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점심식사 시간이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뭘 먹을까’ 하는 걱정이다. 걱정까지는 아니겠지만, 망설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해 먹는 밥이 제일 좋다. 도시락 반찬처럼 집에서 먹던 음식을 각 사람이 조금 준비해 오면 어느새 푸짐한 밥상이 된다. 직장이지만 여직원끼리 모여 따뜻한 밥만 해서 함께 먹는 식탁엔 대화와 웃음이 있다. 그리고 요즘은 MSG 없는 음식은 가정에서 만드는 반찬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그러다 아이들이 센터를 가득 채우는 토요일이 오면 우린 뭘 먹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거리로 나선다. 뭘 먹을까, 뭘 먹지? 그러다 모두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중앙시장 분식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원주 사람이면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다녔다는 오래된 지하시장의 분식집에서는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딸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즉석 떡볶이 하나와 돈가스에 쫄면, 막국수 하나면 3인분으로 넷이서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다. 떡볶이엔 라면 사리가 하나 얹혀 있고 거기에 쫄면까지 곁들여 있다. 가스 불에 올려 테이블로 배달되는 즉석 떡볶이, 침이 저절로 괴어 온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고등학교 시절 어느 학교 앞이든 꼭 있었던 떡볶이집. 내가 다니던 학교 앞에도 떡볶이집이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면 앉을 틈도 없이 아이들로 북적대던 떡볶이집에서 먹던 떡볶이 맛은 늘 학창시절의 꿈과 함께 가슴속에 남아 있게 된다. 마치 여고 시절의 한 토막 추억의 시간처럼.

그리고 그 떡볶이 맛과 함께 재잘대던 친구들의 모습이 밀려온다. 수녀원에 들어오면서 연락도 뚝 끊고 무엇을 하는지 전화 한 통도 하지 않고 지낸 나의 지난날들 속에도, 여고 시절 하면 그리움처럼 떠오르는 얼굴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 쉴 틈이 없었다. 때로는 여러 친구들 집을 다 지나갈 수 있는 버스를 타고 맨 뒷자리에 다 같이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종점이 우리 집이라, 난 하나둘씩 내리는 아이들에게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나온 아주 재밌는 노래가 나에게 이런 추억을 다시 일깨운다. 박명수 씨의 노래 ‘명수네 떡볶이’다. 시대가 흘렀어도 변함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거기에 어묵, 순대, 튀김, 김밥까지.

언제 시간이 나면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여고 시절 그렇게 좋아하던 떡볶이집.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으로 그 집 문앞으로 가서 친구들과 만나봐야겠다. 지금쯤은 나처럼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겠지만.


명수네 떡볶이

지나가다 잠깐을 멈춰 서서 냄새만 맡던 기억들
다 있잖아 먹을까 말까 고민고민고민하지마 girl

바깥보다 따뜻해 생각보다 살도 안 쪄
외로운 이 밤 떡볶이 어묵
너랑 나 오늘밤 나 바람났어

맵고 달콤한 여기 명수네 떡볶이
속이 꽉 찬 김말이 바삭바삭바삭 오징어튀김
맵고 달콤한 여기 명수네 떡볶이
일단 먹고 시작해 다같이 Uno-dos-tres-cuatro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아
나이가 몇 살인지도 묻지 않아
돈만 있으면 누구나 먹는
우리 가게 떡볶이 맛 좀 봐요

우리 가게가 전국 최초로 시도했던 쌀떡볶이
너의 건강을 생각해서
조미료는 절대…… 조금 넣어

떡볶이 떡볶이 어묵 어묵 떡볶이
떡볶이 순대 순대 (말해봐 다 있어)
떡볶이 떡볶이 튀김 튀김 떡볶이
떡볶이 김밥 김밥 (모든 게 다 있어)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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