Jose Antonio Jimenez) 신부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 중 무장투쟁의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바로 스페인 아라곤 출신의 신부 세 사람이었다. 이들은 스페인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농민 활동에 적극 가담하게 된다.

특히 마누엘 페레스 신부를 살펴보자. 그는 1966년 사제품을 받은 뒤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사목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 뒤 그는 1967년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참혹한 가난의 현실을 직접적 목격한다. 그곳에서 그는 농민 공동체를 조직하여 그들과 함께 가난의 현실과 불의를 향한 투쟁을 시작한다. 이러한 활동은 지주들의 극심한 반대를 불렀고 급기야 미국출신의 대주교 레일리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

마누엘 페레스는 그곳을 떠나 1968년 카르타헤나 데 인디아스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헤라르도 발렌시아(Gerardo Valencia) 신부의 소개로 골콘다 그룹을 알게 되고 이 그룹에 참여한다. 그는 골콘다 그룹을 통하여 민족해방군에 가담하기에 이른다. 마누엘 페레스, 도밍고 라인 그리고 호세 안토니오 히메네스 신부등 세 사람은 민족해방군의 일원이 되어 게릴라전을 직접 수행한다. 이들 중 호세 안토니오 신부는 게릴라에 가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뱀에 물려 3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도밍고 라인 신부는 6년 뒤에 전사하고 마누엘 페레스 신부만이 살아남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는 1998년까지 근 30여 년을 게릴라 무장 투쟁을 계속하였다. 마누엘 페레스 신부는 1983년 민족해방군의 사령관 자리에 오르며 민족해방군이 벌인 가장 잔혹한 행위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기도 한다.

해방신학과 무장투쟁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에서 마누엘 페레스 신부를 비롯한 골콘다 그룹의 행동에 대한 지적은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무장투쟁 가담은 해방신학이 무장투쟁을 조장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데 폭력 사용을 정당화, 합리화 시킨다는 비판을 조성하는 데 단골메뉴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무력투쟁 가담이 해방신학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신학임을 증명하는 데 충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상 이들과 해방신학의 직접적 관련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애매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해방신학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해방신학의 대대수의 신학자들과 참여자들이 공개적으로 무력투쟁을 정당화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우리는 대다수의 참여자가 무력투쟁에 의한 생명살상과 희생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의 민족해방군의 사령관으로 일생을 마쳤던 마누엘 페레스 신부는 생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세 종류의 그리스도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혁명적인 헌신의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신앙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현실에서 당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답변을 점차 내면적인 차원에서 찾으려는 이들이다.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신앙적인 답변을 발견하지 못하고 마침내 신앙을 포기하고 혁명과정에만 참여하는 이들이다.

세 번째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의 문제와 질문에 대한 공동체적인 신앙의 답변을 발견하고자 신앙 공동체 안에서 혁명에 대한 헌신을 계속해 나가는 이들이다. 바로 이들이 해방신학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실제적인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인 답변과 혁명적인 헌신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해방신학은 폭력혁명을 주장하지 않지만 불의에 순응하기를 권하지 않는다

무장투쟁에 가담한 마누엘 페레스 신부 등 일부의 해방신학 사람들은 불의한 현실상황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질문 앞에서 혁명에 대한 헌신을 간직한 채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 답변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무장투쟁이 해방신학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조장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것이 단순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폭력혁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해방신학은 폭력사용을 정당화하는 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해방신학은 거대하고 조직적인, 권력에 의해 정당화 혹은 합법화된 폭력에 대해 저항을 포기하고 순응하기를 권유하고 주장하는 신학도 아니라는 것이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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