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영 신부] 1월25일(연중 제3주일), 마르 1,14-20

성소 담당을 하면서 수도 성소를 갈망하는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름 하느님의 부르심을 체험하고 수도자로 살고자하는 청년들입니다. 옛날처럼 성소자의 수가 많지 않고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수도생활에 관한 강한 원의를 갖고 있는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2-30대 청년들이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시기이기에 그들의 성소 여정을 진지하게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체험으로 볼 때, 성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부르심의 외적인 측면으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나를 따라 오너라”(마르 1,17)라는 예수님의 초대입니다. 성경에서 부르심을 받은 것을 보면 대부분이 이러한 부르심입니다. 즉 하느님(예수)이 부르심의 주도권을 쥐고 계신다는 겁니다. 예수님이 “먼저” 그들을 부르시고, 부름을 받는 이들이 그분을 따라갑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따라나서는 것을 보면, 분명 그네들은 예수님에게서 어떤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람들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어떤 불가항력적인 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느님이 나를 부르셨다고 해서, 반드시 응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부자 청년은 예수님의 초대를 거절했습니다.(마르 10,17-22)

두 번째는, 부르심의 내적인 측면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1,35-42)을 보면,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라오는 요한의 두 제자에게 “무엇을 찾느냐”라고 묻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우리 내면에서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찾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보게 합니다. 즉 하느님은 우리 마음속의 가장 깊은 갈망을 통해 부르신다는 겁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아주 다양한 욕구가 있습니다. 어떤 욕구는 표면적인 것이 있는가하면 어떤 것은 존재의 깊이에 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심층적 욕구를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아는 하나의 길입니다.

 이미지 출처 = 서울대교구 성소국 홈페이지.ⓒ김안나
이와 같이 성소는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초대와 “내가 무엇을 진정 바라는가?” 에 대한 존재적 갈망이 만났을 때 성소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수도 성소를 식별할 때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합니다. 나름 부르심의 체험이 있고 수도자로 살고자하는 거룩한 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인격이 요구됩니다.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수도회에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즉 자신의 거룩한 갈망이 현실세계에서 실현되는 정도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의 거룩한 갈망과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하느님의 계시와 교회의 가르침에 맞는지 식별해야 합니다.

흔히들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인 성소를 수도자나 사제로 살아가라는 부르심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부르심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는 것, 복음적 가치를 살아내는 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모든 성소는 가는 길은 서로 다를지라도 자신을 벗어나 그리스도와 복음을 삶의 중심에 둘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혼인 생활을 하든, 봉헌 생활을 하든, 사제 생활을 하든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을 극복하여야 합니다.”(2014년 제51차 성소주일 담화에서). 우리가 가톨릭 신자인 까닭은 단지 세례를 받아서라기보다 예수님의 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복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살아갔을 때, 비로소 신자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성소는, 그저 수도회에 입회했다고 해서, 종신 서원을 했다고 해서, 서품을 받았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추구하고 하는 “삶의 방식”이나 “삶의 태도”와 관련을 맺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내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키워 나가는 것, 나를 내어 주고 함께 하는 것,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 여리고 약한 생명들을 더욱 귀하게 끌어안는 것, 내 안의 생명력을 키워 가는 것,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으며, 하느님나라 건설에 투신하는 삶이 바로 성소를 살아가는 모습일 것입니다.

20여 년 전, 예수회 수련원에 입회한 다음날이었습니다. 하룻밤을 보내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수련원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저보다 1년 먼저 입회한 형제들이 기상곡으로 부른 노래였습니다. 복도와 계단을 타고 울리는 그 노래 소리는 내 가슴에 서늘하게 내려앉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그 길”입니다.

“당신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 말없는 어린양처럼 걸어가신 길, 외로이 걸으신 그 고통의 길. 이젠 그 길을 내가 걸어가리라. 내가 가는 길 십자가의 길 그러나 그 길은 사랑의 길. 부르심의 길 그 은총의 길 당신을 따르는 길 생명으로 가는 길“ (임석수 작사, 작곡)

 

 
 

최성영 신부 (요셉)
예수회 성소 담당, 청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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