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매달 두 번째 월요일에 '종교 전망대'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새롭게 나오는 종교 관련 통계, 조사 결과,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한국 종교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집필을 맡아 주신 박문수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신자(신도)가 소속 종교를 떠났다. 이탈자가 많은 곳은 1/3, 적은 곳은 1/4정도 떠난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이탈이 코로나 팬데믹이 주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팬데믹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은 소속 종교를 떠나 어디로 갔을까?

그들이 찾아간 곳

소속 종교(종단, 교회)를 떠난 이들은 대체로 네 가지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첫째, 아무 종교에도 소속하지 않고 무종교인 상태로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종교인에는 다시 세 부류가 있다. ① 잠시 또는 길게 쉬었다 기성 종교로 재진입하려는 이들이다. ② 종교에 관심은 있으나 기성 종교에 다시 소속할 의사가 없는 이들이다. ③ 종교와 완전히 단절하고 말 그대로 무종교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 가운데 ①에 속한 이들의 규모가 전체 무종교인의 1/3 정도를 늘 차지하는데 최근 줄어드는 추세다. 처음부터 제도종교에 진입하지 않던 이들도 무종교인 층을 구성한다.

둘째, 다른 종교(종단, 교회)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른바 스위칭(switching) 신자다. 이들은 기성 종교 이탈자들 가운데 10퍼센트 미만 정도다. 이들은 완전히 소속을 바꿨기에 과거 종교에 돌아갈 의사가 없다.

셋째, 기존 종교의 소속(과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아무런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다. 가톨릭의 경우는 냉담 신자 가운데 일부가 이런 선택을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만 나름대로 소속 종교 또는 다른 종교의 방식으로 종교적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류는 규모가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기성 종교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넘어서는 엘리트적 욕구를 가진 경우다. 아마도 이들은 굳이 종교에 소속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들의 규모가 크다면 어떤 형태로든 종교운동의 형태로 나타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런 부류는 이미 기성 종교에서 성직자나 수도자(수행자)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기성 종교를 떠난 이들은 종교적으로 더 나은(혹은 우월한) 길을 선택하기보다 종교를 아예 포기하거나 종교에 소속해 있을 때보다 덜 종교적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신자들이 성당에서 미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왕기리 기자
신자들이 성당에서 미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왕기리 기자

기성 제도종교의 중요성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무종교인으로 있다 종교에 관심을 두는 경우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의 경로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첫째, 기성 종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그 종교에 소속하는 것이다. 물론 하나가 아니라 여러 종교에 동시에 소속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국에서 큰 규모를 가진 종단은 나름 (역사 안에서) 검증된 체계이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입교자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식이다. 기성 종교 안에서도 종교적 욕구와 열정의 정도에 따라 신자들의 층위가 다양하다. 가톨릭의 경우는 독신 성소자들이 엘리트 층위에 속한다. 간신히 최소한의 의무만 하고 사는 신자와 모든 것을 걸고 투신하는 신자 사이에 여러 층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 자신이 홀로 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거나 새로운 종단(교단)을 창립하는 것이다. 대체로 자신이 종교적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남이 그렇다고 인정하는 이들이 이런 시도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2세대로 넘어가면 카리스마가 일상화(routinization)되기 때문에 기성 종교화가 불가피하다. 시작할 때는 탈(脫) 제도종교를 표방했지만 결국 제도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소속하지 않으면서 기성 종교 전통에 있는 방식들을 차용하여 독자적으로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도 가능은 하지만 보통 열정이 아니고선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이 가운데 둘째, 셋째는 소수에 불과하여 다수는 기성 제도종교 그것도 한국의 3대 종교라 불리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원불교도 있지만 앞의 세 종교가 전체 종교인구의 98퍼센트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여기에 소속된다는 것이 그리 큰 의미를 갖진 않는다.

앞의 두 논의를 정리하면 결론은 이렇다. 먼저 기성 종교에서 이탈한 이들 가운데 10퍼센트 미만이 다른 종교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종교운동(이나 종교 생활)을 시작한다. 물론 이들 가운데 기존 종교에서보다 더 나은(혹은 우월한) 선택을 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다. 그렇다면 기성 종교의 이탈자들 가운데 90퍼센트 가까이는 아예 종교성이 없거나 현저하게 약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떠난 이들이 무엇인가 새로운 운동을 일으키거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둘째, 기성 제도종교는 현재 많은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입문자나 기성 종교인이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더 나은 종교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핵심 통로(이자 수단)다. 앞으로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종교적 관심을 가진 이들이 남아 있는 공간이 기성 제도종교가 되리라는 것이다. 사실 남아 있는 이들은 종교사회학적 의미의 종교성(religiosity)이 평균 이상인 사람이다. 그러니 이들의 종교성이 낮아지고 있다면 한국 종교인 전체의 종교성이 낮아진 셈이고, 이는 그대로 한국 사회에서 종교적 가치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기성 제도종교의 쇄신과 개혁만이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종교적 가치를 보존하고 발양(發揚)하는 방법이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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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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