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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와 희생의 시스템[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비학마을의 공동묘지는 신고리핵발전소 단지 안의 원자력연수원 뒤편 바닷가에 있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이 녹아 있는 공동묘지 너머로 고리 4호기와 신고리 1, 2호기의 모습이 보인다.ⓒ장영식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에는 효암마을이 있었습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는 세 곳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비학마을과 골메마을 그리고 신리마을입니다.

효암마을은 신고리핵발전소 1, 2호기가 건설되면서 임랑 등으로 이주하였고,
비학마을과 골메마을은 신고리핵발전소 3, 4호기가 건설되면서
비학마을은 간절곶으로 유명한 나사리 등으로 이주했고
골메마을 원주민들은 신리마을 등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신리마을은 고리핵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이주한 주민들과
신고리핵발전소 건설로 효암마을과 비학마을 그리고 골메마을 주민들이 이주하며
원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생긴 마을입니다.

그런데 신고리핵발전소 5, 6호기가 건설되면
신리마을은 신암마을과 함께 또다시 마을은 사라지고
다른 곳으로 집단 이주해야 할 형편입니다.

어떤 주민들은 고리핵발전소와 신고리핵발전소 건설에서부터 시작된 이주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는 유민(流民)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도심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중 삼중으로 희생을 요구하며 건설됩니다.
핵발전소는 마을과 마을을 대립시키고, 사람과 사람들을 분열시킵니다.

그 대립과 분열 가운데에는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자리합니다.
밀양 765kV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반목과 갈등, 마을공동체의 파괴가
핵발전소 건설 예정 마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건설이라는 과거의 기억과 망각 속에서 재현되고 재현되는
모순의 굴레에서 희생되는 것은 고향을 잃는 원주민들입니다.
최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고향을 상실한 사람들이 ‘고향상실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은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절절한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던 아름다운 삶의 공동체를 복원해야 합니다.
그 복원의 첫 걸음은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전환임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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