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의 교회문화 이야기]



친구인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다.

"사회복지 실습 첫째 시간에 장애우 체험을 하거든. 2인 1조로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서 15분 거리를 다녀오게 하는 거야. 처음에는 새로운 체험이니까 다들 흥미 있어 하지. 호기심 반 걱정 반. 그러다 학교 밖을 나서 곳곳에 있는 육교, 지하도,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버스의 높은 계단, 빨리 달리는 차들과 만나게 되면 호기심은 짜증, 고통, 절망으로 바뀌게 되지. 보통 때면 버스로 15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휠체어를 밀고 끌고 가보니 어떤 조는 한 시간 반, 어떤 조는 두 시간 씩 걸리기도 했지. 그러고 임무교대를 하고 다시 한 번 다녀오게 되면 시간은 반나절이 지나버리고, 몸은 초죽음이 되지. 한번 첫 시간에 그렇게 하고 나면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져.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진지해지고."

서울대교구 2006년 각 본당별 복음화율 상위 10위는 다음과 같다. 참고로 복음화율은 본당 행정구역내 전체 인구에서 신자 수가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한다.

명동 92.7%, 반포 30%, 대치동 25.7%, 대치2동 23.8%, 여의도동 23.3%, 문정2동 21.3%, 잠실5동 20%, 신천동 18.8%, 잠실 7동-압구정동-역삼동 각 18.7% 순이다. 거꾸로 하위 10%는 삼각지 2.4%, 아현동 3.4%, 면목 4동 4.3%, 월곡동 4.6%, 공덕동-답십리-미아5동 각 4.7%, 신월 1동 4.9%, 동대문 5%, 대흥동 5.1%, 청파동-망우 1동 각 5.2%, 독산 1동-왕십리 각 5.3% 순이었다.

참고로 서울대교구 평균 복음화율은 12%, 전국 평균은 9.6%였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 성당들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모르실 것 같아 흔히 쓰는 용어로 간단히 정리해드리고 싶다.

상위 10위 안에서 명동, 여의도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에 소재한 성당이다. 명동을 예외로 하면 여의도는 강남과 강북 사이에 끼어 있긴 해도 계층적으로는 강남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하위 10위는 신월 1동, 독산 1동을 제외하면 모두 강북이다. 그런데 신월동과 독산동도 한강 이남에 있다는 의미이지 서초-강남-송파, 목동 등 소위 '버블 7'지역이 아니므로 강남의 강북으로 분류한다. 강북에 있는 경우라도 전통적인 주거지역이면서 시내중심에 가까운 곳은 고령화된 곳이라 여타의 지역과 차이가 있다.

이런 예외를 제외하면 지역적으로 크게 복음화율 상위 본당은 강남, 하위 본당은 강북으로 나눌 수 있다. 세속적인 기준 혹은 사회학적인 기준으로 보면 확률적으로 '돈과 힘과 학력'이 몰려 있는 곳이 복음화율도 더 높은 것이다. 이 글에는 참고하지 않았지만 미사참석율도 복음화율이 높은 지역이 월등하게 더 높았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실지 궁금하다.

며칠 전 용산에서 큰 비극이 일어났다. 사업자 편에 선 경찰과 생존의 터전에서 밀려나야 하는 철거민 모두 비극의 희생자가 된 사건이다. 저는 물론 독자여러분들도 이 사건을 목격하고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셨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분들은 이런 일이 마지막일 것 같지 않다고 걱정한다.

"돈 있고 힘 있는 것과 신앙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사는 지역이 무슨 죄인가? 돈도 더 많이 내고 일도 더 많이 하는데 오히려 공로가 더 많지 않은가? 교회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도 다 우리인데 이렇게 편을 가르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렇게 반문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는가? 그리고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 예를 곰곰이 새겨보시고 이렇게 질문해보시기 바란다. "과연 용산의 비극 앞에 교회는 앞으로 어떤 입장을 보일까?"
 

박문수/ 프란치스코,  가톨릭대학 문화영성대학원 초빙교수, 평신도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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