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우리 수녀원의 종신서원과 첫서원, 그리고 수도원의 사제 서품식이 있는 1월이다. 종신서원을 한 후배 수녀님들이 장미화관을 쓰고 “성모의 노래 – 마니피캇”을 노래할 때,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하신 큰일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신서원을 한 어느 수녀님의 아버님이 “딸이 태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미스 코리아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네 애들과 별의별 장난을 다 하고 돌아다니고, 치마를 사다 줘도 안 입고 매일 바지만 입었어요. 그런데 수녀가 되겠다고 해서, 내가 평소에 봐 왔던 수녀님의 모습과 너무 달라, 쟤가 무슨 수녀가 되겠냐 했어요. 그런데 내 꿈을 깨고 하느님의 뜻대로 되어, 이제 평생 오늘처럼 치마만 입고 살겠네요”라며,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감사하다”고 말씀하실 때,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박장대소하고 웃었다.

그런 와중에 머릿속을 맴도는 노래 한 곡. 아빌라의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기도, “아무 것도 너를”이다.

정말 오늘 제대에서 서명한 약속대로, 모두가 듣고 보는 앞에서 서약한 대로, 충실하게 하느님 앞에서 서약한 삶을 살아 주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 대한 바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쁜 시기에, 원주에서 서울까지 미사 한 대 바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해 왔는지도 모른다. 미사가 끝나면 축하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식사마저 서둘러 해야 하며, 왔던 길을 되짚어 고속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가서, 일을 해야 함에도 말이다.

“아무 것도 너를”

혼자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열고 성가를 찾아 크게 틀어 본다. 동생 수녀님이 부른 노래가 멋지게 내 귓가에 와 앉는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하느님만이 전부인 삶. 하느님 때문에 부족함이 없는 삶.

나도 종신서원을 준비하며, 삼대서원(정결, 청빈, 순명)에 대해 깊이 묵상한 적이 있었다.무엇을 살겠다고 겁 없이 제대 위에서 서명을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고 싶었다.

내 종신서원식에 참석했던 이들도 나의 부족함을 안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부족한 나를 쓰시겠다고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른다.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삶. 때론 그들 가까이 있기보다 서류 속에 파묻혀 있을 때가 많다. 아무리 그들을 위한 서류라지만, 서류를 훌훌 털고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때가 더 좋다.

욕심 없이 살자.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내 일이 아닌 것을.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되리라.

▲ 예수의 성녀 데레사.(이미지 출처 = ko.wikipedia.org)

 

아무 것도 너를

- 김충희 작곡

아무 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 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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