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명칭 변경 논의 좌담회 열려

‘가톨릭기후행동’이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 LSM)으로 명칭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운동 방향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적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로서 활동을 시작한 ‘가톨릭기후행동’이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명칭과 지향, 조직, 활동 내용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한 평가와 성찰,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톨릭기후행동’은 2015년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종 회칙 ‘찬미받으소서’로부터 시작된 국제 운동으로 기후 비상상황에 맞서 생활양식, 생산과 소비의 변화, 정부 정책 변화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 왔다. 한국에서도 2019년 9월 기후 정의를 위한 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국제가톨릭기후행동이 2021년 회칙 정신을 반영하며 이 운동의 명칭을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바꾸면서 한국 가톨릭기후행동도 지난 10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간담회 내용과 2월 18일 전체 회의를 통해 정식으로 명칭 변경을 논의할 예정이다.

1월 10일, 가톨릭기후행동의 명칭을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명칭 변경하며, 그 방향과 내용을 평가, 논의하는 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br>
1월 10일, 가톨릭기후행동의 명칭을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명칭 변경하며, 그 방향과 내용을 평가, 논의하는 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이날 간담회에서 오현화 운영위원(가톨릭기후행동)은 ‘가톨릭기후행동’의 지난 3여 년의 활동을 정리했다.

국제가톨릭기후행동(현, 찬미받으소서 운동)과 한국의 가톨릭기후행동은 처음부터 하위 조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으로는 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 교회는 찬미받으소서 이전부터 생태환경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사건에 연대하면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 왔다.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수도회와 평신도 단체의 정의평화창조보존(JPIC), 하늘땅물벗 등 조직으로 대표되는 활동은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 문제, 제주 강정 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쌍용차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연대하며, 그 사건 본질에 있는 반생명, 반생태적 움직임에 반대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2019년 9월 5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의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9월 21일 대규모 기후 시위 중 봉헌한 거리 미사로 한국 교회 단위의 본격적 기후행동이 시작됐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청년대표단, 운영위원회를 두고 출범했으며, 2022년 현재 사제와 여성 수도자 2인 대표 체제, 운영위원회, 교육, 액션, 홍보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현화 위원은 그동안 가톨릭기후행동은 거리 미사, 지속적 기후위기 금요 광화문 피켓팅 등을 진행했지만, 기후변화가 보편적 이슈가 되면서 일부 활동가들이 운동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미사는 사제가 없으면 안 된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금요 피켓팅의 경우, 3년 내내 성실하고 꾸준하게 진행하면서 교회 안팎에서 인상적 활동으로 각인됐다고 평가했다.

활동가 교육과 관련, 관심을 유발하며 함께 활동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본과 심화 과정을 온라인으로도 진행해,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나 기본 교육과 실천 단계 활동가 양성을 목적으로 진행한다.

오 위원은 앞으로 가톨릭기후행동(이하 가기행)이 무엇을 개선하고 무엇을 향해 가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가기행의 시작은 외부 연대의 일원으로서 참여와 더불어 교회 내의 움직임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한 단위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교회 안에서 세상을 향해 교회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하는 영성 운동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갈 것인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가기행의 정체성은 분명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별개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 “행동이 사소하고 느리고 표시가 나지 않는 삶의 전환보다는 굵직한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쪽에 더 두드러져 보였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는 분명하고 위급한 현시대의 상황에서 ‘야전병원’ 같은 조직으로 시작해 다급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범했던 3년 전보다 더 심각해진 기후위기 현실에서 가톨릭기후행동이 무엇을 지향하며 더 나아가야 할까라고 묻는 그는 이미 긴 투쟁의 길에 있는 삼척화력발전소, 제주 제2공항, 새만금공항 등의 문제에서 작은 승리들이 있지만, 온전한 해결이 아니며 결국 빙산의 일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이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기계적) 탄소중립이 아니라 성장주의를 거스르는 우리 삶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또한 생태적 회개와 삶의 전환 면에서, 분리배출을 하면서도 비닐과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성찰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가기행의 적극적인 사회 연대는 교회 안팎을 연결하고 새로운 성찰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이제는 성찰, 기도, 개인의 실천, 사회 연대 각각의 부분을 어떻게 잇고, 복음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을 바꾸고 새로워지려는 것은 지금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하고 있던 일의 본질을 드러내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성찰과 운동 방향에 맞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오현화 위원은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 이전에 느슨한 연대와 협력을 넘어 운동 연대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협력, 정체성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의 주교 활동 가운데 하나는 매주 금요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피켓팅이다. ⓒ배선영 기자<br>
가톨릭기후행동의 주교 활동 가운데 하나는 매주 금요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피켓팅이다. ⓒ배선영 기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신원의 식별로부터
이름은 곧 사명감이자 신원 의식

이어 윤종걸 운영위원(가톨릭기후행동)은 “왜 찬미받으소서 운동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왜 이 운동이며, 이것을 해야 하는가에 앞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신원과 사명에 관한 명확한 인식, 식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GCCM Korea)도 ‘찬미받으소서 운동’이란 이름으로 변경하는 문제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지만,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 운동을 해 온 개인과 단체가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세상 안에서 교회 안에서 우리 이름이 갖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생태적 회개, 관계 회복이라는 항구하고 본질적 문제
사태의 본질, 신앙 운동으로서의 본향으로

윤종걸 위원은 ‘가톨릭기후행동’의 ‘기후’는 우리가 추구해 온 “생태적 회개”라는 보다 넓은 범주의 활동을 반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찬미받으소서’ 회칙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설립된 가톨릭행동은 기후 문제를 넘어 보다 통합적 전망에서 활동해 왔고, 그래서 ‘가톨릭기후행동’이 신원 의식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의 연대체처럼 출발한 가톨릭기후행동은 더욱 그 정체성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기후위기의 문제는 일시적 효과를 위한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 치료를 위해 “하느님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 회복을 위한 깨달음, 파괴된 관계 회복을 위한 내면적 동기 발현, 생태적 회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태적 회개는 단순히 생태위기나 기후위기라는 드러난 현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훨씬 근본적인 곳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찬미받으소서 운동’이 보다 활동의 본질을 잘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2020년 1월 20일 출범식과 창립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br>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2020년 1월 20일 출범식과 창립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

발제에 이어, 가톨릭기후행동 활동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그동안 가톨릭기후행동 구성원으로 활동해 온 박윤미 씨(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기후 위기에 대한 오해와 생태라는 낯선 단어에 대한 인식을 넘어 본당 신자들과 함께 활동해 온 시간을 정리했다.

그는 그동안 가톨릭기후행동은 활동가, 시민, 행동하는 신앙인으로서 길을 만들고 활동하게 만들어 주었다면서, 무엇보다 “이 활동이 신앙 안의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확인을 해 줬다고 말했다.

피켓팅과 같은 일반 시민과 만나는 사회적 활동과 함께,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내적 평화를 갖고 동반하는 과정”이었다는 그는 운동 명칭을 넘어 기존의 활동 가운데 “‘기후’라는 중심점, 시민단체와 연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하는 조직 내적의 평등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랐다.

반면 그는 “소수 활동가 중심의 운동에서 벗어나 보다 대중적 운동으로 발전하고, 교회 정신과 가르침에 따른 운동인 만큼 영성운동의 측면도 잃지 않으며, 운동가 또는 활동가로서 보다 정체성과 소속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결속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애리 수녀(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는 먼저 가톨릭기후행동에서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가고자 하는 과정이 ‘시노달리타스’(함께 가기) 여정인지 질문하고, 논의 과정에서 숙고해야 할 지점들을 제시했다.

그는 “이름에 대한 질문, 조직에 대한 숙고, 사명과 가치 등을 함께 모으며 변화와 쇄신을 위한 3년의 과정이 있었지만, 충분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좌담회가 마련됐다”며, 단지 기후위기 상황에서 뒤틀어진 관계와 삶이 문제를 되돌리기 위한 운동인가, 종교적 운동인가의 사이에서도 고유성인지 모호함인지도 하나의 물음이라고 말했다.

"‘찬미받으소서 운동’과 가톨릭기후행동의 다른 점이 주는 장점을 체화하고 교회 내 영성운동으로서 연대의 끈을 강화하며, 그 역동이 세상 속에서 육화하는 두 개의 방향성을 바탕으로 더욱 튼튼하고 살아 있는 운동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애리 수녀는 명칭에 있는 ‘운동’, ‘행동’이라는 단어는 실천을 부각하지만, 특히 교회 내 구성원들에게 거대하고, 강하며, 쉽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는 면도 있다면서, 집단을 의미하고 행동을 내포하는 ‘운동’이라는 단어는 가치의 내면화와 그 동력의 표현이라는 차원에서 과연 그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새로운 영성운동으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는 복음화를 위한 임무와 사명의 측면에서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세상 속 평신도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시민으로서 세상 안에서 예언자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현재 조직과 운영체계가 적합한가”라고도 물었다.

그는 “조직은 위계나 제도뿐 아니라 운동이 본래 의미를 잘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뼈대이며, 모인 이들 각자와 시대에 주신 새로운 카리스마”라면서, “운동의 생명력을 위해 필요한 조직과 구성은 무엇이며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자질과 역할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지난 3년간 동력을 잃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새로운 이름을 위한 성경적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찬미받으소서 운동은 ‘관상’과 ‘행동’을 결합한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으며, 이는 이 운동이 피조물 보호와 그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는 대담한 활동으로 나아가는 것, 즉 관상 활동가로 부르는 것”이라며, 이는 “마리아와 마르타,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그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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