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에 대하여 - 52

<복음의 기쁨> 제4장 :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Ⅲ. 공동선과 사회 평화

 
평화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상은 바오로 6세 교황의 ‘민족들의 발전’의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평화는 “힘의 불안한 균형으로 전쟁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질서, 더욱 완전한 정의를 인간 사이에 꽃피게 하는 질서를 따라 하루하루 노력함으로써만 얻어지는 것이다”(‘민족들의 발전’ 76항).

폭력의 부재가 평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불의를 제거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이 실현될 때 참된 평화가 다가오는 것이다. 따라서 부의 재분배,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 인권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거짓 평화의 이름으로 절대로 억눌림 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교회는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훨씬 드높은 가치임을 호소해야 하며, 이 가치들이 위협받을 때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 정의를 바탕으로 온 인류의 온전한 발전을 추구하는 정의의 실현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때는 공간보다 더 중요하다(222~225항)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하면 ‘때’는 충만함으로, ‘공간’은 현실 속의 한계로 정의될 수 있다. 인간의 지상 순례는 지금 이곳이라는 ‘공간’에서 ‘충만함’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업에서 자칫 지금이라는 ‘공간’을 더 중요시하다 보면, 무모함이 나올 수 있다.

이 원칙은 눈앞의 즉각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확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또한 이 원칙은 충만함과 한계 사이의 긴장을 받아들이고 때를 앞세우도록 요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다운 진전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 로마노 과르디니가 제시한 기준을 언급한다.

“한 시대를 제대로 평가하는 유일한 방식은 그 시대가 그 고유한 특수성과 가능성에 따라서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그리고 인간 삶의 충만함이라는 진정한 대의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때를 우선시하는 것은 공간을 장악하기보다 전진을 시작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때는 공간을 다스리고, 공간을 밝혀 주며, 공간을 퇴보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연결 고리로 만들어 준다. 지금 이곳에 너무도 함몰되면 진전을 위한다고 하며 무리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기에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지금, 이곳에서부터 전진을 시작해야 한다.

조바심으로 인하여 목적 달성을 너무도 중시한 나머지 참된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 이는 전체주의로 빠질 위험을 내포한다. 교황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다양한 사람들과 단체들이 참여하는 활동들을 중시하는 것이다”(223항). 어떤 한 사람이 이끌고 나머지는 아무런 의식이 없이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박상병 신부
(루도비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전의본당 주임,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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