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2012년 전반기 문화의 복음화 포럼' 열어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말씀을 스마트폰으로 읽고, 본당 신부의 강론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는 일…….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각 교구와 본당, 수도회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자기 일상의 감상과 기도, 신앙고백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시대다.

6월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 주최 ‘문화의 복음화 포럼’에서는 이러한 시대상을 돌아보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스마트 기기의 사목적 활용에 관해 토론했다. 이번 포럼에는 팟캐스트 방송을 운영하거나 SNS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신부 4명이 발표자로 나섰고, 신자 60여 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최하는 '2012년 전반기 문화의 복음화 포럼'이 'SNS의 사목적 활용'을 주제로 열렸다.

최기홍 신부 "팟캐스트 방송 장점 많아 … 모든 교구가 지역색, 사투리 살려 방송하면 좋겠다"

▲ 최기홍 신부

최기홍 신부(춘천교구 문화홍보국장)는 자신이 운영하는 춘천교구 팟캐스트 방송을 소개했다. 팟캐스트(Podcast)란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을 결합한 말로, 동영상이나 음성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방송을 일컫는다. <나는 꼼수다>, <뉴스 타파> 등 정치·시사 프로그램이 팟캐스트를 통해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현재 팟캐스트 방송을 주기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교구로는 춘천 · 전주교구, 광주대교구가 있으며, 부산 · 수원교구도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 신부는 전통적인 인터넷 방송은 홈페이지를 찾아가 로그인까지 해야 들을 수 있어서 컴퓨터 활용에 능숙한 젊은이들만 주로 들었지만, 팟캐스트는 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터치’만 하면 들을 수 있고, 저장해두었다 자신이 듣고 싶을 때 언제든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춘천교구는 2010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해 현재 30회 방송을 내보냈고, 교회 소식과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성가 등으로 방송을 꾸미고 있다. 최 신부는 예전에는 교구 홈페이지(cccatholic.or.kr) 1일 접속자 수가 많으면 160명 정도였는데,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 뒤 현재는 600여 명에 이르고 있고, 인터넷 방송 중 일부는 교구 홈페이지 상 조회 수가 1만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최 신부는 인터넷 방송에 교구민뿐만 아니라 다른 교구와 국외에 있는 신자들까지 관심을 갖고 댓글 등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고 “신자들이 ‘뉴미디어’에 가톨릭도 진출해주기를 바라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교구뿐만 아니라 수도회에서도 신자들에게 유익한 자료와 정보를 팟캐스트를 통해 소개하면 좋겠다고 권했고, 모든 교구가 각 지역의 색깔과 사투리를 살려 방송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5월, 국내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약 2,100개 중 종교계가 270여 개였고, 이 중 개신교가 204개, 불교는 17개인 반면, 가톨릭은 9개로 다른 종교에 비해 영향력이 작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차풍 신부 "SNS 통해 세상 모니터링하고, 자신도 세상에서 모니터링 받을 수 있어"

▲ 차풍 신부

차풍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 담당)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SNS를 활용한 사목 실천 사례를 발표했다. '꿈꾸는 카메라'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직접 자기 일상을 사진으로 찍게 하는 활동이다.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팀은 2009년 잠비아를 시작으로 부룬디, 몽골, 라오스, 스리랑카 등에서 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로 현지와 한국에서 20여 회 이상 사진전을 열었다.

차 신부는 교구 주보나 공문으로는 어떤 활동을 홍보하고 공감을 얻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전했다. 천주교계의 많은 활동과 행사는 주보 공지사항이나 성당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는 방법으로 홍보하지만, 차 신부가 느끼기에 청년 신자들은 주보든 포스터든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면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는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만으로 활동을 알렸다. 지금은 이와 연동된 홈페이지(cumca.tistory.com)를 만들었고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 200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의 '꿈꾸는 카메라' 활동을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꿈꾸는 카메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질문에는 곧바로 대답해줄 수 있었고, 후원물품을 모집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홍보에 참여했다. 청년들의 참여 신청 중 상당 수는 트위터를 통해 받았고, 현지에 다녀온 뒤 감상을 나누는 데도 SNS가 중요한 몫을 했다.

차 신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가입만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며 “매일 꾸준히 사람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자신을 노출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로 표현된 생각을 읽으면서, 꾸준히 공유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사목적으로 SNS를 활용하여 효과를 얻으려고 한다면 꾸준한 활동과 정확한 내용, 그리고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업로드와 정보 유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런 도구를 통해서 세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세상에서 모니터링을 받을 수도 있고, 서로서로 소통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신부 "웹 2.0 시대 맞아 '참여, 개방, 공유'의 본당 사목으로"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는 스마트폰을 본당 사목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많은 본당이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나, 현재는 잘 쓰이지 않아 사장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과거에 만들어진 홈페이지는 신자들이 ‘찾아 들어가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댓글 정도는 쓸 수 있지만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블로그 등이 발달하며 이른바 ‘웹 2.0’(사용자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는 것을 일컫는 말) 시대가 도래했다. 김 신부는 웹 2.0의 ‘참여, 개방, 공유’라는 특징을 스마트 기기와 연결해 본당 사목에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본당과 소통할 수 있고, 신자와 신자, 단체와 단체 간에 소통되고 연결돼서 본당 공동체가 원활히 친교를 나누고 일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회원 수가 1천 명을 넘어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서울대교구 역촌동본당 인터넷 카페(cafe.daum.net/ca-ycd)와 함께, 스마트폰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본당 모바일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PC나 스마트폰 등 단말기 기종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웹앱(‘웹’과 ‘애플리케이션’의 합성어)의 개발이 활발하다며, 현재 주임신부로 재임 중인 불광동본당에서는 6월 중에 웹앱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성근 신부 "정보의 바다는 넓지만, 내가 활용하는 창은 좁다"

▲ 신성근 신부

신성근 신부(주교회의 관리국장)는 SNS가 “소통의 매개체가 돼야 하며, 온라인상 소통이 오프라인에서의 진정한 만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회통신망 활용에 시간을 투자하는만큼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맛들이고 교회를 찾았는가” 물으며 SNS의 활용이 ‘복음화’의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신부는 세상에 넘치는 정보를 활용하는데도 ‘자정능력’과 ‘자기조절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들어보이며 “이 핸드폰의 창은 아주 작다. 정보의 바다는 넓지만, 내가 활용하는 창은 좁다. 이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스마트폰으로 성경 읽고, 인터넷으로 기도하는 시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복음 선포하실까?

한편, 스마트폰을 활용한 선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최기홍 신부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최근 교황청이 유튜브를 개설하고 SNS를 적극 활용하는 등 방향이 달라지고 있고, 선교에 효과를 거두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듯 하다”고 전했다. 최 신부는 어느 나이 많은 사제가 미사 중에 자꾸 스마트폰을 꺼내보는 신자들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워 했는데, 사실은 그 신자들이 복음 말씀을 보는 것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최 신부는 스마트 기기와 SNS 활용의 부정적 면모도 많다며 회합이나 성경 나눔을 하는 자리에서 청년 신자들이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경험을 밝혔다. 그는 “보조도구여야 할 것이 주가 되어 하느님의 말씀이나 관계성을 덮어버리는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교회 차원에서도 이야기해야 한다”며 “적절히 활용해 하느님 말씀을 수용하는데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신자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민수 신부는 “학문적으로는 ‘종교 온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온라인 종교’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온라인상의 성경 이어쓰기나 게시판을 활용한 기도를 사례로 들어 “여러가지 종교 행위를 온라인 상에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젊은이들 중에서는 온라인 상의 종교 행위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최기홍 신부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 계기는 “지금 이 시대에 예수님이 복음을 선포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셨을까” 하는 고민이라고 전했다. 최 신부는 “그런 고민은 성직자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야 한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며, 전체의 일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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