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일로 친해진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중에는 가톨릭(천주교)이 아닌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여럿이고, 그리스도교의 다른 교파(특히 개신교)에 소속된 이들도 여러 사람입니다. 아예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도 있지요.

어느 날 그리스도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닌 친구 하나가 물어왔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이시고, 보수 성향을 띤 장로교회에서 어릴 때 세례를 받았는데, 만약 가톨릭 교회에 간다면 자신이 받은 세례가 계속 유효한지를 궁금해 했습니다.

오늘 날 그리스도교 내의 교파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입문에는 세례라는 예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례는 그 성격상 일생에 단 한 번 받게 됩니다. 인간이 한 번 태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혹시 윤회를 생각하신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에는 윤회 개념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어느 교파에서든지 한 번 세례를 받았으면 됩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방식이 가톨릭의 예식과 서로 일치해야 합니다. 즉, 머리에 물을 붓든 몸 전체를 물에 담그든 '물을 통해' 세례식이 이뤄졌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어야 합니다. 우선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새롭게 세례를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타교파에서 이미 유효하게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라도 개신교와 천주교의 차이점에 대한 교리상의 차이는 보충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특히 성체성사 교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더불어 전례 상, 성유를 도유하는 예식 등은 개신교에 없는 부분이므로 이것도 보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세례식과는 다른 예식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유효하게 영세한 이들을 받아들이는 예식’이라고 부릅니다. 가톨릭교회에 완전히 일치시키는 예식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이단을 끊어버린다는 서약을 했지만 새로운 예식에서는, 그것은 하지 않고 신앙고백만 하면 됩니다. 가톨릭으로 전향하려는 이의 세례에 대해 세밀히 조사한 뒤, 그가 세례성사를 받았다는 사실과 그 유효성에 합리적 의혹이 있으므로 세례성사를 조건부로 다시 줘야 할 경우에는, 세례성사가 사사로이 이루어집니다(전례사전 참조). 사사로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교회 공동체 구성원이 모인 자리에서 예식을 거행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조건부로 세례성사를 다시 줄 경우에는 “당신이 세례를 받을 만하면” 혹은 “만일 당신의 세례가 불확실하거나 유효하지 못하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으로 세례를 주게 됩니다(예전의 속풀이 “대세를 주는 방법”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유효하게 영세한 이들을 받아들이는 예식을 통해서건 조건부 세례성사를 통해서건, 가톨릭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려는 이들은 자신이 알고 지내왔던 교리와 가톨릭 교리의 차이를 잘 알고 성체성사에 임하도록 안내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입문성사인 견진성사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타교파에서 받은 세례의 유효성을 물어온 제 친구가 가톨릭으로 전향을 할 경우, 그가 장로교파인 것으로 봐서 그의 세례는 유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로교에서는 물과 삼위의 이름으로 세례가 이뤄진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 친구가 가톨릭교회 안에 일치하고자 한다면, 가톨릭교리 공부와 유효하게 영세한 이들을 받아들이는 예식을 통해 추가적인 부분들만 보충하면 되겠습니다. 뭐.... 그 친구가 궁금증 수준에서만 머문다면야 전향을 강요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말이지요.

▲ 이탈리아의 세례미사 모습 ⓒ김용길
그리스도교 내의 여러 교파들 사이의 대화와 만남이 지속되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아마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현장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연대하려는 이들 중에 가톨릭이 아닌 교파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이 적잖고, 결국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일치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그 친구도 그런 현장에서 만났고, 그와 함께 봉사하러 온 친구들도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초대로 그들이 다니는 작은 교회에도 초대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꾸준히 서로 연락하고 종종 현장이나, 현장과 관계된 다양한 모임에서 계속 만나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일부 개신교 분파 쪽에서 가톨릭의 교리가 자신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톨릭을 이단시하고 가톨릭 세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있다고 합니다. 매우 유감스런 일입니다. 그들의 편협함은 그들을 그들 교단 내에만 머물게 합니다. 달리 말하면, 그들은 현장에서 만날 수 없는 이들이며, 그만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아무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주제인 교회일치에 관해서는 “다른 교파 전례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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