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THADD”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소성리 할머니들이 경찰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NO THADD”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소성리 할머니들이 경찰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성리는 완연한 봄이었다. 2017년 3월 15일부터 시작한 소성리 한반도 평화 미사 가는 길은 벚꽃 흐드러진 평화 자체였다. 그 평화도 잠시 소성리 상황실 강현욱 교무님(원불교 성직자) 문자가 왔다. “오늘 미군들 들어와요. 1시 전에 들어올 것 같네요. 어머니들 마을회관에 계시는데 함께 해주세요. 저는 미군과 함께 들어갑니다.”

부랴부랴 점심밥을 마치고 소성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할머니들은 이미 “NO THADD”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미군들이 들어오는 도로로 향한다. 평화롭던 소성리 마을에 갑자기 경찰 버스가 들어오고 긴장감이 흐른다. 소성리 마을회관 아래 원불교 대각전 앞 도로에 할머니들과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제 등 연대자들이 연좌했다. 미군 사드 기지 운용에 필요한 기름을 실은 차와 교대 병력, 그들의 짐이 들어올 예정이다. 차량 통과를 위해 도로 밖으로 이동하라는 경찰은 경고 방송도 없이 “최대한 밀착! 밀착!”을 외친다. “즈그 멋대로 들어온다!”며 이동하라는 경찰에게 “안 한다꼬! 우엘라꼬! 경찰들이 절루 가라!” 외치는 할머니들.

30여 분이 넘는 실랑이 속에 주민들과 연대자 모두를 경찰이 둘러싼 후에야 옆으로 경찰 버스가 먼저 들어온다. 그 뒤로 커튼이 가려진 미군 교대 병력이 탄 버스 2대, 그들의 짐을 실은 트럭, 맨 뒤로 대형 유류 탱크 차량 4대가 지나간다. 그들에게 “양키 고우 홈!”을 외치는 할머니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강제 동원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윤 정부는 한일 과거사 문제의 봉합과 졸속 처리를 통한 한일동맹 구축으로 대중국 대결에 한국을 동원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리고 한미일 3국이 서두르고 있는 한미일, 한일동맹 구축의 중심에 바로 소성리가, 사드가 있다. 주한미군 사드는 바로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전제로 하는 사드는 자연과 인간 모두의 평화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불의한 상황이다. 실제로 소성리 사드 기지는 주민 동의 없이 사드를 배치했고, 현재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지난 3월 2일 무산되었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주민들도 모르는 사람이 주민 대표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성리 한반도 평화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성리 한반도 평화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성리 한반도 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다시 할머니들과, 이제는 나오는 미군 유류 차 등을 막기 위해 다시 마을 입구에 연좌했다. 경찰들은 다시 연대자들을 막아섰고, 그 사이 버스와 유류 차들이 지나간다. “들어오지 마! 누구의 경찰이야! 한국 경찰이야, 미국 경찰이야! 양키 고우 홈!”을 외치는 주민들.

소성리는 매일 전쟁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소위 ‘사드 기지 정상화’라는 말로,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일삼고 있다. 정상화할 곳은 사드 기지가 아니다. 대일 굴욕, 매국 외교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한 윤석열 정부다.

소성리, 우크라이나 등 전쟁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씀을 기억한다. “이 비극적인 현실을 익숙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항상 마음속에 담아 둡시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싸웁시다.” (2022년 6월 15일 수요 일반알현 교종 말씀 중)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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