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에 대하여 - 50

<복음의 기쁨> 제4장 :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Ⅱ.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

4. 경제와 소득 분배(202~208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을 먼저 직시해야 함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임시방편적인 복지 계획은 늘 한계에 머물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는 가난한 이들의 문제만으로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로 퍼져 사회가 약화되고 침체되는 위기로 가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먼저 꼽는 것은 현재의 경제 체제다. 그는 더 이상 시장의 눈먼 힘과 보이지 않는 손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현 경제 체제는 이윤을 창출하고자 노동력을 줄이고 그들을 배제된 이들의 대열에 합류시켜 버림으로써 새로운 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 경제 체제를 비판하면서 경제 시스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즉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경제 체제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의 정신을 토대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존엄하게 여기고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의지들을 단순한 표어로, 형식적인 정치적 담론의 부록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2013년 대선 당시 대선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공약들이 대선 이후 얼마나 쉽게 파기되는가? 공약의 파기로 머물지 않고, 시장 만능주의로 옮아가려는 온갖 공공재의 민영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정책들, 규제 완화 정책들을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또한 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것, 세계 연대 의식을 촉구하는 것, 재화의 분배를 거론하는 것, 노동의 보호와 힘없는 이들의 존엄성 수호를 주장하는 것, 정의의 투신을 요구하는 신에 대하여 말하는 것, 이 모든 것을 거북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 경제 체제 속에 담겨 있는 악의 뿌리를 치유할 수 있는 정치인을 더 많이 보내 주시도록 기도를 요청한다. 왜냐하면 정치는 모든 이들의 공동선을 이루어내는 숭고한 소명이고,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가난한 이들을 보살피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교회가 창의적인 노력이나 실질적인 협력을 하지 않고 안주할 때 교회 공동체는 종교 실천이나 무익한 모임이나 공허한 말로 위장한 영적 세속성에 쉽게 빠지게 된다.


박상병 신부
(루도비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전의본당 주임,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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