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부 손 들어준 원심 파기, 환송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2009년 파업 진압에 따른 국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국가 승소로 판결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쌍용차 파업 이후 13년, 2심 판결 뒤 대법원 계류 6년 5개월 만이다.

“(2009년 당시) 경찰 헬기 손상과 관련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하여, ‘원고(국가)가 헬기를 이용하여 최루액을 공중 살포하거나 헬기 하강풍을 옥외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점거파업을 진압한 것은 경찰 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어 상대방이 이에 대한 방어로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기중기 손상과 관련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휴업손해는 피고들이 손해의 발생을 예견하기 어려워 특별손해에 해당하고, 수리비 손해에 대해서 피고들의 책임을 80퍼센트로 인정한 것(20퍼센트의 책임제한)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한다”(판결문 일부, 대법원 보도자료)

30일 열린 선고에서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쌍용차 노동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로 보고, 기중기 손상 및 수리 비용, 휴업 손해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책임(80퍼센트)은 형평성에 어긋나 불합리하다면서, “피고들의 책임을 80퍼센트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2009년 파업 이후 사측과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 40명(당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을 상대로 모두 약 4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이 시작됐고, 2016년 2심 재판부는 쌍용차 노조원 40명에게 국가에 대한 배상 금액 약 11억 2800만 원, 사측에 대한 배상 금액은 33억 114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측의 손배가압류 소송은 2015년 사측과 노조 간 합의 조건으로 취하됐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까지 “대법원 판결을 보겠다”며 취하를 거부해 왔다.

2009년부터 2022년, 13년간 끌어온 손배소 소송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 자체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으로 징벌을 가한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불렀다.

또 진압 과정에서 겪은 노동자들의 트라우마와 손배가압류에 대한 부담은 노동자 30여 명의 죽음을 초래했다. 2019년 7월 복직한 48명 가운데 일부는 첫 급여의 절반 이상을 가압류당했다.

2018년 9월 14일, 파업 10년 만에 복직과 사측 손배소 취하에 합의됐다. 그러나 이날까지 노동자 30명이 세상을 떠났고, 분향소 영정 앞에는 꽃이 놓였다. ⓒ정현진 기자<br>
2018년 9월 14일, 파업 10년 만에 복직과 사측 손배소 취하에 합의됐다. 그러나 이날까지 노동자 30명이 세상을 떠났고, 분향소 영정 앞에는 꽃이 놓였다. ⓒ정현진 기자

그러나 그간 쌍용차 파업에 대한 과잉 진압, 이로 인한 손배소의 부당함을 확인하는 일들도 있었다.

2018년 경찰청인권침해사건 조사위원회는 경찰의 강제진압을 인정하고 인권침해 사항 개선을 권고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쌍용차 파업 진압에 대한 경찰의 위법적이고 부당한 강제진압 책임을 묻고 국가 손배소의 정당성을 부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공식 사과했다.

2021년에는 ‘국가손배 소송 취하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142명의 참여로 통과됐으며, 쌍용차 노동자 28명도 2022년 트라우마 진단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손배소송 피고 40명 가운데 2명은 세상을 떠났으며, 다수가 쌍용차 외 일터로 전직한 상태다.

이날 판결에 대해 쌍용차 지부 등 노동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도 환영하고 나섰다.

김득중 지부장(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은 경찰청장이 이미 과잉 진압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소를 취하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경찰은 즉각 스스로 소를 취하하고 이 고통을 끝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성명을 통해 하루빨리 모든 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하고, 노동자 파업을 손배가압류로 보복하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파기환송은 당연한 결과라며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국회에서 통과한 결의안 취지대로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취하”를 촉구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은 사측이 2600명을 대량 해고하려는 것에 대해 노조가 반발해 벌였으며, 77일간 이어졌다. 당시 경찰은 특공대, 헬기, 기중기 등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했고, 파업이 끝난 뒤,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편,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노동3권을 명시하고 있다.

또 가톨릭교회는 “간추린 사회교리”(301-307항), '새로운 사태'(레오 13세), '노동하는 인간'(요한 바오로 2세), '사목 헌장' 등을 통해 인간이 우선되는 경제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가르친다.

11월 30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판결 뒤 입장을 발표한 이들이 ‘국가손해배상 30억’이라 쓴 종이를 찢어 날렸다. (사진 제공=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11월 30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판결 뒤 입장을 발표한 이들이 ‘국가손해배상 30억’이라 쓴 종이를 찢어 날렸다. (사진 제공=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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