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이력서. (이미지 출처 = publicdomainvectors.org)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최근의 일만도 아닙니다. 효율과 자동화를 강조하면서 인간에 대한 배려보다는 오로지 수익을 올리는 것만 생각하는 기업의 속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뒤에는 결국 자본가들의 논리가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고민하고 윤리의식을 가진 자본가는 어쩐지 형용모순 같은 표현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본가들도 공동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윤리의식을 반드시 가져야 할 만큼 사태는 심각합니다. 윤리의식을 가질 수 없다면 국가가 그만큼 더 개입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노동시장이 그만큼 허약하고 불안해졌기 때문입니다. 부실한 기업에 대해 터무니없는 지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적당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교회에서도 종종 보편지향기도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이미 노동은 하고 있으나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하지만, "가톨릭기도서"처럼 교회의 지도자들이 합의하여 출간한 책에 '취업을 위한 기도'가 수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와 '일을 마치며 바치는 기도'까지도 있는데 "일을 시작하고 마치기 전에 일자리가 먼저다!" 하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배우자를 위한 기도’처럼 청년사목하는 이들이 기도 하나 근사하게 만들면 되겠네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 아니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심하는 청년들을 모아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니터링만 해도 될 것입니다. 꼭 "가톨릭 기도서"에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기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교회가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교회 전체의 차원에서 고민하고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끄는 액션이 지속적으로 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사목을 수행하는 이들만의 고민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심각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너무도 아름답게 지으신 하느님, 이 땅의 젊은이들이 세상을 지으신 당신의 노동과 노동 후의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아멘.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