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파란 하늘이 높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요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둘레길을 걸으며 막바지 단풍을 만끽할 수 있겠지만 그건 로망이다. 아침저녁으로 삼사십 분 시간을 내 지하철 몇 정거장을 걷는다. 가로수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새삼스럽고 밤새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밟는 감촉이 즐겁다. 간선도로에서 끊이지 않는 타이어 마찰음이 걷는 내내 귀를 거슬리지만 피할 재간이 없는데, 목이 좀 칼칼하다.

대부분의 작은 건물과 주택이 석탄으로 난방을 하는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겨울이 되면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무연탄을 사용했던 우리나라도 겨울이면 대기에 먼지가 심해 와이셔츠를 하루 이상 입기 어려웠는데, 중국은 오죽할까. 가끔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우리를 괴롭히는 정도를 미루어 중국인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할 게 틀림없다.

대기오염을 견딜 수 없는 중국이 전기차 보급에 앞장선다는 뉴스가 들린다. 그러자면 상당한 배터리가 필요할 텐데, 우리 기업이 그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기차는 아스팔트와 마찰하는 먼지 이외는 발생시키지 않을 텐데,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더라도 석탄을 태우는 한 먼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한데 배터리에 담을 전기는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중국 동해안, 다시 말해 우리 서해안을 마주하는 황해 연안에 밀집시키는 핵발전소를 활용하려나? 당장 석탄 화력발전소의 전기가 요긴하겠지.

▲ 중국의 화력발전소.(사진 출처= commons.wikimedia.org)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발전소도 늘어나야 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늘어날 테고 자칫 방사성 물질도 늘어날지 모르는데, 서해안에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우리는 어떤가. 먼지 제거시설이 최첨단이므로 괜찮을까? 석탄 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먼지는 제거장치의 필터를 통과한 만큼 입자가 작다. PM10 또는 PM2.5라고 하는 초미세먼지가 허파에 들어가 허파꽈리에 박히면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데, 중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석탄이 우리 발전소에서 괜찮을 리 없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우리나라는 52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보유하건만 계속 늘리려고 한다. 석탄을 세계 10번째로 많이 소비하면서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중국 타령으로 세월을 보낸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우리 땅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화력발전소만이 아니다. 먼지 저감 장치를 자발적으로 부부착한 경유 자동차 차주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 아닌가. 의무 사항이 아니니.

배터리 값이 떨어지고 효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화력발전소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면 전기차가 대기오염을 크게 완화하지 못할 것이다. 핵발전소를 늘린다면 재앙의 수준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먼지와 방사능을 배출하는 발전소를 늘리지 않아도, 살아가기 불편하지 않은 삶을 모색해야 한다. 직장과 학교와 시장과 관공서와 주택이 멀지 않아 걷거나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도시는 유럽의 신도시마다 일상이다. 그런 도시는 태양광 발전장치가 자동차보다 많다.

나이가 들어가 그런가. 한 사나흘 지나면 괜찮아지던 목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열이 없어 다행이지만 한 달이 넘게 목이 간지럽다. 인천 앞바다, 그중 영흥도에 밀집된 화력발전소가 작년보다 2기 늘어나서 그런 건 아닐까? 목감기가 낫지 않는다는 사람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6기의 대형 발전소가 늘어선 영흥도에 발전회사 의지대로 2기가 추가되면 인천시민들은 어떡하나. 유난히 전기 난방이 많은 우리나라에 전기 레인지가 급격히 늘어난다. 겨울이 다가오는 문턱이다. 하늘은 파랗고 대기는 상쾌하지만, 잔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