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서울대교구 신학생들과 함께 사회사목 현장 실습에서 가는 강이 있다. 내성천이다. 내성천은 강 전체가 모래 강으로, 우리 강 원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국보급 하천 또는 국립공원으로 보전해야 할 하천으로 평가받는 강이다. 수년 전 신학생들과 내성천을 걷다가 물고기 잡는 수달을 만나기도 한 생명의 공간이다. 그런데 최근 경북 예천군(김학동 예천군수)에서 내성천 자연 제방에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을 해 버렸다. 내성천 미호교부터 상류 3킬로미터 좌측 자연 제방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 구간은 사람이 심은 것이 아닌 저절로 자란 자연 원시림이고 이곳을 생태 조사하던 대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현장을 발견했다. 나무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고 기온을 낮추고 습도를 조절해 준다. 또 홍수 때 유속을 느리게 해 주고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 하천 수온 상승을 막아 주는 등 공익적 기능을 한다. 특히 물가까지 뻗어 나간 왕버들 잔뿌리는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되고 왕버들을 비롯한 나무들은 산새와 수달 등의 서식처가 된다.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 곳을 생태 테러에 준하는 벌목을 해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위부터) 2022년 9월 내성천 벌목 전 모습과 2023년 4월 벌목 후 모습. (사진 출처 = 대구환경운동연합)
2022년 9월 내성천 벌목 전 모습과 2023년 4월 벌목 후 모습. (사진 출처 = 대구환경운동연합)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20일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4대강 보 활용은 이념을 개입시킬 필요 없이 과학적 잣대로 판단”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4대강 보, 가뭄 등 기후변화 대비용 문 정부 해체 결정 취소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수질에만 초점을 맞춰 보 해체를 결정했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보 해체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4대강조사평가단과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재해, 안전성, 수질, 생태계, 이용성, 경제성 등 종합적이고 심도 깊은 검토와 의결을 거쳐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내렸다. 배 위원장 스스로도 지난 1월 18일 국회 물포럼이 개최한 포럼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 향후 과제’ 발제를 통해 핵심 과제 중 1차 물관리 기본 계획의 철저한 이행을 제시한 바 있다. 본인의 주장도 거스른 모양새다. 4대강 문제와 관련해 환경시민단체들의 단체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보 해체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발언은 정치적 잣대로 ‘보 해체 취소’라는 미리 정해진 결론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따르겠다는 의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4월 25일 생명의 강을 지키자는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의 선언대회가 있었다.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다. 이들은 4대강을 또 죽이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퇴행하는 자연성 회복정책을 이대로 둘 수 없음을 선언에서 밝혔다. 오늘날 강의 고유성과 자연성 회복은 기후위기 시대 적응과 완화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해결하고, 녹조로 뒤덮인 4대강의 자연을 회복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개탄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강을 다시 죽이려 한다는 우려다.

더군다나 녹조 창궐로 인한 녹조 독성 문제는 사회적 재난 수준의 심각한 상황이다. 녹조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대표적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6600배 독성을 지녔고, 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이 독소가 강물뿐만 아니라 수돗물, 농수산물에 이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었다. 지난해 김해 매리 취수장 196일, 함안 칠서 취수장에서는 189일 동안 수돗물의 독소를 경고하는 조류 경보가 있었지만, 윤 정부 환경부는 수질 개선을 저버리고 4대강 보 활용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4월 25일 열린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 (사진 출처 =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월 25일 열린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 (사진 출처 =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이날 선언대회에서 양기석 신부(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는 발언에서 “정부는 강을 비롯한 생태계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4대강 재자연화를 시작으로 이 땅에서 벌어진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한반도가 생명이 넘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명의 강은 국민의 권리이고 국가는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누리게 할 책무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이행하고 한강, 낙동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를 개방해 강물을 흐르게 하여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강이 흘러야 온갖 생물이 우굴거리며 살아나기 때문이다.(에제 47,9)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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