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연, 한가문연 합동 세미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이 풀리면서 미사 참여율이 회복되는 등 교회도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떠났던 신자들을 본당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6월 30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과 우리신학연구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천주교회’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정희완 신부(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장)가 한 말이다.

정 신부는 팬데믹이 교회에 미친 영향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기보다는 누적됐던 기존의 문제와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복구가 아니라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위적 비전과 전망을 말하기보다 우리 신앙이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교회와 신앙의 이름으로 우리가 하는 것들, 즉 미사, 전례, 본당 활동 등에서 생동감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정직한” 질문을 던지자고 제안했다.

6월 30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천주교회'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6월 30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천주교회'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살아 있는 전례인가?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가 정말 생생하고 역동적인 모습일까?
본당은 진정한 친교, 참여,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가?

정 신부는 신자들이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구체적으로 느끼는지, 신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신앙을 고백하고 표현하고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신자들이 습관적이고 형식적으로 전례에 참여하지 않고 능동적, 주체적으로 참여하면 우리의 신앙 감각은 성장하고 일상과 삶을 기쁘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 모습 역시 형식적이고 추상적이면 신앙의 모습도 추상적이고 형식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생각과 마음 없이 빈 몸으로, 습관적이고 형식적으로” 미사에 참여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주간을 돌아보며 자기 잘못과 부족함을 성찰하고, 주님께 올리는 자신만의 간절한 기도를 갖고 미사에 참여할 때, 생동하는 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사의 성가와 강론이 중요한데, “인간은 노래를 통해 정서를 표현하고 공감과 연대를 체험한다. 한국 교회는 신자들의 삶과 사연을 담아내는 성가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당에서 올바른 신앙이 양성되고 있는가, 본당은 정말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나, 본당 사제는 신앙적이고 복음적인 기준보다는 세속적이고 물질적 관행에 따라 사목의 방향을 설정하고 결정하진 않는가, 사목자로서의 태도와 방식보다는 관리자로서의 태도로 본당 일을 결정하진 않는가, 본당 구성원의 역할 분담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본당 수녀에게 충분한 사도직 수행의 역할을 주고 있는가, 전례와 교육에 평신도의 참여가 보장되는가, 기복적이고 자기 위안만을 추구하는 웰빙 신앙의 추세를 강화하는 데 강론과 교육이 일조하고 있진 않는가....”

그는 “그저 정직하게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하기만 해도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런 실천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본당 쇄신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신부는 “대부분 담론이 세미나에서 한 번 소비되고 더는 힘을 갖지 못한다”며 “변화는 교회 구성원들이 의식과 태도에서 새로운 것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이뤄진다. 새로운 상상과 해석을 시작하고, 생각과 태도를 먼저 바꿔 신앙을 살아내는 방식 즉 교회의 신앙과 문화를 변화시키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의 질문들을 함께 성찰하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활성화할 것을 제시했다.

미사 참여율 회복보다 중요한 것은 환대

‘미국 교회의 팬데믹 대응과 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한 조민아 교수(미국 조지타운대)도 “팬데믹으로 본당을 떠난 신자들이 돌아오고 있지 않은 것이 교회가 가장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나 단순히 잃어버린 신자를 어떻게 다시 본당으로 끌어올 것인가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례와 성사에 있어서 어떻게 공동체적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대면과 비대면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팬데믹이 안정화됐어도 신자들이 교회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단지 온라인 전례와 소통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며, “여성, 성소수자, 유색 인종, 이민자들 가운데 본당에서 차별과 소외와 혐오를 경험하느니 온라인 미사를 계속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공동체, 다른 생명의 생존을 떠나 개인의 생존과 안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개인주의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미국 사회 신학자들에게 큰 도전”이라며 국가 차원뿐 아니라 전 지구적, 생태계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팬데믹 이후 중요한 것은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 수가 아니라 신앙을 어떻게 살아내는지 점검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본당의 미사 전 모습. ⓒ배선영 기자
팬데믹 이후 중요한 것은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 수가 아니라 신앙을 어떻게 살아내는지 점검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본당의 미사 전 모습. ⓒ배선영 기자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종교 축소 위기.... 대안은 종교의 공공성 구현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한국 종교 관련 이슈 분석'을 발표한 오지섭 교수(서강대 종교학과, 한가문연 연구이사)는 팬데믹 이후 한국 종교가 나아갈 방향으로 ‘공공성의 구현’을 강조했다.

오 교수도 종교 전반의 위기의식이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라고 봤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종교 전반이 축소, 쇠퇴하고 있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예식을 강행하는 등 종교의 부정적 모습은 위기의식과 과제를 더욱 절박하게 만들었다.

그는 종교 부정과 무관심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종교의 본래 의미, 즉 종교의 공공성 강화를 들었다. 이어 “종교가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삶에 살아 있는 의미를 주는 것이 종교의 공공성”이라며 “종교가 제시하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역할과 의무가 온전히 드러나면 자연히 모든 사람이 종교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톨릭 평론> 유튜브 채널에서 세미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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