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기후정의행진에 천주교 대거 동참

가톨릭교회가 24일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800여 명은 이날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 미사를 봉헌하고, 거리를 행진하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과 모든 피조물의 공생을 촉구했다.

이날 미사는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가 주례하고 각 교구 및 수도회 사제 24명이 공동 집전했다.  미사를 통해 기후위기는 “창조주 하느님께 인간이 행한 폭력”이자 “기후정의행진 동참은 신앙적 응답”임을 함께 공감하고, 사제단은  불타는 지구를 상징하기 위해  붉은 제의와 영대를 착용했다.

24일 광화문에서 봉헌한 9.24 기후정의행진 천주교 미사. ⓒ김수나 기자
24일 광화문에서 봉헌한 9.24 기후정의행진 천주교 미사. ⓒ김수나 기자

유 주교는 강론에서 창조 영성과 박해시대 순교 정신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돌보자고 요청했다. 이어 절제와 가난, 소박한 생활을 실천하고 물질 중심의 행복관에서 벗어나 내면과 영성적 삶이 주는 행복을 다시 선택하지 않는 한, 법제도 강화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 영성, 생태 영성은 온 세상과 자연 속에서 창조주 하느님의 현존을 찾고 그분의 숨결을 느끼도록 우리를 초대한다”면서, “생태적 감수성, 창조 영성을 더욱 증진시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생태적 기준으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천하자”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순교 정신으로 돌봐야 할 이웃은 망가져 가는 지구 생명 공동체”라며, “죽음을 무릎쓰고 열심히 기도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했던 박해시대 순교 선조들처럼, 죽기를 각오하고 자연의 모든 피조물에 대한 형제애 실천에 동참하자”고 당부했다.

24일 광화문에서 봉헌한 9.24 기후정의행진 천주교 미사. ⓒ김수나 기자

가톨릭교회가 처음 환경 운동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 열심히 실천했던 아나바다 운동(아끼고, 나누고, 다시 쓰기) 정신의 회복도 제안했다. 그는 “아나바다 정신은 단순, 소박한 삶, 절제와 가난의 실천이다. 풍요롭게 잘 살고 더 많이 가지자는 지금의 시대 흐름과 맞지 않지만 이런 내면의 개조 없이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위기 앞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매우 미약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해서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지만, 반대로 한 사람 한사람의 작은 노력이 모이지 않고서는 어떤 기적도 바랄 수 없다”면서, “우리도 한국의 순교자들처럼 순교 정신으로 생활 신공, 탄소 줄이는 수고를 매일 매일 주님께 봉헌하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성가소비녀회 수도자들이 불타는 지구 모형과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는 현수막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미사에서 성가소비녀회 수도자들이 불타는 지구를 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수나 기자
9.24 기후정의행진 천주교 미사에는 800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참석했다. ⓒ김수나 기자

미사 뒤 참가자들은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 철회”, “핵발전 이제 그만”,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자”,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불타는 지구를 살리자”, “탄소 배출 제로”, “탈석탄법 제정”, “한국 정부, 기후악당 벗어나라” 등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어 넣은 손팻말 등을 들고 서울시청 부근까지 행진하고 기후정의행진 본 행사에 동참했다.

이날 단체로는 가톨릭기후행동, 가톨릭농민회, 가톨릭농민회 춘천교구연합회, 각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고양동 성당, 더나은세상, 멸종반란가톨릭,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사회사목국,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은평1.5도씨위원회,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과 정의평화위원회,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창현 성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이 참여했다

수도회에서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사랑의 씨튼 수녀회, 살레시오 수녀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와 의정부관구,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성심수녀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예수회 JPIC위원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인보성체 수도회, 작은형제회, 재속프란치스코회 정평창보 등이 참여했다.

신자들이 준비해 온 손팻말들.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 뒤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와 지구를 위한 실천사항 등을 시민에게 알리며 서울시청 부근까지 행진했다. ⓒ김수나 기자
미사 뒤 기후위기와 지구를 위한 실천사항 등을 시민에게 알리며 서울시청 부근까지 행진한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
미사 뒤 기후위기와 지구를 위한 실천사항 등을 시민에게 알리며 서울시청 부근까지 행진한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br>
미사 뒤 기후위기와 지구를 위한 실천사항 등을 시민에게 알리며 서울시청 부근까지 행진한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
미사 뒤 기후위기와 지구를 위한 실천사항 등을 시민에게 알리며 서울시청 부근까지 행진한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

미사와 행진 참여자들은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국회 국민동의청원)과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단 모집에 신자들의 적극 참여도 요청했다.

서울시청과 광화문 등 일대에서 벌인 이날 9.24 기후정의행진에는 3만 5000명(주최 쪽 추산)이 참여했다. 행진을 주최한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지난 6월 꾸려졌다. 노동, 여성, 인권, 종교, 지역, 환경 등 각계 단체 180여 개와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의 녹색성장과 탄소중립 정책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또 다른 돈벌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기억을 압박하고 시민의 힘을 모으는 활동을 한다.

9.24 기후정의행진 본 행사에 동참한 천주교회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br>
9.24 기후정의행진 본 행사에 동참한 천주교회 참가자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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