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 김현욱 회장, 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받아
MB,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 장담

가톨릭뉴라이트 의장이며 가톨릭 보수 우익세력을 대변하는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를 주도해 온 김현욱 씨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되었다.

▲ 김현욱 민주평통 신임 수석부의장(사진/한상봉 기자)

지난 6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현욱 신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김현욱 부의장을 포함한 제15기 민주평통 운영위원, 지역협의회장, 간사, 여성 청년위원장 등 69명과 함께 다과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확실한 것은 통일은 분명히 온다고 할 수 있다”며 복음서 구절을 들어 “아마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한밤중에 그렇게 올 수 있다.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현욱 부의장 등을 격려하며,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길을 가는데 어떤 역경과 장애물이 있더라도 물러 설수 없다. 그럴 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존경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욱 부의장은 1980년 광주학살을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근까지 5.18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반대 청원운동을 전개한 장본인이다. 이에 민주당 광주시당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현욱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통일과 남북화해’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김현욱 임명자의 과거행적을 문제 삼아 임명철회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이를 강행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김현욱 부의장이 내정되던 6월 8일에 이미 대변인을 통해 “(김현욱 씨는) 매우 투쟁적인 대북 인식을 지닌 사람을 민주평화통일 정책을 구상하고 대통령에게 자문하도록 되어있는 '헌법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인사”라며 “광주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현욱 부의장은 극우단체로 알려진 ‘반핵반김국민협의회’ 7기 운영위원장을 지냈으며, 광주학살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든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내리 3선을 했으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서 한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후 자민련 부총재를 지냈고, 국제평화외교안보포럼 이사장이다. 또한 가톨릭교회 인사들의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는 ‘광야의 소리’에서 주요한 집필진으로 활동해 오면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친북세력’이라며 폄훼해 왔고, 특히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리 폭로를 도왔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난했다.

또한 2008년에는 공정택 전 교육감 캠프에서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가톨릭뉴라이트 상임의장으로 최근에는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를 주도해 왔다.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는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관련 발언과 관련해 원로사제들이 ‘서울대교구장 은퇴’를 요구했을 때 강력하게 정 추기경을 비호하고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원로사제들의 제명을 촉구하고 나선 세력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민주평통은 헌법 기관으로, 통일 정책과 관련한 대통령의 자문기관이다. 민주평통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1만7800여 명의 자문위원이 있는 방대한 조직이며, 수석부의장은 장관급으로 사실상 민주평통을 관리 운영하는 요직이다. <프레시안> 6월 6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 자리가 중요한 것은 선거 '사조직' 처럼 운영될 우려가 있다는 것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내년 총선(비례대표 투표)과 대선에서 재외국민 참정권(229만5000명)이 처음으로 허용되면서 막강한 해외 네트워크를 지닌 민주평통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천주교회 안의 우익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하부조직의 노릇을 하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하부조직으로 들어간 '가톨릭뉴라이트' 창립식.(사진출처/뉴데일리)


사실상 김현욱 부의장이 이끌고 있는 가톨릭뉴라이트는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07년 5월 19일에 “가톨릭뉴라이트가 사랑과 희생 그리고 믿음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창립되었으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의 종교조직으로 작용했다. 지금도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현욱 가톨릭뉴라이트 상임의장은 “좌파정권에 짓밟힌 자유민주의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창립 선언문>을 통해 “교회정신을 바탕으로 나라를 살리고 국가를 부흥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올바르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할 수 있도록 앞장 설 것”을 다짐한 바 있다. 그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김현욱 부의장은 그동안 ‘4대강 사업 반대’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해 온 천주교 회 안의 목소리를 비판하는데 앞장서 왔는데,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거스르는 것이라면 주교회의의 결정마저 문제 삼고 있으며, 정진석 추기경의 교도권을 빌미 삼아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활동에 제동을 걸어왔다.

▲ 정진석 추기경 용퇴를 주장했던 원로사제들을 교회 법정에 세우자며 모인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 미사.(사진/한상봉 기자)

이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한국교회의 공식 매체인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마저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수천만 원을 들여 수차례 광고를 냈으며, 지난 1월 20일에는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었다. 이날 김현욱 부의장은 진행을 맡으면서 “백색순교를 할 각오로 좌경정치사제들을 교회에서 몰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정치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사제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김계춘 신부와 박홍 신부는 용기 있는 우리시대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김현욱 가톨릭뉴라이트 상임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수장으로 있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되면서, 그동안 김현욱 부의장 등이 ‘교회의 사회참여’를 막으려고 했던 모든 시도는 결국 이명박 정부를 두둔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꾀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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