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주거권 연합 신동우씨-불교 인권위 진관스님-빈민사목위 이강서 신부 등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현장에 꽂혀 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나흘째. 여섯 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현장은 불길에 휩싸였던 건물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과 기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경찰들이 뒤섞여 여전히 혼란스럽고 암울했다.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고 테러진압과도 같은 무자비한 진압 경찰들에 내몰렸을 사람들, 그리고 끝내 치솟은 불길과 그 속에서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숨져갔을 희생자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참사의 원인이 되었음을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 또한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용산참사 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경찰 책임자 및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했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천주교 도시빈민위원회,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등 교회 내 단체들도 대책위원회에 합류하거나 미사나 성명서 등을 통해 이번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용산참사 현장에서 대책위 상황실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신동우(요아킴,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조직강화위원장, 52세)씨를 만나 참사 이후의 심경과 사태의 추이 등을 들어봤다.

신동우 씨 "참사는 예견된 것, 재발방지 위해 재개발정책 전면 재검토 해야"

천도빈 회원, 신동우씨

"어떻게 이런 일이 있습니까? 어떻게? 우리는 재개발 중단과 정책 재검토 요청을 수없이 했습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을 정부는 이렇게 무참히 앗아갔어요. 국민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며 이 땅의 집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합니까"

그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 특공대를 투입하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농성을 시작한 지 3시간 반 만에 공권력 투입을 결정했고, 25시간 만에 공권력을 투입했어요. 새벽 다섯시에 대테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압이 시작됐어요. 어찌 사고가 나지 않겠습니까? 이번 참사는 이미 예고된 참사입니다. 경찰이, 정권이 이렇게 공권력을 남용하고 강제로 일을 풀어나간다면 앞으로 이번 같은 일은 또다시 일어나고야 말 것입니다. "

용산참사는 오랜 철거운동사에서도 처음있는 일이라고 고개를 숙인 신동우 씨는 MB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며 우리 사회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라고 개탄하면서 "이번 사건은 살인이 아니라 학살"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가 발생한 상가건물
"공권력 투입에도 정도가 있어요. A,B,C가 있다는 말입니다. 과격한 시위가 있어 공권력을 투입해도 최소한 중립은 지켜야죠. 공정하게 일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전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피해가 발생해 공권력을 투입한다 해도 안전장치를 확인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그런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어요."

화재가 발생했고, 여섯 명의 인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말하며 그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강제철거는 인간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숱한 강제철거가 있었다. 당시 UN인권위원회로부터 한국이 가장 잔인한 강제 철거국이란 오명을 받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서울 경기 일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밀어붙이기식 재개발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이런 개발을 막기 위해 순환식 개발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개발지역의 70~80%가 세입자들인데 이들을 배제시킨 상태에서 개발은 진행됐고 철거인연합이나 주거권연합 등에서는 세입자들은 위한 공청회나 설명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재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주 대책 등을 관이 주도해 만들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해결할 의지도 없이 개발만 밀어붙인 결과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 재개발의 악순환으로 세입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없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산동네나 달동네 등 가난한 이들이 삶을 나누며 이웃과 도우며 살았던 마을이 있었지만 재개발로 인해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금 그들은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에 살고 있는데 그것마저 재개발로 밀어버리면 이 도시에 가난한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2010년 이후에는 3천만 원 이하의 전월세 집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용산지구, 이미 철거된 잔해 너머로 주상복합아파트가 보인다.
신동우 씨는 빌라가 모두 재개발되면 영세 가옥주들이 오른 집값을 충당할 수 없어 집을 팔고 세입자로 전락하고 만다고 말한다. " 이런 개발에 따른 이익과 차액은 건설회사와 특정 계층, 그리고 투기세력에게 돌아간다" 라고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미 주택보급률이 92.3%에 달하는 서울에서도 무주택자가 60%가 넘습니다. 대형 위주의 건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작은 평형의 집을 많이 지어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면, 주택정책의 골간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공권력 남용으로 진단한 신씨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참사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잘못을 강하게 비난했다.

"어떤 사건이든 유가족이 생기면 그들에게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번 참사로 인한 피해자들의 유가족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부검부터 실시했어요. 유족들의 항의는 물론이고,  박정희 시대 인혁당 사건 관계자들조차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장출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트로 세워놓은 경찰버스.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다.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났을 때만큼 가슴이 무너지고 희망을 잃었다고 이번 참사의 충격을 말하는 신씨는 "광주항쟁 때나 그 후 민주화 투쟁세대들은 독재에 항거했고, 아무리 힘든 탄압을 받아도 민주화에 대한 희망의 불씨로 버틸 수 있었다.그런데 1970년대도, 80년대도 아닌 2009년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라고 허탈해 했다.

그는 23일에 이어 31일에 제2차 범국민 추모제가 계획돼 있으며 설날 연휴기간 동안 농성장을 지키며 유가족들을 만나며 지낼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문제는 지금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대책위 등에서 사건의 진상 조사와 파악 후에 장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신자인 제가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민주화의 성지로 상징성이 있는 명동성당에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하는 것입니다. 비공식적으로 성당 측에 의견을 전했습니다만 아직 답이 없습니다. 지난 여름 촛불 정국 때 조계사가 새로운 성지로 떠오른 만큼 명동성당과 조계사 등 도심의 두 곳 순례지에 분향소가 설치된다면 초유의 사태인 이 용산참사의 교훈을 새기고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고 상황실로 급하게 발길을 옮겼다. 곧 시작될 화재현장의 촛불추모제 때문인듯 했다.

여전히 용산참사의 현장은 어지럽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다시 한 번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화재건물을 둘러보며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팔레스타인을 생각했다. 이곳이, 2009년 1월20일 현재, 용산구 한강로 2가 이곳이 주검을 붙들고 울부짖는 팔레스타인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서울 용산 4구역 철거지역은 서울의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불교 인권위 진관 스님 "공권력은 남발에 대한 잘못 철저히 규명해야"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이번 참사의 현장과 영안실, 그리고 촛불추모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피해자와 아픔을 나누고 있는 불교 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과 영탄 스님, 그리고 성원 스님을 만났다.

진관스님을 비롯한 3명의 스님은 23일 오전 11시에 참사현장에서 있을 위령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전통 불교의식으로 진행되는 이날 위령제는 영산문화제 범패 이수자 현산 스님 등 불교 인권위 소속 스님들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게 된다" 고 성원 스님이 말했다.

불교인권위, 진관스님

진관 스님은 이번 참사를 정부가 자본가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 뉴타운 위주의 재개발은 일종의 '병'이며 이를 치유하지 않고는 밝은 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 고 했다. "우리 불교계는 이번 참사의 진상규명이나 공정한 처벌을 위해 대책위와 힘을 합쳐 적극 활동할 것이며 차제에 종교계에서 힘을 모아 공권력은 남용에 대한 문제점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고 말했다.

"검찰의 조사에서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조사는 회피하고 있습니다. 종교계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해 국민의 한사람인 철거민들을 대수롭지 않게 진압해 참혹한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과 세력을 찾아 법과 국민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합니다. 우리 불교계는 물론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종교계가 뜻과 힘을 모아 원칙적인 조사를 촉구하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어 진관스님은 "이번 사태를 철거민들의 과격시위와 보상 문제로 몰고 가는데 이 문제는 철거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문제의 핵심을 보는 눈을 환기시키며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불편부당한 종교인들의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서울 '붓다마을'에서 수행하는 영탄 스님은 "현실적으로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말문을 연 뒤 "어느 곳이나 철거는 6개월, 1년 이상 끌며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이번 사태는 불과 시위 25시간 만에 일어난 것으로 과잉진압임에 틀림없다" 면서 진관 스님의 말에 동조했다. "이는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자가 자기의 위상을 세우려고 서둘러 일을 진행시켰으며 과잉 충성의 모습에 다름아니다. 이 참사의 뒤에 있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물러나야 한다" 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과잉충성은 어리석은 자의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이 이 정권 들어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사리사욕으로 국민을 울게 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참사도 그래서 끝까지 진상이 드러날 때까지 지켜보며 제대로 된 조사를 촉구할 것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정착될 때까지 불교 인권위원회가 함께할 것입니다."

국민 개개인에 대한 자비를 말한 진관 스님은 " 천주교나 개신교도 인권이 바로 서는 그날까지 함께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 라고 다시 한 번 말하면서 이 참사가 인권을 위한 전환의 장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강서 신부 "정의롭지 못한 것을 세상에 외치다 참사"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 이강서 신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강서 신부는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의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정의는 누구에게나 정의로워야 한다.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권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정의롭지 못한 정책을 수행하려 하니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엇이 정의롭지 못한 것인지 귀담아 듣고 해결하는 데 힘쓴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그런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라고 말했다.

"주거권은 기본권에 해당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삶의 보금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삶의 보금자리는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봐야 하고 신성한 권리죠. 주거권은 정부가 보장해줘야 할 기본권이라 권리의 영역인데도 이 기본영역을 상품으로 시장에다 맡겨놨어요. 그러다 보니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한 시장에서 없는 사람은 계속 배제가 됩니다. 이 논리를 비약해서 말한다면 돈없고 가난한 사람은 기본권인 주거권을 누릴수 없다라고 선언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뉴타운 재개발 정책을 비롯해서 재개발 정책의 핵심은 그 지역의 80%의 세입자들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강서 신부는 또 "가옥주들, 이미 그 지역 부동산의 실소유자들에 대한 주택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거기서 쫒겨나는 사람은 생계가 막막하고 이제는 더 쫒겨날 수없는 벼랑끝에 몰렸는데 그 사람들의 욕구와 그 사람들의 호소에 우리 사회가,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고 성찰했다.

이강서 신부는 23일 오후 7시에 있을 범국민 추모제에 빈민사목위원회 관련자들과 함께 참석한다고 말했다.


상인숙/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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