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세미나

프란치스코 교종 홍보 주일 담화, 시노달리타스와 연결
경청, 말 끊지 않는다고 되는 것 아냐

22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하 한가문연)이 교종의 홍보 주일 담화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교종청은 1967년 홍보 주일을 제정한 뒤로 해마다 커뮤니케이션 매체 발전과 시대 상황을 반영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민수 신부(한가문연 원장)는 “최근 몇 년 프란치스코 교황(교종)님 담화는 일관성 있게 연결돼 있다. 2년 전에는 대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작년에는 경청의 중요성을 말했다. 올해는 마음으로 말하기가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홍보 주일 담화문에 담긴 가치를 이해하고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며, 소통에 도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좋은 소통을 위한 조건으로 ‘가서 보다’와 ‘경청하다’라는 동사에 대하여 성찰한 다음, 저는 이번 제57차 홍보 주일 담화에서 ‘마음으로 말하기’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이 마음은 가고, 보고 그리고 경청하도록 우리를 자극하는 마음이자, 개방적이고 환대하는 소통의 방식을 향하여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경청을 실천하고 자기 관점을 편파적으로 주장하기를 포기한다면, 대화와 나눔의 역동, 곧 진심 어린 소통의 역동 안에 분명히 들어갈 수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종, 제57차 홍보 주일 담화문)

새 두 마리가 물이 담긴 접시 가장자리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는 듯한 모습. (이미지 출처 = Pixabay) 
새 두 마리가 물이 담긴 접시 가장자리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는 듯한 모습. (이미지 출처 = Pixabay) 

첫 발제를 맡은 한창현 신부(성바오로 수도회)는 이번 홍보 주일 담화문 내용과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 주제인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를 연결해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번 담화에서 ‘시노드 과정 안에서 마음으로 말하기’를 강조하며, “들을 때의 겸손과 말할 때의 담대함에 바탕을 둔 소통”을 이야기했다. 한 신부에 따르면 최근 교종의 사목 철학이 담긴 다른 문헌들과 이번 담화가 같은 맥락에 있는데, ‘시노달리타스’라는 주제로 관통한다. 그는 특히 이번 담화에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잘 녹아 있으며, 시노달리타스의 삶을 교회 안에서 어떻게 실현할지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번역도 어려운 시노달리타스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시노달리타스를 “나와 생각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 싫은 사람들 만나 듣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치 견해가 다른 사람과 만나 왜 그 사람이 그 정당을 지지하는지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면 서로의 다른 점을 볼 수밖에 없고, 이런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사고와 기존 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청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끊지 않는 게 아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상대방을 몰아붙이지 않고 듣는 것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힘들지만 계속 노력해야 하고, 이런 시도들로 삶은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게 된다.

“편견 없이 주의 깊게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면, 친밀함과 연민과 온유로 길러지는 하느님 방식에 따라 말하게 됩니다.”(프란치스코 교종, 제57차 홍보 주일 담화문)

이어 그는 한국 교회에서 진행한 시노드에서 나온 의견들을 소개했다.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으며”, “본당에서 신자 대부분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크고 대화를 피한다.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가 여건상 어렵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할 뿐 담아둔 것을 잘 피력하지 않는다. 본당 주임 사제 앞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뒤에서 여론을 형성할 때가 많다.”(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한창현 신부는 이런 지적들을 잘못됐다거나 해결해야 할 과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동 식별의 과정을 통해 시노달리타스를 살기 위한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22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홍보주일 교황 담화문의 적용과 실천'을 주제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었고, 70여 명이 참석했다. ⓒ배선영 기자
6월 22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홍보주일 교황 담화문의 적용과 실천'을 주제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었고, 70여 명이 참석했다. ⓒ배선영 기자

그는 “겸손하게 듣고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을 들었다. 예를 들어, 본당에서 성직자 중심으로 일이 진행돼도, 사제에게 직접 의견을 말하지 않고 “신앙으로 해결하고, 기도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바뀔 것 같지 않고, 화도 풀리지 않고, 상처 받은 채로 성당을 떠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래도 주일 미사는 나와야지"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한 신부는 “애초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며, 사람이 지닌 소통의 한계나 편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마음에 드는 사람과만 지내면 결국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몹쓸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걸 모른 채로 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에게 겸손하게 대화를 청할 수 있고, 이런 노력으로 극단으로 쪼개진 이 시대에 폐쇄적인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와 대립으로 점철된 역사적 시기에 – 안타깝게도 교회 공동체도 예외가 아닙니다. - ‘마음을 열고 두 팔 벌려’ 소통하는 노력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모두 진리를 추구하고 말하며, 이를 사랑으로 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프란치스코 교종, 제57차 홍보 주일 담화문)

한편, 소셜 미디어와 저널리즘 분야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이 말한 '마음으로 소통하기'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최선영 교수(연세대)는 소셜 미디어를 쓰면서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해 디지털 세계에서 이웃과 친교를 맺을 수 있는 실천을 이야기했다. 김지영 교수(동국대)는 가짜 뉴스와 믿을 수 없는 불량 뉴스가 만연한 저널리즘의 문제점과 그 대응에 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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