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사회교리’다.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지키고 실천하는 복음적 지침이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신앙인의 나침반이 된다. 지난 2004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는 "간추린 사회교리"(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를 발간했고,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을 요약한 문헌이다. 이 가운데 환경 생태 문제는 제10장 '환경보호' 451-487항에 나오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여러 문헌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한 생태적 사회교리 내용을 종합 정리하고 있다. 오늘날 환경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공식 입장이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하느님은 보시니 좋은 만물을 창조하시고 그 정점에 인간을 세우셨음을 성경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 모습으로 지어졌고, 인간은 모든 피조물을 책임지고 발전시키며 돌볼 의무를 가진다. 이 의무로 인간은 하느님 창조질서 가운데 특별한 위치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창조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근본 원인은 도덕적 고찰을 무시하고 사물에 대한 무조건적 지배를 주장하는 인간의 오만함에 있다고 지적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61항)

매곡취수장 녹조. ⓒ맹주형
매곡취수장 녹조. ⓒ맹주형

지난 6월 20일부터 서울대교구 신학과 4학년 학생들의 사회사목 실습이 있었다. 사회교리 관점에서 환경 생태 현장을 방문하였다.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낙동강 강정고령보 현장에 갔다. 현장에 가 보니 강물이 정체되어 비가 오는데도 녹조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신학생들과 함께 대구 시민의 식수원인 매곡취수장까지 걸어갔다. 어렵게 허가를 받아 들어간 취수장 바로 앞 강물에 녹조가 가득하다. 문제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소가 검출되고, 이 물로 농사를 지으면 쌀, 배추, 오이 등 농작물도 안전하지 않다.

강 곳곳에서 물방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녹조가 많이 피어 강 속에서 메탄가스가 올라와 공기 중에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현상이다. 이 현장을 본 한 신학생은 "대구 시민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도 왜 아무런 말도 안 하나요?" 하고 묻는다. 답답한 마음이었다. 본래 강은 더운 여름날 더위를 식혀 주는 곳이었는데 이제 가까이 가면 위험한 강이 되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내성천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아홉 번을 흘러 ‘구곡천’이라고도 불리는 내성천 한가운데 이명박 4대강 난개발 마지막 사업으로 영주댐을 만들었다. 댐이 만들어지기 전 내성천에 들어간 적이 있다. 허벅지까지 파묻히는 부드러운 모래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영주댐이 만들어지고 난 후 물이 깊어지고, 강변에 육지 식물들이 자라는 육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과거 내성천은 깊지 않고 어른의 무릎 정도로 흘렀다. 물이 빠지면 갓난아이도 놀던 곳이다. 그래서 내성천은 아이들이 강 생태계를 배우는 좋은 터전이었다.

내성천에서 신학생들. ⓒ정수근
내성천에서 신학생들. ⓒ정수근

또 내성천은 강과 산 사이를 이어 주었다. 산속에 사는 야생동물이 내려와 내성천에서 물을 마시고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하지만 영주댐이 만들어져 산과 강의 연결이 끊겨 더 이상 동물들은 강으로 내려오질 못한다. 모래가 사라진 곳은 강물이 깊어져 사람도 들어가지 못한다. 쓸모가 없는 댐이 만들어져 사람과 동물 모두 들어가지 못하는 강이 되었다. 인간의 오만하고 무분별한 난개발 사업으로 사람과 동물과 생태계 모두가 단절되었다. 하느님의 신비가 사라진 강이 되었다. 흐르는 강이 모두를 살린다. 하루빨리 보 수문을 열고 댐을 해체해야 한다.

“감사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본질적으로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행동 양식이 되어야 한다. 사실 세상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유지하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낸다.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가 고려되지 않을 때 자연은 그 깊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황폐해진다. 반면에, 자연을 피조물의 차원에서 재발견한다면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수 있으며, 자연의 풍요롭고 상징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자연의 신비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영역은 인간이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열어준다.”("간추린 사회교리" 487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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