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하 한가문연)과 서울대교구 상동봉 성당이 ‘1인 가구 청년 사목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상봉동 성당 주변 청년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그에 따라 어떻게 지역 청년을 위한 사목을 펼칠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교구나 수도회가 청년문화공간은 운영하고 있지만, 본당 차원은 드물어서 상봉동 성당이 설문부터 세미나, 이후 구체적으로 사목을 실행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사 책임을 맡은 우리신학연구소의 경동현 박사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8일까지 진행됐으며, 상봉동 성당 주변 지역에 혼자 사는 20-30대 청년 253명이 참여했다. 여자 176명(71퍼센트), 남자 72명이며, 25-29살 사이가 105명(42퍼센트), 종교 없음 155명(61퍼센트)이 많았다.

상봉동 성당 사목위원 중심으로 꾸려진 조사 진행팀은 청년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우선 본당과 이웃 본당 청년들에게 온라인 설문을 안내하고, 상봉역과 지역 청년 축제에서 직접 청년들을 만났으며, SNS 유료 광고를 활용했다.

조사 결과, 성당에 기대하는 바는 정서 지원 프로그램, 모임 휴게 공간 마련, 인적 교류 프로그램, 자립을 위한 경제적 지원, 밥집 등 생활 지원 시설, 공부 독서 공간 운영 순으로 답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주거 관련, 정서 지원, 요리 등 소셜 다이닝, 사회관계망 형성, 독서 모임순으로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참여 의향이 없는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순수하게 1인 가구 지원이라 생각돼지 않아서’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상봉동 성당 주변 1인 가구 청년들이 답한 내용의 주요 키워로 만든 워드 클라우드. (이미지 출처 = '1인 가구 청년 사목 방안 세미나 자료집',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상봉동 성당)
설문조사 결과, 상봉동 성당 주변 1인 가구 청년들이 답한 내용의 주요 키워로 만든 워드 클라우드. (이미지 출처 = '1인 가구 청년 사목 방안 세미나 자료집',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상봉동 성당)

이어진 발표에서 오지섭 박사(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는 상봉동 성당과 한가문연이 공동 추진하는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사목 방안 연구” 프로젝트가 “대부분 성당이 최소한의 기본 활동에 치중하거나 성당 내부 사안만을 염두에 두는 현실에서 상봉동 성당이 지역사회에까지 초점을 맞추는 것은 획기적”이라며 시도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성당 안 ‘청년문화공간’ 설치와 운영에 관해 “청년을 위한 공간이지만 그들만의 배타적 공간이 아니라 다른 세대(특히 성상 기존 구성원)와 어우러질 수 있는 세대 소통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당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큰 사업이기 때문에 한계와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오 박사는 먼저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성당 구성원들의 불만과 불편을 들었다. 그는 사업 시작 여부와 추진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과 이해,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당 안 청년문화공간의 설치와 운영으로 신자들이 불편하거나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되고, 유익하고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성당 구성원이 불만을 느끼는 요인이 바로 재정 문제다. 그는 “사업 추진으로 자신들에게 새롭게 얻어질 재정과 업무 부담, 변화에 따른 번거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걱정은 불만으로 이어지고, 사업 추진 의지를 약하게 만든다”고 부연했다. 원칙적인 얘기이지만, 공간 설치와 운영은 상봉동 성당의 재정을 비롯한 현실 여건에 적합한 범위 안에서 계획되고 추진돼야 한다.

그는 청년문화공간의 초기 설비 비용의 부담을 피하기 어렵지만, 불필요하고 적절하지 않은 전시성 시설은 줄이고, 실제 취지와 방향을 살리는 적합한 디자인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소비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비슷한 사업에서 확인한 또 다른 문제는 새로운 공간을 설치하는 데 그치고 죽은 공간이 되는 것이다. 주변 지역 청년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므로 얼마나 이 공간을 찾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생활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커뮤니티 형성은 청년들끼리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소모임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중고품 교환, 직거래, 공동 구매 등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없는 이들 가운데 13퍼센트가 ‘순수하게 1인 가구 지원이라 생각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선교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오 박사는 지역 청년을 위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 돌봄이라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당의 청년 사목 활성 또는 선교 목적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과 상봉동 성당이 '1인 가구 쳥년 사목 방안'을 주제로 상봉동 성당에서 합동 세미나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
20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과 상봉동 성당이 '1인 가구 쳥년 사목 방안'을 주제로 상봉동 성당에서 합동 세미나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

박문수 박사(한가문연 연구이사)는 예수수도회가 서울 노량진에서 운영하는 메리워드 청년공간과 이문수 신부(글라렛 선교 수도회)가 연 청년문간을 소개했다. 두 곳 모두 청년들이 부담 없이 밥을 먹는 공간으로, 박 박사는 “대단한 것을 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말 한마디 건네는 등 가볍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변미리 박사(서울연구원)도 공간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영화 상영, 독서 모임 등 단순하고 가벼운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면 청년들이 모일 것이라며 청년세대를 위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연석 씨(상봉동 성당 남성총구역장)는 지역 청년을 위한 사목에 있어 신자가 아닌 이들도 내 이웃, 형제라고 생각하는 신자들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며, 본당의 공간을 함께 쓰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신부(상봉동 성담 주임, 한가문연 담당)는 이 세미나를 통해 신자들이 앞으로 진행할 지역 청년을 위한 사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표를 듣고서는 거창하게 시작할 것이 아니라 작게나마 마음이 통하는 작은 돌봄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말했다.

상봉동 성당 유튜브 채널에서 세미나 전체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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