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황윤, 2023. (포스터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수라', 황윤, 2023. (포스터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영화 ‘수라’를 만났다. 제20회 국제 환경영화제에서. 황윤 감독과 갯벌 지킴이들의 삶을 보면서 함께 눈물이 났고 화도 났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누군가 끊어 놓은 생명 에너지를 맨몸으로 부활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에 감동과 미안함이 뒤섞여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수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군산에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라북도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이어 주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다. 사업 자체는 전라북도 옥구군 옥서면을 중심으로 한 금강, 만경강, 동진강 하구를 둘러싼 갯벌을 개발하려는 옥서 지구 농업 개발 계획에서 출발했다. 후에 새만금 사업으로 바뀌었고 1991년 시작해 19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0년 4월 준공하였다.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이 간척사업으로 갯벌은 모두 죽어버렸고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해양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바다 물길이 막히면서 갯벌이 썩기 시작했고, 고기가 잡히지 않자 어민들은 생존 위협을 당해 바다 일을 포기하고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2014년 군산으로 이사 온 황윤 감독은 더는 그곳에 생명체들이 살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멸종위기의 저어새 150여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에 놀랐고, 누군가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싸우고 있었음을 알고 감동한다. 

갯벌을 다시 살리려는 사람들. 
갯벌의 새들과 생명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과 오동필 단장의 열정과 수고.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오동필 단장은 말한다.
‘나는 어쩌면 아름다움을 본 죄로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요.’ 
그는 울먹이며 말했고 그의 말이 나도 눈물이 났다.  
너무 아름다운 갯벌의 생명체들을 봐 버렸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곳을 되돌려 놓으려는 그의 의지와 열망은 아들 승준에게로 이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 모습에 감동으로 가슴이 뜨거웠다. 

“현장을 보면 외면할 수가 없다.”
“아름다움을 봐버린 죄로 우리는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그들과 공생해 가야 하는 생명체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깊은 책임감을 던져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갯벌 속의 생명들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영화의 마지막 장관은 ‘도요새의 군무’였다.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순간 생각했다. 
‘이 영화를 봐버린 죄로 우리 역시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생명을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는 이 일에 관심과 동참을 요구하는 이 영화를 우리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생명을 지닌 우리 모두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갯벌은 우리이며, 갯벌을 찾아오는 수많은 생명체 역시도 우리다. 
이 영화는 바로 우리들에 대한 영화인 것이다.

'수라' 스틸이미지. (이미지 출처 =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스튜디오 에이드)

구영주(세레나)
11살, 세례 받고 예수님에게 반함. 뼛속까지 예술인의 피를 무시하고 공대 입학. 돌고 돌아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피는 절대 속여서는 안 됨을 스스로 증명.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화가로, 아동미술치료사로 성장.
<가톨릭 다이제스트> 외 각종 매체에 칼럼 및 영화평과 서평을 기고하며 프리랜서 라이터로 활발히 활동. 현재 남편과 중학생 아들, 두 남자와 달콤 살벌한 동거 중.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키워드

#수라 #구영주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