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한문 앞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집회 방해로 피해를 보았다”며 2014년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선고를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원고들은 더 이상 경찰이 장소를 점거하고 해산명령으로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등 자의적인 집해 방해가 정당한 업무수행으로 평가받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오는 26일 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발언자로 나선 김혜진 활동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쌍용차 노동자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려야 했기에 2013년 이 공간(대한문 앞)에서 집회해야 했다. 정리해고가 일방적으로 자행됐고 그에 저항한 노동자들은 국가폭력을 당했고 거액의 손해배상에 시달렸다. 그 때문에 죽어간 동료들을 추모하고자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곳에 분향소를 차렸지만, 정부는 강제 철거하고 노동자들을 내쫓았다”고 말했다.

이어 “분향소가 철거된 자리에 화단이 들어섰다. 혹시 화단을 훼손할지도 모르니, 노동자들의 집회는 언제라도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자 ‘꽃보다 집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는 불온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경찰은 너무 쉽게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왔다. ‘꽃보다 집회’에 대한 집회 방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가해진 집회 방해의 연속”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집회 외에는 거의 없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용납되면 이 사회는 죽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파기환송심의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는 “2013년 4월 대한문 분향소가 침탈된 뒤 비 오는 저녁에 이곳을 찾았다. 비 맞은 분향소, 다 깨진 그곳에 영정 사진 스물네 분의 얼굴이 있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한 집회는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고, 함께 살자고 외쳤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그로부터 9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경찰이나 공권력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는 듯하다. 시민을 보호하고 생명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기고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힘이 아닌 그저 부릴 수 있는 권력으로만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임을, 그리고 경찰과 국가권력에 부여한 공권력은 모든 시민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해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10월 13일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경찰의 집회방해 국가배상청구 소송 관련해 법원의 올바른 판결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br>
10월 13일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경찰의 집회방해 국가배상청구 소송 관련해 법원의 올바른 판결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 사건 피고에 대한민국뿐 아니라 당시 남대문서 경비과장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집회 참가로 매년 많은 사람이 처벌받지만, 평화적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의도적으로 방해한 경찰은 처벌받거나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위법한 경찰권 남용에 의한 집회 방해는 충돌, 연행과 또 다른 충돌의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손해 배상받기 위함이 아니라 집회와 기자회견을 대했던 경찰의 태도를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신을 포함해 원고들이 이 소송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 개인의 책임이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3년 4월 서울 중구청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린 분향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만들었다. 이에 시민인권단체들은 집회 자유 침해를 규탄하는 ‘꽃보다 집회’를 열려고 했고, 그 보름 뒤에도 화단 앞 임시 분향소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두 날 모두 “경찰의 방해로 제대로 집회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2014년 ‘꽃보다 집회’ 참가자 4명과 임시분향소 강제 철거 규탄 기자회견 및 항의 집회 참가자 2명이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1인당 400만 원씩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이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는 항소했다. 2017년 법원은 원고들에게 각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했다. 2021년 대법원은 “경찰의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을 질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을 정도에 이른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에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으로 돌아와 26일 파기환송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