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가톨릭출판사, 2017

성서에 ‘코헬렛서’가 있다. 이 책은 21세기 가톹릭교회에서 가장 주목하는 영성가 조앤 치티스터 수녀가 코헬렛서를 읽으며 발견한 일종의 지혜 지침서다.

베네딕도회 수녀로서, 40년간 평화, 인권, 여성, 교회 쇄신을 주제로 다룬 세계적인 강연자이자 유명한 영성 작가인 그녀는 이 책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고 꼭 붙잡아야 할 인생의 16가지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치티스터 수녀는 어릴 때부터 성경을 접하며 자랐고 자신의 삶이 각각 분리된 순간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이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한 편의 드라마인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삶은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조용하고 어두컴컴한 영혼 안에서 움직인다. 삶은 아주 강하고 맹렬하여 결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굴러간다. 삶은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형성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또 삶은 곤경의 연속이다. 막다른 길에 다다라 다른 길로 방향을 바꾸려고 애를 써야 하는 상황에 자주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길이 막다른 길이 아니고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임을 알게 된다. 이처럼 인생은 서로 분리된 듯 보이는 삶의 한 시기에서 그 다음 시기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은 배우면서 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기도 한다.

그녀가 제시한 우리 삶의 16가지의 때 중에 ‘잃을 때’라는 글에 오래 머물렀다. 상실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꽤 오랜 시간 의구심을 갖던 에덴동산에서의 추방당한 아담의 모습 그리고 '부활 찬송'에서 “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그리스도의 죽음이 씻은 죄. 오, 복된 탓이여! 너로써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도다”라는 구절에 대한 의문이었다.

복된 탓, 복된 죄라는 말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아담을 쫓아내고 구세주를 보내신 것은 모두 하느님께서 일부러 꾸며 놓은 일처럼 해석되는 게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한 오래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아담이 하느님 말씀을 어기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우리는 아담의 실수, 실패, 그리고 그로 인한 좌절감과 수치심에 집중한다.

이런 실패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삶의 전반을 뒤흔든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패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인생에서 실패가 어떤 의미인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는지만 가르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덴동산의 이야기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미국의 작가 엘리 위젤은 이렇게 말했다. “죄의 용서가 아닌 것이 무엇이었나. 하느님이 아담에게 준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권리였다.” 충만하고 생기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의 경험과 인류의 실패 중 가장 첫 시작인 에덴동산의 교훈에서 배울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왜 복된 탓인 줄을 비로소 알아듣게 되었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배움의 좋은 기술이다. 아담의 실패는 하느님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은총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는 데 참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실패는 자유를 준다. 실패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세월의 잔재를 비워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가톨릭출판사, 2017. (표지 출처 = 가톨릭출판사)<br>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가톨릭출판사, 2017. (표지 출처 = 가톨릭출판사)

다음으로는 ‘사랑할 때’의 구절이다.

진실한 관계는 동등한 만남을 필요로 한다. 맹자는 “진실한 관계는 두 몸 안의 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진실한 관계는 메아리와 같은 것이 아니며 소리를 죽인 채 마주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에서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강렬한 흥분을 느끼는 관계다. 진실한 관계는 서로를 인정하고 동등하게 여기며 함께할 때 더 큰 역량이 발휘된다. 이것이 진실한 관계에 대한 기준이자 의미다.

우리는 힘든 현실에 처했을 때, 애정 어린 손길이 필요할 때 진실한 관계를 찾는다. 진실한 관계는 인생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접착제이며 삶을 지탱하는 중심점이다. 진실한 관계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하면서도 자신은 상대방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한다. 그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한다. 진실한 관계는 내 영혼과 마주하는 관계다. 사랑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가장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 인생에서 진실한 관계가 없다면 영혼은 메마르고 그로 인해 삶은 비틀거릴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나감을 후회하고 다가옴을 걱정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우리가 무엇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때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때가 왔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때다.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야 할 때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코헬 3,1 -8)

 

구영주(세레나)
11살, 세례 받고 예수님에게 반함. 뼛속까지 예술인의 피를 무시하고 공대 입학. 돌고 돌아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피는 절대 속여서는 안 됨을 스스로 증명.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화가로, 아동미술치료사로 성장.
칼럼과 서평 쓰기가 특기며, <가톨릭 다이제스트> 외 여러 잡지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 현재 남편과 12살 아들, 두 남자와 달콤 살벌한 동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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