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 기자

미사 때 사제가 종종 감실을 열고 성체가 담긴 성합을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사제들은 감실 문을 열고 인사드리고 성합을 꺼내거나, 반대로 성합을 집어넣고 감실 문을 닫기 전에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서 인사는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신자들은 어찌할지를 물어오신 분이 계십니다. 

전례상 이럴 때 신자들은 어찌한다는 지침은 없습니다. 단지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을 통해서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지침 274항을 보면, "제단에 있는 감실에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가 모셔져 있으면 사제, 부제, 다른 봉사자들은 제대에 나아갈 때 또는 제대를 떠나갈 때 무릎 절을 하지만,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에는 무릎 절을 하지 않는다.” 

더불어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은 행렬을 지어 갈 때를 빼놓고는 무릎 절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무릎 절은 오른쪽 무릎이 땅에 닿도록 꿇는 인사를 의미하며 하느님께 올리는 흠승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께 무릎을 꿇어 절을 하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때 하는 장엄한 십자가 경배부터 파스카 성야 시작까지 거룩한 십자가에 무릎 절을 합니다. 

외국에서 미사참례를 할 때 보면 주례사제는 보통, 미사에서 세 번, 곧 축성된 빵을 거양한 다음, 성작을 거양한 다음, 그리고 영성체 하기 전에 무릎 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구에서는 무릎 절 대신 깊은 절을 합니다. 깊은 절은 상체를 구부려 하는 인사를 가리킵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절을 하고 안하고는 감실에 성체가 모셔져 있는 상태에서 제단을 지나가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미사 중에 신자들은 봉헌, 영성체 때 외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니 절을 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눈을 감고 있었다면 모를까.... 감실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신자가 감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며 몸을 낮추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눈 앞에 성체를 볼 수 있는데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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