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성탄이다. 책상 위에 조그만 구유를 놓으니, 이 작은 아기를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신수련 피정을 하며 이 작은 아기를 차마 어쩌지 못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만히 안아 올렸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간 적이 있었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방문하지 못한 많은 분들께 죄송하기는 하지만, 하느님께 큰 감사와 사랑을 드리는 날들이 되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던 마구간 구유 자리에는 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 말들이 있었다는 자리를 돌아보면서 낮추어져야 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가슴에 새겼었다.

그래서일까? 복음을 읽을 때면 그때 가 보았던 그 자리들이 떠오른다. 키 작은 문을 통과하면서부터 설레던 마음은 목동의 마음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 기울여 듣던 성지해설자의 말에도 목이 메었었다.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예비자 교리를 가르칠 때 한 살레시오 원로 신부님께서 하셨던 말을 즐겨 인용하곤 했었다. 만일 여러분이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막 은행에서 찾아 주머니 깊이 넣었다고 하자. 몇 번을 만지며 길을 건너려고 할 때 싸르르 배가 아파오며 설사가 났다고 하자. 주위를 살피다 들어간 건물 화장실. 휴지가 없었다. 급한 김에 주머니에 넣었던 휴지가 생각나 찾다가 빳빳한 백만원짜리 수표가 툭 떨어졌다. 아뿔사 설사로 난리가 난 그 변기통에 떨어진 수표. 어쩌지? 애기 똥 기저귀 한번 갈아 본 적이 없는데....

신부님께선 말씀하셨다.
1) 더러운데 그냥 간다.
2) 우선 놔 두고 건질 만한 것을 찾으러 간다.
3) 사람들을 불러 꺼내 달라고 한다.
4) 무조건 손을 넣어 꺼내 수돗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씻어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여러분은 몇 번을 선택하겠는가? 신부님의 결론은 이러했다. 단돈 백만 원도, 아니 그것이 만 원짜리 지폐여도 우린 그걸 꺼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정성을 들여 만든 인간을 망가지도록 놔 둘 하느님이시겠는가? 그래서 사람이 되어 오셨다.

이 거룩한 성탄시기에 한 번쯤 구유에 누우신 예수님을 경배하며, 찬송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바쁜 일 다 놓고 그 앞에 앉아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 볼 일이다.


구유에 누워 계시니

후렴 : 구세주 오늘 나셨네 구유에 누우신 주 예수 구세주 오늘 나셨네 다함께 찬송합시다
1) 천주의 아들이시니 성부의 품에 나시고 천주의 아들이시니 천주와 같으시도다
2) 성모의 아들이시니 사람들 새에 나시고 성모의 아들이시니 우리와 같으시도다
3) 탄생할 집도 없으사 외양간 찾아 드시어 만물의 왕이신 예수 구유에 누워 계시네
4) 하늘의 왕이신 예수 이 땅에 내려오시어 하늘의 왕이신 예수 우리의 형제 되셨네
5) 동정녀 성모 마리아 구세주 모친되시고 동정녀 성모 마리아 인류의 모친되셨네
6) 성 요셉 양부되시어 예수를 보호하시고 예수를 보호하시어 성가정 이루시도다
7) 양떼를 지키던 목동 천사의 노래를 듣고 양떼를 지키던 목동 예수를 경배하도다
8) 삼왕이 약대를 타고 별빛의 인도를 받아 삼왕의 약대를 타고 예수를 찾아오도다
9) 평화의 예수 아기가 우리와 함께 계시니 평화의 예수 아기를 다 함께 경배합시다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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