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매달 네 번째 금요일에 '밑에서 보기'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변두리 문화를 산책하며 여러 콘텐츠를 통해 우리의 일상 그리고 사회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김지환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이렇게 함께해왔음이 기적이요, 신비로세

지난 17일 일요일 합정동 전·진·상센터에서는 예수살이공동체의 아주 특별한 1000차 금요미사가 있었다. 금요미사가 일요일에 거행된 이유는 송년 감사미사를 겸하며 더 많은 공동체 성원이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미사가 열린 전·진·상센터는 한때 예수살이공동체가 오랫동안 공동체의 틀을 다졌던 자리였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렇게 함께해왔음이 기적이요, 신비로세’는 이번 미사의 주제 표어다.

(이미지 출처 = 예수살이공동체)
(이미지 출처 = 예수살이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는 1998년 3월 1일 창립했으며, 이듬해 4월 23일 1차 청년 금요미사를 시작했다. 배동교육을 통한 청년 신앙 운동으로 시작하여 2003년 장년을 대상으로 한 제자교육이 시행되었다. 이후 공동체는 청년과 장년을 아우르는 단체로 발전했고, 청년 금요미사 또한 지금의 금요미사로 변경되었다.

예수살이공동체는 공동체의 도반을 ‘더부네’라고 부르며, 공동체의 동반 사제를 ‘길벗’이라고 부른다.(길벗 중에는 평수사도 한 명 있다.) 금요미사는 주로 길벗 사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종종 공동체 바깥에서도 미사 집전 사제를 초대하기도 했다. 외부 사제를 공동체의 미사에 초대함으로써, 교류가 이뤄지고 공동체를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외부에서 온 사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예수회의 박문수 신부가 왔을 때는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골롬반회의 오기백 신부는 자신이 1976년에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으로는 76년생이라며,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고향 아일랜드 풍경이 제주도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일본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는 금요미사에서 평화헌법 9조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미사 후 한국의 가요 한 곡을 선물하기도 했다.

공동체의 금요미사는 이처럼 많은 만남이 있었는데,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제들의 일정이 갑작스레 여유치 않아 몇 차례는 공소예절로 진행한 적도 있다. 공동체의 미사가 끝나면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여러 더부네가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친교 자리는 공동체 미사의 백미 중 하나다. 그렇게 쭉 이어 오던 금요미사는 현재 여러 이유로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전례의 토착화와 공동체의 지향

예수살이공동체의 전례에는 전례 토착화와 공동체의 고민이 깊게 녹아 있다. 먼저 모든 생명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을 고백하는 영적 조율인 ‘한 몸 되기’와 '마니피캇'으로 미사가 시작되며, 제2독서는 안중근 토마스 의사의 자서전을 낭독한다. 이는 공동체가 안중근 의사를 신앙인상의 모범으로 삼기 때문으로, 몇 해 전 공동체는 안중근 의사의 길을 따라 중국 몇몇 지역을 순례하기도 했다. 미사 곳곳의 전례곡은 초창기 공동체 더부네가 우리 전통 곡조를 반영해 직접 작곡했다. 보편지향 기도는 모두 손을 잡고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바치며 이어진다. 평화의 인사는 일상적인 미사에서 앞뒤 양옆의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방식과 달리 미사 참여자 전체가 서로 포옹을 한다. 처음에는 무척 어색해 하고 시끌법석하지만 성체를 영하기 전에 미사 공동체가 깊고 즐겁게 하나가 된다. 이후 차분하게 정리한 후 영성체를 하는데, 양형 성체로 성체를 임한 뒤 미사주를 조금씩 나누며 진행한다. 미사는 ‘예수살이 문답’과 ‘자유, 기쁨, 투신’이라는 구호로 마무리된다.

2010년 3월 19일 예수살이공동체 500차 금요미사.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2010년 3월 19일 예수살이공동체 500차 금요미사.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처음 미사에 참례하면 이런 공동체의 전례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우리의 전통과 공동체의 어우러짐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배어 있다. 모두 깊게 미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어쩌면 예수 당대의 전례가 이런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금요미사의 지향과 연대 그리고 작은 실천

금요미사에서는 미사 지향을 매우 중시한다. 개인적 바람이나 공동체 더부네의 안녕도 빌지만, 지금 한국 사회나 전 세계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지지하고 연대해야 할 사안을 명시한다. 2004년에는 북한 룡천역 열차 폭파 사고의 피해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는데, 지향과 아울러 미사 봉헌금을 그를 위해 쓰이도록 보내기도 한다. 이번 1000차 금요미사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을 위해 기도했고, 봉헌금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로 전해 그곳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여기에서 일일이 소개 못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그때마다 맞닥뜨린 현안을 고민하며 미사를 지향했다. 또 봉헌금을 지금 현재 어느 곳에 지원할지도 공동체의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는 더 기억하고 작은 힘을 보태고자 노력했다.

금요미사는 또한 연대의 장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던 고로 주교의 일본 평화헌법 9조의 중요성과 진정한 한일관계 회복을 고민하기도 했다. 한번은 고로 주교가 이끄는 청년모임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견학한 뒤, 금요미사에 합류해 연대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홍콩 정의평화위원회 회원들이 참여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2017년 8월 25일 홍콩 정의평화위원회 회원과 함께했던 825차 금요미사.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2017년 8월 25일 홍콩 정의평화위원회 회원과 함께했던 825차 금요미사.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2019년 8월 30일 일본 고로 주교와 함께했던 913차 금요미사.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2019년 8월 30일 일본 고로 주교와 함께했던 913차 금요미사.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미사 그 이후

이날 금요미사에는 많은 더부네가 참석해 성황리에 마쳤다. 미사 준비팀을 꾸려 몇 달 전부터 준비하며, 그간 금요미사를 총화하며 미사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번 미사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봉헌하고자 했고, 봉헌금은 앞서 말한 대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난민을 위한 모금에 함께 하기로 했다. 해서 <가톨릭평론> 겨울호에 실린 팔레스타인 관련 글을 확대 출력해 대자보처럼 붙이고, 안내 데스크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배지를 팔았다. 이번 미사에서 나는 미사 후 나눌 음식 챙기는 일을 맡았다. 더부네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세팅하고 음식이 줄어들면 바로 채우는 일인데, 엄청 많아 보였던 음식을 많은 더부네가 풍족하게 나누어 왠지 뿌듯했다. 또 한편에서는 공동체가 새로 마련한 공간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한 벽돌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벼룩시장이 펼쳐졌다.

이날 미사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청년 더부네도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와 함께해 온 아이가 못 알아볼 정도 커서 오기도 했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더부네도 많았다. 교회에서도 일반 사회에서도 청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공동체 또한 청년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다. 더 노력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금요미사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겠지만 그 정신만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다.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br>
예수살이공동체 1000차 금요미사의 풍경들. (사진 제공 = 예수살이공동체)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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