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 이들은 어디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과거 이런 이들은 제도 종교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 가운데 가장 진지한 이들은 출가(또는 성직)의 길을 선택하였다. 요즘은 어떨까? 아마 요즘은 이런 이들이 먼저 유튜브를 검색할 것 같다. 자신(이나 자기 단체)의 생각을 널리 알리고 싶은 이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을 벌이는 곳이 이 공간이니 말이다.

그러면 여기서 해답을 찾고 이 해답을 심화(강화)하는 일도 가능할까? 지적인 면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답을 체화하는 일은 철저히 몸으로 하는 것이기에 온라인으로는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뜻은 있으나 제도에 발을 담그는 일을 주저하는 이들은 귀(耳)로 성인이 되는 길을 택하는 듯하다. 국악을 프로가 아니면서 애호 이상으로 즐기는 이들을 ‘귀명창’(名唱)이라 하는데 이들처럼 귀(혹은 시청하는 것으)로만 종교적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제도 종교에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다. 일단 가톨릭교회에 한정하여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 살펴본다.

새 입교자의 정체

1. 양적 지표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4만 1384명(지난 20년 평균 입교자 숫자의 1/3 규모)이 세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유아세례(10살 미만)는 1만 1853명으로 전체 입교자의 28.6퍼센트를 차지하였다. 부모의 영향력 아래 있는 10대 초반은 3724명으로 전체의 9퍼센트였다. 여기에 10대 후반 1153명, 대세자 3500명(전체의 8.5퍼센트)을 제외하면 성인 영세자 비율은 전체의 54.9퍼센트다.

유아세례는 대부분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의 결정에 따른다. 이 때문에 유아세례는 신앙의 가계(家系) 전승이다. 10대 초반도 가계 전승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추세로 보면 10대 후반도 비슷하니 전체 입교자 중 45퍼센트 가까이는 신자 집안에서 부모의 신앙을 이어받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천주교도 가족의 종교가 되어 가는 셈이다.

성인 영세자들은 어떤 이들인가? ‘2022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서는 이들의 나이, 성별, 출신 교구 정보만 얻을 수 있다. 우선 연령대(5년 간격)에서는 20대 초반, 30대 초반, 40대 초반, 50대 초반, 60대 초반이 2000명 이상이었고, 나머지 연령대는 1000명대였다. 20대 초반은 출신 교구별로 보았을 때 군종교구가 56.3퍼센트를 차지하였다. 대체로 입대한 군인들이다. 과거 이들의 규모는 8-10배에 이르렀다. 절대 숫자로 보면 ‘60살 이상’ 연령대 입교자 숫자가 성인 입교자 가운데 34.7퍼센트를 차지하였다. 성별로는 여성 입교 비율이 6 대 4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다만 유아영세, 75살 이상 그룹에서는 남녀 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출신 지역은 대체로 교구별 교세와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에서 입교자는 첫째 절반 가까이가 신자 집안에서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았고, 둘째 ‘유아 영세’와 ‘60살 이상’ 연령대의 비중이 전체의 70퍼센트 가까이 되었고, 성별로는 여성이 60퍼센트를 차지하였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지금여기 자료사진

2. 질적 지표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양적 지표(indicator)이기 때문에 질적 지표에 해당하는 입교 동기는 확인할 수 없다. 이런 질적 지표들은 그동안 이뤄진 신자 의식조사 결과를 참조해야 한다. 설문에서는 ‘입교 동기’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에서 추정이 가능하다. 대체로 응답 범주 가운데 제일 큰 동기에 해당하는 비율을 보고 추정하게 된다. 물론 이 조사들도 모집단을 잘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대체로 신앙생활에 적극적인 신자가 참여해 현재 신앙생활을 쉬고 있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서다. 여기서는 큰 경향만 소개한다.

어느 조사든 성인 신자에게 입교 동기를 물으면 조사에 따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가 최소 40퍼센트에서 최대 60퍼센트 정도 나온다. 그다음으로 높게 나오는 것이 ‘다른 신자의 권유’, ‘가족의 권유’를 합쳐 최소 20퍼센트에서 최대 3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어 천주교의 사회적 이미지(와 평판)가 뒤를 잇는다. 대체로 이런 동기가 입교를 결정하였다. 따라서 천주교에 입교하는 성인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비교적 ‘사회에서 평판이 좋고(사회적 위신이 높고)’ 평소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을 선택한 셈이다. 물론 어느 하나의 지표가 입교를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지표들이 중층복합적으로 작용해 입교가 일어난다. 그만큼 한 종교를 갖는 일은 한 개인에겐 무거운 결정이다.

부모로부터 가족의 종교를 전승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 하였으니 나머지 성인은 천주교 배경이 전혀 없이 입교하는 셈이다. 조사 문항에는 ‘입교 전 종교’ 문항이 있는데 대체로 이 질문에 ‘아무 종교 경험 없이(무종교)’ 처음 입교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유아세례 제외) 또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이웃 종교에서 개종하는 경우였다. 개종의 경우는 개신교, 불교 순인데 개신교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요약하면 입교 전 종교는 조사에 따라 무종교가  50-60퍼센트, 유아세례가 20-30퍼센트, 개종이 20-30퍼센트를 차지하였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개종 비율(40-50퍼센트)이 높았는데 이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유아세례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였다. 2022년 통계의 경우 새 입교자의 45퍼센트가 가계전승이라 하였으니 전체 입교자의 절반만이 무종교 출신이거나 개종자였던 셈이다. 이처럼 신앙의 가계전승 비율이 높아지면서 순수한 의미의 개종자는 줄고 있다. 이는 천주교에 들어오는 일이 과거만큼 쉽지 않은 선택임을 뜻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과거엔 무종교에서 제도 종교로 진입하거나 이웃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옮겨가는 일이 활발하였다. 기성 종교에서도 이들 덕에 역동성이 컸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신앙의 가계 전승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이는 종교 시장의 역동이 줄고 제도 종교 전반이 가족 종교로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이는 그만큼 무종교인이 기성 종교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들이 입교하더라도 기성 종교의 폐쇄성이 커 적응이 쉽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지난 이십 년 동안의 추세대로라면 누군가 종교적인 관심이 생겼다 하더라도 기성 제도 종교에 진입하는 것이 예전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진입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때론 ‘양(量) 속의 질(質)’일 수 있는데 이 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질도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진입자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여 진입 규모 감소를 촉진한다. 그만큼 진지한 종교적 욕구를 가진 이들이 기성 제도 종교를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매년 이십만여 명이 처음 종교의 문을 두드리거나 기존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적어도 그들에겐 종교의 존재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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