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바둑판처럼 잘 정비되어 있는 만덕 5지구의 모습.ⓒ장영식

▲백양산에서 바라본 만덕 5지구의 모습. 만덕은 대부분 고층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었고, 유일하게 만덕 5지구만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장영식

만덕 5지구가 사라지고 있다.
부산에서 몇 남지 않은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
넓은 신작로가 바둑판처럼 연결되어 있고
집집마다 대추나무가 아름다웠던 햇살 곱던 마을이
토건세력의 개발 이익을 위해 파괴되고 있다.

유신정권 시절,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부산시 수정동과 영도 산복도로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을
지금의 만덕 5지구로 집단 이주시켰다.

정겹게 살고 있던 동네를 떠나 만덕 5지구로 입주한 사람들은
대문조차 없던 집에서 매서운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가난하고 힘든 나날이었지만,
내 집에서 산다는 설렘 그 하나로 모진 추위를 견디며
마을공동체를 일구고 가꾸면서 40년을 살았다.
지금은 마을 안의 집들이 하나하나 철거되고 있다.

사람들은 LH공사가 쥐어 준 보상금을 받고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아직도 이 마을을 지켜 내려고 몸부림 치고 있는 사람들은
무자비한 토건세력들의 겁박에 맞서야 한다.
필자도 이 마을의 모습을 담으면서
LH공사 하청업체의 건장한 젊은 직원들로부터
표현할 수조차 없는 폭언과 겁박을 겪어야 했다.

▲ 토건세력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만덕 5지구의 황량한 모습.ⓒ 장영식

▲ 토건세력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만덕 5지구의 황량한 모습.ⓒ 장영식

이제 이 마을이 사라지고 나면 이 아름다운 마을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단절되고,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우리는 발호하는 토건세력의 개발 이익을 넘어 더 늦기 전에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보존하고 복원해야 할 것이다.
그 보존과 복원 사업의 출발이 만덕 5지구가 되길 소망한다. 

▲ 페이스북 "비주류사진관" 사진가들이 만덕 5지구를 촬영하고, 마을 곳곳에서 현수막 전시를 하고 있다.ⓒ 장영식
 
▲ 페이스북 "비주류사진관" 사진가들이 만덕 5지구를 촬영하고, 마을 곳곳에서 현수막 전시를 하고 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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