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기도회, 추기경 옹호하며 교도권 운운하고.. 교회정화 내세워 활동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쩍 천주교 내 우익세력들의 목소리가 자주 출몰하고 있다. 2008년 촛불정국 이후 최근 들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천주교회 안에서 점점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동안 천주교 안에서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해왔으며, 2010년 5월 10일에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서는 전국의 사제 1,580명과 수도자 3,425명이 서명한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또한 천주교 주교단 역시 2010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면서 4대강 개발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생명평화 미사에는 수원교구의 이용훈 주교, 최덕기 주교, 인천교구의 최기산 주교, 정신철 주교, 춘천교구의 김운회 주교, 대전교구의 유흥식 주교, 마산교구의 안명옥 주교, 안동교구의 권혁주 주교, 광주대교구의 김희중 주교 등이 참여했으며,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와 전주교구의 이병호 주교 등이 글을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또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금도 매주 월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천주교연대는 두물머리에서 지난 2011년 1월 24일부로 342일째 생명평화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시국문제와 관련한 미사 중 교회사상 초유의 일이며, 교회의 사회참여를 반대해 온 천주교 우익세력의 입장에서는 경악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2010년 12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주교단 성명이 곧 4대강 사업 반대의 뜻이 아니라고 발언하면서 교회 안에 문제가 불거졌다. 급기야 12월 13일 함세웅 신부 등 원로 사제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추기경이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정진석 추기경의 교구장직 용퇴를 촉구했다. "이미 정 추기경은 은퇴연령이 4년 지났고, 이번에 주교단의 의사에 반하는 발언으로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음을 자인했으므로 교구장 자리에서 물러나시길 바란다"는 것이다.

▲ 사진/한상봉 기자

주교단 성명서, 교회법에 어긋난다고..

이에 천주교 우익세력들은 가장 최근에 발표한 1월 18일자 <조선일보> 광고를 통해 '교구장의 교도권을 지키려는 천주교 신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원로사제들의 입장을 '하극상'이라고 규정하며, 교구장을 함부로 비방하고 퇴진을 요구한 사제들을 교회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겁박했다. 이들은 지난 1월 20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천주교 나라사랑기도회'를 열어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성토하고, 정진석 추기경을 옹호할 뜻을 거듭 밝혔다. 또한 이 모임을 주도한 김현욱 씨는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김계춘 신부와 박홍 신부를 '시대의 영웅'이라고 부추겨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교도권을 강조하면서도 스스로 교도권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들이 <조선일보>에 게재한 광고에서 "한국 주교회의 의장은, 서울대교구장인 정 추기경의 교도권에 의한 말씀에 거슬러서, 모든 주교들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거나 발언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며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성명서는 보편법이나 교황의 위임에 의한 안건이 아니므로 의장이 해당 교구장의 교도권 의견과 상치되는 발언을 한 것은 교회법전 제455조 제4항 위반으므로 지체없이 취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교회법전 455조의 규정은 '교령(decretum)'에 관한 항목이며, 주교단이 논의해서 발표하는 담화문이나 성명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교령이란 교회의 입법행위와 행정 행위에 따른 문헌으로 "교황, 사도좌, 교구장 주교 등이 공동체나 지역에 적용하고자 제정 공포한 결정이나 규칙"이기 때문에 사도좌의 위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0년 춘계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성명서는 사목적 차원에서 발표된 담화(nuntis)의 형식이기에 주교단의 합의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1970년대 이후 수없이 발표된 주교단 담화문과 성명서들처럼 2010년에 주교단에서 발표한 성명서 역시 사도좌의 위임을 받아야 유효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교회의에서 주교들이 모여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에 대해 각급 주교들이 비록 법적 제한을 받지는 않지만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진석 추기경은 이미 합의한 내용에 대해 추후 다른 목소리를 냄으로써 주교단의 합의를 무시한 셈이다. 따라서 은퇴사제들은 주교단의 단체성을 깨뜨린 정 추기경이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갖는 자격을 스스로 버렸으므로 교구장직에서 용퇴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교회 성원 누구나 주교회의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느 사제나 수도자, 평신도가 아닌 추기경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파장이 큰 것이다. 직급이 높은만큼 발언에 대한 책임도 큰 법이다.

▲ 가톨릭뉴라이트 창립식. (사진출처/뉴데일리)

가톨릭뉴라이트가 교회정화 나선다고..

그렇다면 교회법마저 자의로 해석하며 정진석 추기경을 옹호하고 나선 이들은 누구인가? 최근 들어 이들이 공식적인 자리에 나선 것은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07년 5월 19일 가톨릭뉴라이트 창립식에서였다. "가톨릭뉴라이트가 사랑과 희생 그리고 믿음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의 종교조직인 가톨릭뉴라이트(상임의장 김현욱, 상임대표 김태우)가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가톨릭뉴라이트 김현욱 상임의장은 "좌파정권에 짓밟힌 자유민주의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쓰러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가톨릭뉴라이트가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은 "가톨릭의 참여는 뉴라이트운동이 종교를 넘어서 바야흐로 전 국민과 함께 하는 국민운동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라고 치하했으며, 가톨릭뉴라이트 김태우 대표 역시 "가톨릭의 사랑 희생 그리고 믿음과 뉴라이트 운동이 함께 할 수 있게 됐다"고 힘을 모았다.

가톨릭뉴라이트는 이날 창립 선언문을 통해 "교회정신을 바탕으로 나라를 살리고 국가를 부흥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올바르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할 수 있도록 앞장 설 것"을 다짐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조직이라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이는 이날 행사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뉴라이트교사연합 두영택 상임대표,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김종일 대표, 뉴라이트청년연합 장재완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대변인 겸 공동대표 등이 참석하여 그 성격을 더 분명히 보여주었다.

▲ 나라사랑기도회 측은 추기경 용퇴를 주장한 원로사제들을 법정에 세우자고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한상봉 기자)

왜 이리도 <조선일보>를 사랑할까

이들은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 이후 거듭된 실정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파동 때에도 천주교 이름으로 이명박 감싸기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천주교회는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2008년 7월 7일자에 게재하면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사제 200여 명이 ‘미사’의 형식을 빌어 촛불시위를 한 것은 성제(聖祭)를 길거리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난하고, 촛불시위는 미국소 수입 문제에서 촉발되었지만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현 정부를 반대하는 정치시위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광고는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 천주교 뉴라이트 전국협의회, 천주교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의 명의로 나왔는데, 그 대표격인 김현욱 씨는, 민정당과 자민련 국회의원을 역임한 사람으로 가톨릭뉴라이트의 상임의장이다.

이들의 성격을 잘 드러내 주는 광고는 2008년 7월 14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였다. 유난히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선호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명의로 광고를 게재했는데, "촛불시위가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며, 경제를 파국으로 내모는 반체제 화마(火魔)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학생·종교인·정치인·국민 모두 본의 아닌 반체제 동조자가 되지 맙시다!"라고 주장한 이 광고에 올라온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이렇다. 

"갑종장교단중앙회, 강화청소년유격동지회, 경우회, 교과서포럼, 국제외교안보포럼회, 기독교사회단체, 기독교한국살리기운동,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 나라바로세우기국민운동회, 노인복지선교회, 농촌청소년미래재단, 뉴데일리인터넷신문, 뉴라이트교사연합회, 뉴라이트안보연합, 뉴라이트전국연합, 뉴스앤뉴스, 뉴스앤피플, 다부동전투구국용사회, 대한민국경우회, 대한불교도총연합회, 대한민국예비역영관장교연합회, 대한민국공군전우회, 대한민국안보와경제살리기본부, 대한민국특전동지회, 대한민국KATUSA전우회, 대한민국사랑회, 대한민국성우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독립신문, 미가608.COM, 미래한국신문, 바른사회시민회, 반핵반김협의회, 밝고힘찬나라모임, 백골전우회, 백마고지참전전우회, 베트남참전유공자회, 변호사들모임, 병참동우회, 부관동우회, 북한구원운동, 북한민주화운영위원회, 북한민주화포럼, 북한인권단체, 불교계대표, 삼락회, 선진화국민회의, 세계평화포럼회, 여전도회전국연합, 예비역기독장교회, 올인코리아, 우남이승만연구회, 월남참전유공전우연합회, 육군항공협회, 의우회,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자유대한수호운동본부, 자유민주국민회의, 자유북한방송, 자유수호국민운동, 자유시민연대, 자유언론인협회, 자유주의국민운동, 자유지식인선언, 정보동우회, 정훈동우회, 천만명서명운동본부, 청교도영성훈련원, 탈북자동지회, 탈북난민돕기미주협회, 태평양시대위원회, 통신병과동우회, 프런티어타임즈, 프리존미디어,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미래포럼회, 한국발전연구원, 한국안보포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한국자유총연맹, 한기총연합회, 한미안보연구회, 한미우호협회, 해군동지회중앙회, 해병해외참전전우회, 해병전우회중앙회, 해양전략연구소,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현대사포럼, 호림유격전우회, 황해도민회, A판문점전우회, OCU코넬료회, UDT전우회, UDU동지회, 2080CEO포럼회, 21C한양율곡포럼, 21C동서포럼회, 53동우회, 6.25납북인사가족협회, 6.25참전80동우연합회"

그 명칭에 주목해보면, 주로 '나라사랑' '자유수호' '북한인권' '세계평화' 등을 내세우거나 '백골전우회' 등 안보 및 군대조직과 상관이 있는 명칭들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월 20일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천주교 나라사랑기도회'는 '가톨릭뉴라이트'처럼 보수 우익 반공 정치단체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의심을 충분히 받을만 하다. 게다가 이들이 정치광고를 낼 때마다, 대표는 늘 김현욱 씨로 되어 있으며, 수시로 단체의 명칭을 바꾸어왔다는 점에서 위 <조선일보> 광고에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포함시킨것은 '대부분 천주교 평신도들이 동조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실수라고 생각된다. 결국 이 명단에 어처구니없이 삽입된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항의로 정정광고를 내야 했다.

한편 이들이 순수한 가톨릭 평신도단체가 아님을 반증하는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20일 천주교 나라사랑기도회에서 광장동 천주교회의 허필수회장은 공식단체인 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인 최홍준 회장을 비난하며 "평신도사도직 사무실 좀 빌려쓰자고 하니까, 최 회장이 안 된다며 거절했다"며, 교구청도 믿을 게 못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광고를 마무리하며, "이른바 정의구현사제단과 같은 불법단체가 소멸되면, 본당의 공손한 신자로, 수도회의 평범한 지원자로 돌아간다"고 밝혔는데, 이 말 자체가 이들이 교도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순수한 종교단체가 아닌 정치적 결사임을 드러내고 있으며, 비교적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평신도사도직협의회마저 고개를 돌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적어도 한국교회의 공식조직이 비교적 보수적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일보> 류의 사견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 사진/평화바람

가톨릭뉴라이트 최신버전, 나라사랑기도회의 주역들

그렇다면, 현재 나라사랑기도회를 주도하는 세력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라사랑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김현욱 씨는 광주학살을 통해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가운데 치러진 1981년 3월 25일 11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의 공천으로 고향 당진군에 출마해 당선된 뒤 3선을 기록했고, 13대 국회에서는 통일외무위원장을 역임했던 전형적인 군사정권의 비호를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1992년 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의 송영진과 겨뤄 낙마했으며, 그후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불복한 이종찬과 함께 새한국당을 창당했고, 15대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에 입당한 뒤 4선에 성공했다.

정계 은퇴 이후에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의 보수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 및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전면개정을 비난하고 이명박대통령의 강경책을 옹호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민족화해분과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2006년부터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7대 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2007년 5월 19일 발족한 가톨릭뉴라이트 상임의장을 맡아 보면서, '뜻있는 가톨릭 평신도 모임'의 대표 이름으로 정의구현사제단을 반미 좌익단체로 규정하며 비난하는 광고를 주도했다. 2007년 11월 27일 기자회견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를 옹호하는 이유는 한국의 질서를 파괴하기 위해서"라고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김현욱 회장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고문단으로 활동하면서 2008년 7월 7일 공정택 서울특별시 교육감 후보 사무실에서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은 흔들린다"라는 색깔론 발언을 했다. 당시 김현욱 회장과 함께 공정택 후보의 고문단으로 활동한 사람들은 가수 이은하, 탤런트 정홍채, 한국교총 회장 이원희, 뉴라이트 상임대표 김진홍,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고학용, 서울교대 총장 송광용, 재향군인회 회장 박세진 등이었다.

한편 최근 들어 정의구현사제단과 원로사제들을 교회법정에 세우자는 청원운동을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송정숙 씨는 1993년 김영삼 정부아래서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용되었으며, 2006년 10월에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보수적 인사들이 '국가비상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김정일 정권 종식과 노무현 정권 퇴진을 요구한다"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을 때 참여했던 인물이다.

2009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전국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반발해 바른사회시민회의 이름으로 6월 9일 열린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섰던 송정숙 씨는 "소통과 화합 같은 얘기는 (성향이) 비슷한 상대를 대하거나 좀 더 평화로운 시대에나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노무현) 장례식 다음날 덕수궁 돌담길에 노란 풍선이 많이 걸려 있는 것을 봤는데, 풍선 하나하나에 전직 대통령의 얼굴과 추모글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짜인 듯이 일사불란하게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굴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언론들이 서거라는 용어를 재빨리 사용한 것도 놀라웠다. 서거라는 말이 빨리 등장할 수 있도록 만든 힘은 또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이건 서거는 아니다" 라고 말했다.

"고인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하지만, 엊그제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유서에 좋든 나쁘든 나라를 걱정하는 얘기가 하나도 없더라. 그런 투신자살을 서거로 만들고 어마어마하게 국민장을 대단한 열기로 치렀다. 그리고 국민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수십 번의 독려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힘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이렇듯 서거와 국민장을 보기 좋게 성취하고 다시 정국을 뒤흔들려는 집요한 세력이 우리 주변에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 사진/평화바람

이처럼 천주교 나라사랑기도회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인맥에서 '가톨릭뉴라이트'의 맥을 잇고 있는 정치적 세력이며, 이들과 더불어 60-70대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전직 언론인, 기업인, 재향군인회 관련 단체 및 본당 사목회장들 가운데 일부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열린 기도회에는 70여 명이 모였는데, 아직 적은 숫자지만, 예전처럼 일회적인 '광고'를 통한 선전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지속적이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에 정진석 추기경의 용퇴를 촉구한 원로사제 가운데 한 사람인 함세웅 신부에 따르면, 1월 24일 오전에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청구동 천주교회 앞에 이들에게 고용된듯한 이들이 두어 명 나타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게재한 광고사본을 들고 성당 앞에서 선전작업을 했다고 한다. 함 신부에 따르면, "이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물어보았는데, 천주교 신자도 아니었고, 한 사람은 소망교회 다닌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여기에 와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정진석 추기경 용퇴 주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었다. 일당을 받고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했지만, 추운 날 아침부터 뭔지도 모르고 성당에 와 있는 사람들이 그냥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1970년대판 가톨릭뉴라이트, 천주교 정의신자단

이러한 천주교회 안의 보수적 정치세력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70년대의 유신독재 아래서 김수환추기경과 지학순 주교, 김재덕 주교 등이 지지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앞장섰던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도 이런 정치세력들이 출몰했다.

1974년 유신정권의 불법성을 고발하는 양심선언으로 지학순 주교(원주교구장)가 15년형을 받고 구속된 뒤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족해 전국적으로 시국기도회가 열고 있는 상황에서 1975년 1월 중순부터 '한국 천주교 정의신자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횃불>이라는 인쇄물을 전국에 돌리기 시작했다. <횃불>은 인권회복을 위한 기도회가 '위장 정치집회'라며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횃불>의 발행인 겸 편집인은 육사 8기 출신의 예비역 중령 최추봉 씨였다. 최추봉 씨는 한강본당 사목회장을 역임했으며, 꾸르실료를 이수하고, 당시 군종후원회 부회장이었다.

당시 최추봉은 꾸르실료와 군종후원회의 동조를 구하며 이 유인물을 배포했기 때문에, 군종후원회 회비납부 중지사태와 꾸르실료 추천 거부사태가 벌어지면서, 결국 최추봉 회장은 군종후원회 부회장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꾸르실료 역시 자신들이 <횃불>과 상관없음을 공지했다. 당시 <가톨릭시보> 1975년 2월 9일자 기사에 따르면, 최추봉 회장은 1974년 9월부터 모임을 준비해 왔으며, 정의신자단은 2명의 지도신부가 있고, 그동안 가명을 쓴 것은 관계하고 있는 단체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해명했다. 또한 반공을 내세운 것은 "반공이 성직자의 정치관에 좌우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현재 드러나는 나라사랑기도회는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반공을 국시로 한다는 박정희 정신을 계승하고 둘째, 군사정권과 이를 계승한 한나라당과 밀월관계를 유지한다는 점 셋째, 민주주의보다 안보를 강조한다는 점 넷째, 수시로 이름을 바꾸거나 익명 또는 가명을 쓴다는 점 다섯째, 교회 공식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동참하는 사제들이 2~2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975년 이후 구국사제단이나 연장사제의 이름으로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지학순 주교, 김수환 추기경 등의 처사에 반발하고 나선 이들은 김창석, 봉희만, 정하권 신부 등이며, 나라사랑기도회에 동의를 표명하고 나선 이는 아직까지 김계춘, 박홍 신부로 극히 소수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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