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이번 주에 다룰 질문은, 제가 예수회원인데 공교롭게도 예수회가 운영하는 전 세계적인 신심운동에 관한 것이 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운동이 전 세계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유학 시절 이 운동으로 인해 국제적 차원에서 오가는 이들을 보면서 그 규모를 실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도의 사도직'(Apostleship Of Prayer)은 우선, 모든 이에게 열린 신심운동입니다. 그 영성은, 미사성제를 봉헌하는 일상적인 노력, 예수성심께 대한 봉헌,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태도, 교회가 함께 교황님의 기도지향에 마음을 모으는 데 있습니다. 

교황님의 기도지향은 인터넷 바티칸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 볼 수도 있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홈페이지(알림마당>소식)에서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매일미사의 첫 부분에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교황님의 기도 지향은 한 달에 두 가지, 즉 일반지향 하나와 선교지향 하나가 있습니다. 전 세계 신자들은 기도의 사도직 활동을 하든 안 하든 교황님과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하고, 그 뜻을 우리 주변에 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도로서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지향을 함께 공유하는 것은, 사도직이 파견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성직자나 수도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 평화, 공동선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들을 전하는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평신도 희년”인 올해를 지내며, 평신도의 사도직 운동으로서도 널리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기도의 사도직'은 또한, 교황청 직속의 "기도 모임"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조직망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예수성심과 더불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거룩한 삶은 마치 세상과 단절되어 기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인간의 모습을 취해 이 땅에 오셨으니까요. 

이처럼 우리는 각자 삶의 터전에서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이 세상이 사랑스런 곳이 되기를 청하며 기도할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소화 데레사)는 세상과는 단절된 듯 보이는 곳에서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모범을 보여 준 성인입니다. 

'기도의 사도직'은 교황청 직속의 '기도 모임'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 Pxhere)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과 함께 선교의 공동 수호자입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이 바다를 지나 모험에 찬 선교 활동을 했다면, 데레사 성녀는 아주 작은 세계를 지켰던 사람입니다. 성녀는 고향 마을의 가르멜회 수도회 수도원에 있었고, 이곳은 봉쇄수도원이었습니다. 이처럼 성녀는 세상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수도생활을 하였던 분이고 매우 젊은 나이에 선종하신 분입니다.

그랬던 분이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된 배경에는 기도의 사도직 활동을 수도원 내에서 수행했던 사연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해외에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과 편지를 주고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성녀의 편지는 그 선교사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데레사 성녀는 가르멜 수녀원에 들어가서 가르멜 영성과는 정작 다른 영성을 실천한 게 아니라, 아침마다 자신의 하루를 예수성심께 봉헌하고 미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성모님과 함께 기도했으며, 교황의 기도지향에 마음을 모으는 일상을 살았던 것입니다. 누구든 잠시 멈춰 서면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였던 것인 만큼, 내게 데레사 성녀가 보여 준 정도의 열성은 없다고 해도,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하루를 봉헌하는 기도 정도면 나도 충분히 기도의 사도직에 동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기도를 “매일 봉헌 기도”라고 합니다. 이 기도를 바치고 미사참례 때마다 교황님의 기도 지향을 함께 기도합니다. 

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온 세상에서 봉헌되는 미사성제의 거룩한 희생제물과 하나되어, 오늘 하루 저의 모든 기도와 일 그리고 기쁨과 고통을 당신께 봉헌하나이다.

특별히 영혼들의 구원과 죄의 보속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원하시는 당신 성심의 거룩한 뜻을 위해 저의 오늘 하루를 봉헌하오니, 성령이시여, 이 봉헌이 참될 수 있도록 제게 사랑과 힘을 주소서.

사랑이신 나의 주님, 언제나 당신의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이들, 특별히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하시오니, 오늘 저희 또한 당신의 그 마음을 갖게 하소서.

그리하여 자신의 이기적인 관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모든 이들 안에 계시는 당신의 현존에 저희 마음을 열게 하소서.

저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세상의 모든 교회와 함께, 이달의 교황님 기도지향을 위해 이 기도를 바치나이다.

아멘.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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