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세미나

종교 인구가 줄고 있다. 최근 몇 년 조사에 따르면 성당뿐 아니라 교회, 절 등에 다니는 신자 수가 줄고 있으며, 종교에 대한 무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탈종교화 현상’을 분석하고, 가톨릭교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민수 신부(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는 개회사에서 사회적으로 점점 종교와 멀어지는 현상을 종교 관점에서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만 19살 이상 성인 가운데 무종교인은 63퍼센트다. 2017년에는 53퍼센트, 2012년에는 45퍼센트였다.

한국 종교 인구 변화. 2000년대 들어서 제도종교 신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목회데이터연구소)
한국 종교 인구 변화. 2000년대 들어서 제도종교 신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목회데이터연구소)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방영미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이사)는 이런 한국의 탈종교화 현상이 ‘탈 제도종교’ 즉 제도종교의 신자 수 감소를 의미할 뿐 “종교성의 본래 문제는 아니”라고 개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고유한 신념 체계, 축제와 의례들, 상징, 영웅과 성인들, 성스러운 장소들, 성스러운 숭배 대상을 갖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종교성이 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제도종교가 한국 사회의 발전과 성장에 문화,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그 중심에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주류 교단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3대 종교의 신자 수 감소가 3대 교단에는 한국 사회의 탈종교화 현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종교에 닥친 탈종교화 현상은 “그간 제도권 종교가 누려온 기득권 관성에서 벗어나 21세기 인간을 위한 종교로 변모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류 교단들은 ‘탈종교 사회’를 맞아 자신을 돌아보고 종교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방 박사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인식을 넘은 실천, 만남과 교제의 장, 공공성의 실현 등 사용하는 용어는 달라도,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에 필요한 종교가 돼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지향성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 또한 종교가 이익단체의 성격을 버리고 종교 본연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논평을 맡은 양승우 신부(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강남교회)는 “지난 30년간 한국인 생활에서 종교 비중이 대폭 줄었지만,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다”며 방영미 박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양 신부는 “종교성은 인간의 기본적 심성 가운데 하나고, 삶의 궁극적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므로 종교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종교의 미래는 인간성의 위기 상황, 과학 기술주의, 물질주의 등 사회 흐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또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모든 문제에 답을 줄 수 없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종교에서 답을 찾으려 할 것인데, 이런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탈종교화 사회, 한국 가톨릭의 미래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23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탈종교화 사회, 한국 가톨릭의 미래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교회, 판사에서 집사로

최영균 신부(수원교구,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는 좀 더 세부적으로, 가톨릭교회의 탈교회화 현상에 관해 발제했다.

최 신부는 탈종교화 현상의 한 요인으로 “종교가 공동체 영역에서 수행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자율적 헌신의 문제가 되는 것”을 이야기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믿음의 담지자인 교회 공동체 자체보다 영성이 더 부각되는 점”을 들었다. 영성은 가장 교회적인 용어지만, 오늘날 영성은 종교에서 떨어져 세속화되고 있다. 최 신부는 이를 “초월적 가치와 내면의 차원을 제도종교 없이 개인이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속화된 영성의 범위는 미디어와 대중문화 영역까지 커지고 있다. 그는 “유튜브에서 퍼지는 힐링, 치유, 고민 해결 관련 콘텐츠가 미디어 종교의 얼굴로 대중의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영성이 더 이상 종교의 전유물이 아님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탈교회화에 대해 ‘교회의 공공성’, ‘경계를 확장하는 교회 신앙’, 그리고 ‘환대의 영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시노드 교회’ 혹은 ‘시노달라타스’라는 일종의 교회 쇄신 운동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사회에 주는 선한 영향력을 확대할 때, 탈종교화 현상이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회의 공공성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직접 돕는 복지 차원, 불의한 사회 구조와 제도를 바로잡거나 지속가능한 인간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 개혁과 같은 운동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당과 지역교회가 전례와 신앙교육 중심의 신앙생활을 넘어 형제적 친교, 열린 자세, 환대를 증진하는 공간이 됨으로써 신앙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다.

“여성, 젊은이, 소외되거나 배제된 이들, 버림받은 이들(예를 들어, 거리의 아이들과 노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함께, 이혼한 이들, 재혼한 이들, 한부모들, 해체된 가정들, 장애인들, 재소자들, 성소수자라고 인정한 이들, 노인들, 약물 의존자들, 성매매 종사자들 등에게 의미 있는 사목적 돌봄이 제공되어야 하며, 상처를 입고 피해당한 이, 분열된 가족들과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 실향민과 박해받는 이 그리고 여러 방면에서 다른 많은 이들이 이 ‘천막’(교회)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 문서’ 169항)

최 신부는 “교회의 이미지가 죄를 묻고 선을 추앙하는 판사였다면, 이제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이가 교회에 머물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집사의 이미지로 변해야 하는 것이 시노드 교회의 기조이자 탈교회화에 대한 교회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논평자로 나선 박문수 박사(<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는 신자 수 감소가 팬데믹 때문이라는 보기도 하는데 이는 짧은 생각이라며, 종교 인구 감소 추세는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탈제도적 종교성’(제도종교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신앙,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현상)의 확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는 “종교와 종교, 종교와 세속 간 경계가 모호해진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종교만으로는 종교적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여러 종교의 요소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혼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전과 달리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시대라 교회를 이탈하거나 다른 종교로 옮기는 방식으로 자기표현을 분명히 한다.

역사가 오래된 제도종교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박 박사는 “세상이 종교의 규범체계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현대인, MZ세대에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종교가 세상과 따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종교가 제도 유지와 내부 관리에 치중하느라 사회에 공적 의제를 제시하지 못한 점도 탈제도적 종교성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제도종교 쇠퇴는 기정사실이고 이 쇠퇴 경향은 되돌리기 어려우나, 앞으로 방향과 과제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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